네이버 출신 속속 입각, '플랫폼-정권 밀월' 논란 확산
[메가경제=황성완 기자] 네이버가 사우디 정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 ‘이스포츠 월드컵(EWC)’의 한국 중계권을 향후 3년간 독점으로 확보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네이버가 e스포츠 콘텐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인 ‘독점 체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내각에 발탁되면서 ‘플랫폼 권력’과 ‘정권 코드’의 교집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정부는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로 최휘영 놀유니버스 공동대표 등을 임명했다. 이들 모두 네이버 또는 계열사 출신이다.
![]() |
▲네이버 치지직 CI. |
◆ 트위치 떠난 자리, 치지직이 메꿨다…시장 판도 바꾼 계약
1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치지직은 지난 8일 개막해 내달 24일까지 총 48일간 진행되는 EWC의 3년간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EWC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발로란트 등 24개 종목에서 200개 팀, 2000여명이 참여하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로, 대회 규모도 라이엇 주관 대회보다 큰 만큼 상금 규모도 7000만달러(1000억원)에 달한다.
당초, 작년에는 숲이 독점 중계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치지직이 단독 중계함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치지직은 네이버가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트위치 코리아 철수 이후, 이 시장의 공백을 노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e스포츠 대회인 EWC의 중계권을 단독 확보했다는 점은 네이버의 플랫폼 강화 전략의 핵심 포인트로 읽힌다.
실제로 오늘부터 오는 20일까지 진행되는 경기에는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대표 ▲T1 ▲젠지 ▲한화생명e스포츠가 참여하며,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구단인 만큼 e스포츠 팬들이 대거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 |
◆ 이해진의 콘텐츠 드라이브…‘네이버판 생태계’
IT업계에서는 이번 EWC 중계권 계약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콘텐츠 강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해진 GIO는 그동안 웹툰, 웹소설, 게임 스트리밍 등 콘텐츠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인물이다. 특히 치지직은 트위치 코리아 철수 이후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키우는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그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업계에선 이같은 행보를 두고 이해진 GIO의 오랜 구상, 즉 ‘네이버판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숙원 사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중계권은 안정적인 콘텐츠 공급원인 동시에, 시청률 확보가 가능한 핵심 자산이다. 여기에 광고, 후원, 유료 구독 등으로 이어지는 수익 다각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어 ‘콘텐츠 권력’을 강화하는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EWC처럼 대규모 국제 대회의 독점 중계는, 단순한 스트리밍 이상으로 네이버의 콘텐츠 전략 전반에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부분에서 사우디와 인공지능(AI) 사업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가 문화 콘텐츠 부문까지 영향력을 넓히는 과정에서 EWC 중계권도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작년부터 스포츠 중계를 해오고 있고, 숲보다 평판이 좋아 사우디가 치지직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사우디와의 공동사업과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 중계권 = 콘텐츠 권력…이권 삼각구도 비판도
그런 가운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가 네이버 출신 인사로 지명되고, 중소벤처기업부에는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가 낙점되면서 네이버와 현 정권 간의 밀월 관계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 성남시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EWC는 문화체육부가 지원하는 글로벌 행사로 분류돼 있어, ‘EWC 중계권 독점, 정부 인사 코드, 네이버 수혜’의 삼각 구도도 언급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공공성과 사용자 접근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에 포털 플랫폼이 콘텐츠 유통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에 대해 경계해야 한하독 주장한다.
한 방송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대기업이 사우디·정부와 손잡고 콘텐츠 유통 시장을 과점하는 흐름은, 창작자나 중소 플랫폼 입장에선 위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