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2026] "산재 처리하면 경영평가 감점"…가스기술공사, 직원 산재 '조직적 은폐' 의혹

에너지·화학 / 박제성 기자 / 2026-10-20 10: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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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인대 파열에도 공사 측 산재 신청 회유 압박 정황…국감서 관련 사안 녹취 공개
이건태 의원 "공기업 차원 은폐 의심"…공사 "산재 신청 제한 없었다, 조사 협조 중"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산업재해(산재)를 입은 직원의 산재 신청을 조직적으로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국가스기술공사(이하 공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현장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은 직원에게 관리자들이 공공기관 경영평가 불이익을 이유로 산재 처리를 만류했다는 것이다.

 

▲[사진=챗GPT4]

 

산재를 인정할 경우 회사와 동료 직원들의 평가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사 관리자 녹취까지 19일 국정감사(국감)에서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는 개인 일탈을 넘어 공기업 차원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빙산의 일각 차원에서 규명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공사 측이 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경영실적을 평가하는 경영평가 제도가 오히려 현장 노동자의 정당한 산재 신청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자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산재 제도가 오히려 공공기관의 평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산재 발생 사실 자체를 감추려 했다는 점에서 이번 가스기술공사 사안을 계기로 공공기관의 안전관리 체계와 경영평가의 실효성이 국감장에서 도마에 올랐다.

 

◆ 산재 신청하려다 관리자 압박·회유 의혹…올해 7월 근로복지공단 승인은 받아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최관병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19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질의를 하는 모습 [사진캡처=국회방송]

 

이날 이건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가스기술공사 인천지사 직원의 산재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관계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지난해 11월 고압가스 배관 점검 업무를 수행하던 중 공사 현장에 있는 돌에 걸려 넘어지면서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피해 직원은 업무 중 발생한 사고인 만큼 산재를 신청하려 했으나, 공사 측 관리자들의 지속적인 압박과 회유로 사고 발생 당시에는 신청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후 올해 5월 장애 진단을 받은 직원은 산재 신청을 결심했고, 정부 경영평가 발표 이후 신청 절차를 진행해 지난 7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았다.


◆ "산재 발생 시 경영평가 마이너스"…녹취 공개에 '조직적 은폐' 의혹 논란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사 측 관리자들이 산재 신청을 만류한 것으로 의심되는 발언들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날 공개된 녹취에는 공사 인천지사 A차장이 "(산재 신청 관련) 조직 사회에서는 동료들 간에 마이너스가 된다", "A가 다 받긴 틀린 거지, B도 못 받을 수가 있는 거지"라고 말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A 차장은 "공공기관을 평가에서 타 공공기관과 비교할 경우 산재가 일어나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마이너스 점수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히 "관리자 선에서는 산재를 용인할 수 없어요", "지사 전체 직원한테도 문제가 좀 있어요. 평가라고 하는 부분, 공사 측에서도 문제가 되지만 정부 경영평가에서 산재는 마이너스 점수가 된다고 알고 있고"라는 발언까지 공개됐다.

 

이 의원은 이러한 녹취 발언을 근거로 관리자들이 산재 발생 사실이 공식 인정될 경우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피해 직원의 산재 신청을 막으려 했다고 질타했다.

 

산재 발생에 따른 평가상 불이익을 피하려는 공사 측의 이해관계가 노동자의 법적 권리보다 우선 시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인 것이다. 

 

의혹은 사고 발생 이후 공사의 보고 및 조사 과정으로도 확대됐다.

 

이 의원은 당시 공사 측이 근로복지공단에는 업무상 산재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 자체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보고했으면서도 바로 다음 날 모회사인 한국가스공사에 보고하기 위한 별도의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피해 직원이 관련 자료를 확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 있도록 공단의 자료 열람 절차에 부동의 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산재 처리를 안 해준 것"이라며 "어떻게 공공기관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공기업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 아니냐"며 피해 직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와 관련자들의 엄정한 사법처리를 촉구했다.

 

피해 직원이 현재도 관련 당사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이 의원은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관병 중부지방고용노동청장은 "지난 7월 30일 해당 사안의 고소장이 접수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며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한국가스기술공사뿐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경영평가 등의 불이익을 피하려고 산재를 은폐한 사례가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청장 역시 본부장과 협의해 관련 조사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 공사 "산재 은폐·신청 제한 없었다" 반박…'십자인대 파열 산재 불승인 이유 있다"

 

이와 관련해 메가경제는 공사 측에 국감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질의를 보냈다.

 

이에 공사 측은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하거나 직원의 산재 신청을 제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산재 발생 사실이 관련 절차에 따라 보고되고 근로자의 산재 신청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본 사안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정감사 내용 중 좌측 전방 십자인대 파열 상해는 피해자가 기존에 겪었던 퇴행성 질환으로 불승인된 것이였으며, 좌측 슬관절 염좌로 변경 승인된 것"이라며 국감에서 언급된 산재 승인 내용과 실제 승인 상병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특히 "어떠한 경우라도 근로자의 산재 발생 사실을 은폐하거나 산업재해 신청을 제한하는 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관계 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관련자 출석과 자료 제출 등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관리자들의 산재 관련 발언이 실제 산재 신청을 막기 위한 조직적 행위였는지, 회사 차원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는지 여부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산재 은폐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만큼 녹취에 담긴 발언의 경위와 실제 사고 보고 과정, 피해 직원의 산재 신청이 지연된 이유 등에 대한 객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기관의 경영평가가 노동자 안전을 강화하는 장치가 아니라 산재를 숨기도록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 평가제도와 현장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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