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사우디와 40조 MOU 체결…빈 살만 방한에 '제2중동붐' 기대감

글로벌경제 / 류수근 기자 / 2022-11-18 09:09:07
26개 프로젝트 관련 계약‧MOU 맺어…총 사업 규모 40조원 추산
尹대통령, 한남동 새 관저서 ‘첫 외빈’으로 빈 살만과 150분간 오찬
이재용·최태원·정의선 등 재계총수…롯데호텔서 1시간30분 넘게 차담회
재계 총수들 670조원 네옴시티 등 각종 프로젝트 협력 폭넓게 논의
초대형 미래도시 '네옴시티' 건설 놓고 글로벌 수주전 격화 전망

사우디아라비아가 제2중동붐을 가져다 줄 것인가?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국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기업·기관과 4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계약 및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양해각서(MOU)는 정식 계약 체결 전 양해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하는 양식으로, 보통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부터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한 몸과 같이 긴밀히 협력하며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다면 1970년대 건설업을 주도로 일으킨 중동붐에 필적하는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더욱 발전시켜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3년여 만에 한국을 찾은 빈 살만 왕세자와 확대회담, 단독회담에 이어 공식 오찬을 했다. 이동 시간을 포함하면 약 3시간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회담에서 양국관계 발전 및 실질 협력 증진 방안, 한반도 및 중동 지역 정세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는 우리나라의 중동지역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해외건설 파트너 국가로서 우리 경제·에너지 안보의 핵심 동반자”라며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모하메드 왕세자의 주도 하에 사우디 ‘비전 2030’을 통해 사우디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고 있는 지금이 양국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양국 간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협력, 네옴시티 등 메가 프로젝트 참여, 방위산업 협력, 수소 등 미래 에너지 개발, 문화교류·관광 활성화 분야의 협력을 한층 확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수교 이래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의 국가 인프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사우디 ‘비전 2030’의 실현을 위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길 희망한다”며 “특히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의 세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에너지 개발, 탄소포집기술, 소형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인력 양성과 관련한 협력을 희망했으며, 방산 분야에서는 사우디 국방역량 강화를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협력을 기대했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한국의 중소기업을 포함한 여러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오찬을 함께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양측은 또 ‘전략 파트너십 위원회’를 신설하고 한·사우디 간 협력사업을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신설될 위원회와 관련, 양국 지도자가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총괄·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종의 ‘직통 라인’인 셈이다. 양국 지도자가 ‘톱 다운’ 방식으로 양국의 실질 협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이날 회담에서는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중심으로 에너지·투자·방산 협력과 문화·인적교류,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향후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과 사우디의 경제 협력 플랫폼인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는 기존 5개 분과에 에너지, 농수산 2개 분과를 신설했다.

이로써 ▲산업 ▲에너지 ▲농수산 ▲스마트인프라 ▲교육·문화 ▲보건·생명과학 ▲중기·투자 등 총 7개 분과로 새로 개편됐다.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왼쪽 네 번째)와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앞줄 왼쪽 다섯 번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 한-사우디 투자포럼에 참석해 양국 우호 관계에 대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는 이날 이창양 산업장관과 칼리드 알-팔레 투자부 장관을 비롯한 양국 정부와 경제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사우디 투자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 간 총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사우디 측에 따르면 총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다.

이날 오후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빈 살만 왕세자와 국내 주요 기업인 차담회가 열려 사우디의 초대형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비롯한 경제협력 방안을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17일 오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도착, 차에서 내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날 차담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옛 대림)그룹 회장 등 국내 20대 그룹의 총수 8명이 참석했다. 총수들이 호텔에 체류한 시간만 2시간 30분 가량 됐다.

1시간 30분 넘게 진행된 차담회에서는 총사업비 5천억 달러(약 670조원) 규모의 미래도시인 네옴시티 사업을 중심으로 한 각종 협력 방안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관심이 집중된 네옴시티는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이라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석유 중심의 사우디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야심 차게 발표한 국가 장기 프로젝트다.

▲ 사우디아라비아 미래도시 '네옴시티' 개요. [그래픽=연합뉴스]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건설되는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안에 폭 200m, 높이 500m의 선형 구조물을 총연장 170㎞ 길이로 건설하는 직선도시 ‘더라인(The Line)’과 바다 위에 떠 있는 8각형 모양의 부유식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산악지대 관광단지인 트로제나로 구성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네옴시티는 도시 인프라와 정보기술(IT),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한 사업 기회가 열려 치열한 글로벌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네옴시티 중 트로제나는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되기도 했다. 사우디는 이곳에 2026년까지 야외 스키 리조트와 인공호수, 호텔 등을 지을 예정이다.

네옴시티와 관련해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미 ‘더라인’ 터널 중 12.5㎞ 공사를 수주해 최근 공사를 시작했다. 추가 발주될 터널 규모는 130㎞ 이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계에서는 이날 차담회가 재계 총수들과 빈 살만 왕세자가 친목을 다지는 한편 양국 간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가 됐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는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 다섯번째)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과 만나 사우디 내 투자와 관련해 환담했다는 내용을 서울발로 보도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캡쳐]


사우디 국영 통신사인 사우디프레스에이전시(SPA)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재용 회장이 빈 살만 왕세자의 오른쪽에 앉아 마주본 채로 얘기를 경청하고 있으며, 그 옆으로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김동관 부회장 등의 순으로 자리했다.

국내 그룹 총수들의 맞은 편 쇼파에는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 등 사우디 측 인사들이 앉았다.

SPA는 “(차담회 동안) 다양한 분야, 특히 에너지, 기술, 산업, 건설, 스마트시티에서 유망한 투자 기회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총수들과 빈 살만 왕세자의 차담회에는 사우디의 포괄적 경제 개발계획인 '비전 2030' 실현을 위한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도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차담회에서 그룹 총수들은 각 그룹의 주력 사업을 토대로 향후 수주 기회와 사업 협력 방안을 두루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과 원전 관련 사업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력을 강화하자는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 경제가 저성장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은 사우디 수주전에서 맹렬하게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날 한·사우디 투자포럼을 통해 에너지, 철도, 정밀화학, 바이오 등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협력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한국은 ‘제2의 중동 특수’를 맞이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오후 8시 30분께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머문 시간은 20시간가량이다. 그러나 하루가 채 안되는 체류시간에도 40조원이 넘는 투자·개발·사업협력 관련 MOU를 맺는 등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MOU는 후속 조치가 취해져야 비로소 성과가 가시화할 수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강화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경제협력이 실질적인 수주전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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