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NEXT 10년, 7대 SEED①] AI가 불러낸 '작은 원전'… SMR 패권 노린다

재계 / 주영래 기자 / 2026-08-14 0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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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SMR 파운드리' 선점…한전기술은 i-SMR·BANDI 설계 경쟁력 강화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바다 위 원전' 승부…실증·인허가 넘어 실제 수주가 관건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이재명 정부가 미래성장동력으로 ‘7개의 씨앗(SEED)’을 선택했다. 이제 관건은 정책이 기술개발에 머물지 않고 사업화와 매출 성장,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메가경제는 [대한민국 NEXT 10년, 7대 SEED] 기획을 통해 SMR을 시작으로 핵융합, 재생에너지, 양자,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첨단 소재·부품 공급망까지 7개 산업의 핵심 기업과 기술 경쟁력, 시장 전망을 살펴보고, 한국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를 차례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미래 원전'에서 현실의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막대한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건설 기간과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SMR이 새로운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가 SMR을 미래성장동력 '7대 SEED'의 첫 번째 축으로 선택하면서 국내 원전·조선 기업들의 사업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핵심기기 제작, 한국전력기술은 원자로·계통 설계,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원자력 추진선과 해상 부유식 SMR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 대한민국 미래성장동력 7대 SEED 산업. [사진=AI] 

한국은 대형 원전에서 설계·제작·건설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갖추고 있는 데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경쟁력까지 보유했다. 이 강점을 SMR 시장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장하느냐가 향후 10년 경쟁력의 핵심이다.

◆두산에너빌리티, 'SMR 파운드리' 승부…8068억원 베팅

국내 SMR 제조 분야의 선두주자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꼽힌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대형 원전 핵심 주기기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SMR 공급망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총 8068억원을 투자해 경남 창원에 SMR 전용 제작시설을 구축하고 기존 생산설비를 최적화한다. 2031년까지 연간 약 20기의 SMR을 제작할 수 있는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노리는 것은 이른바 'SMR 파운드리'다. 글로벌 SMR 업체가 원자로를 설계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 용기와 핵심 기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이미 미국 엑스에너지와 SMR 16대에 필요한 핵심 단조품 예약계약을 체결했고 뉴스케일, 테라파워 등과도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관건은 생산능력을 실제 매출로 바꾸는 것이다. 고객사의 인허가와 착공이 늦어지면 생산설비의 수익화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결국 예약계약을 본계약과 장기 양산계약으로 얼마나 전환하느냐가 승부처다.

◆한전기술, '원자로 두뇌' 맡는다…i-SMR 넘어 해외로

두산에너빌리티가 SMR의 '몸체'를 만든다면 한국전력기술은 설계를 담당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한전기술은 정부가 추진하는 170MW급 혁신형 SMR(i-SMR)의 계통설계와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i-SMR은 2028년 표준설계인가 확보, 2031년 첫 원자로 모듈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전기술은 독자적인 60MW급 SMR 모델인 'BANDI'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국영 통신기업 비엣텔 그룹과 SMR 사업개발·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현지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SMR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MOU는 수주가 아니다. 실제 건설계약으로 이어지려면 현지 규제체계와 사업비 조달, 정부 승인 등을 넘어야 한다. 한전기술의 과제는 설계기술을 실제 해외 설계·엔지니어링 매출로 연결하는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 SMR을 '선박의 심장'으로

SMR에서 한국이 다른 원전 강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는 조선업이다. HD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한 HD현대는 SMR을 선박에 적용하는 원자력 추진선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정부도 'K-문샷' 과제 가운데 하나로 용융염원자로(MSR) 기반 SMR 선박 개발을 선정하고 2035년 선박 건조 착수를 목표로 잡았다.

HD현대는 미국 테라파워에 투자하는 등 차세대 원자로 기술에 일찍부터 접근해왔다. 원자로 개발기업과 협력해 SMR을 선박에 탑재하고 추진체계와 연결하는 통합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상용화되면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극지 운항선 등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국제해사 규정과 국가별 항만 입항 규제, 보험과 사고 책임 등 기술 밖의 장벽이 높다.

결국 HD한국조선해양의 숙제는 원자력 추진선을 '만드는 것'을 넘어 세계 주요 항만에서 실제 운항할 수 있는 상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삼성중공업, '바다 위 원전'으로 승부

삼성중공업은 SMR 자체를 바다 위에 띄우는 부유식 해상 원자력발전소(FSMR)를 노린다.
회사는 미국 원전 설계·엔지니어링 기업 사전트앤런디(S&L)와 범용 FSMR 표준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 원자로 노형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SMR을 탑재할 수 있는 해상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부유식 SMR은 조선소에서 제작한 뒤 전력이 필요한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어 섬과 산업단지, 군사기지, 데이터센터 등의 전력원으로 활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와 FPSO, LNG 설비를 통해 축적한 부유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다만 현재는 개발 단계다. 원자로 공급사와 발주처를 확보해야 하고 원자력 규제와 선박·해양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결국 '기술개발→실증→첫 발주'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빨리 좁히느냐가 관건이다.

'원전+조선' K-SMR 밸류체인…진짜 승부는 첫 수주

한국 SMR 산업의 강점은 기업들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했을 때 더욱 선명해진다. 한전기술이 설계하고 두산에너빌리티가 핵심 주기기를 제작하며 국내 건설사가 EPC를 맡을 수 있다. 여기에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SMR을 선박과 해양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다.

이른바 'K-SMR 밸류체인'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벽도 분명하다. 첫째는 국내외 실증과 운전 경험, 둘째는 국가별 인허가, 셋째는 대량생산을 통한 경제성 확보, 마지막은 첫 상업 수주다.
SMR은 공장에서 모듈을 반복 생산해 가격을 낮춘다는 논리지만 초기 주문이 적으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다. 첫 프로젝트에서 비용 초과나 일정 지연이 발생하면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결국 정부의 2035년 상용화 목표가 기업 실적으로 이어지려면 두산에너빌리티의 공장이 실제 주문으로 채워지고, 한전기술의 설계가 해외 프로젝트에 적용되며,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해상 SMR이 첫 발주를 받아야 한다.

한국에는 원전과 조선이라는 두 장의 강력한 카드가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기술을 사업으로, 사업을 수주로, 수주를 반복 가능한 글로벌 매출로 바꾸는 것​이다.

정부가 뿌린 첫 번째 SEED가 대한민국의 '제2 원전 수출산업'으로 성장할지는 결국 첫 상업 수주와 실제 운전 실적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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