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긴 해야겠는데...”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의 양두구육

전기전자·IT / 박종훈 / 2021-08-27 08:21:48
주요 재생에너지 112개사, 2030년 20% 비중 달성 어렵다 64%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이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내실은 비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최근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112개사를 대상으로 운영현황과 애로실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사업실적이 연초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하는 응답이 46.4%였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대해선 64%가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재생에너지 발전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외국과 달리, 국내는 사업부지 확보가 까다로워 재생에너지 확대가 녹록지 않은 구조”라며 “최근 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성도 악화되면서 정책의 실천이 우려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당면한 최대 애로로 수익성 악화(39.3%)를 꼽았다. 그밖에도 주민갈등 및 보상(21.4%), 인허가 지연(16.1%) 등이 언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을 좌우하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REC는 발전용량이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직접 생산하지 못하면 다른 발전사업자들로부터 재생에너지 생산 인증서를 구입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대중들이 전기를 소비하기까지는 발전-송전-배전-판매 단계를 거친다.

과거에는 한국전력이 이를 총괄했지만,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 발전은 6개 발전자회사, 민간기업 등 다수 공급자가 생겼다.

송·배전 단계만 한전이 관할한다.

지난 2012년 1월부터 도입된 RPS제도에 따라 500MW가 넘는 발전사업자, 즉 앞서 언급된 ‘일정 규모 이상’은 반드시 정해진 비율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

기준에 못 미칠 경우 다른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에게 REC를 구매한다.

2017년 8월 12만원에 거래되던 REC 현물시장 평균가격은 2021년 8월 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민간 중소규모 사업자들의 참여가 비교적 손쉬웠던 태양광발전의 경우, 과거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이 REC 수익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REC 가격 하락과 그로 인한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 저하가 발생하는 이유는? 공급과잉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수익성만에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도 크다. 따라서 협상타결의 어려움도 애로사항.

시설이 건강을 침해하거나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등의 정보가 확산하며, 이로 인해 졸지에 님비시설로 전락한 것이다.

또한 태양광발전시설이 도로나 주거지로부터 최소 이격거리를 확보해야 개발허가가 가능한데, 이 기준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과제로 우선 수익성 확보(42.9%)를 꼽았다.

앞서 언급된 이격거리 규제 개선 등 사업부지 확보 지원이 18.8%로 뒤를 잇고, 설비투자에 대한 금융·세제지원(14.3%), 내수기반 확대(11.6%) 등도 주문했다.

재생에너지 3020을 비롯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것처럼 컨트롤타워 역할이 절실하다. 지금처럼 중구난방의 규제로는 수익성 개선이 요원하며, 부가적으로 뒤따르는 사회적갈등의 조정도 쉽지 않은 형국.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의 달성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사업자들은 그 이유로 사회적 합의 어려움(45.2%)과 도전적인 목표수준(35.6%) 등을 꼽았다.

수익성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면, 여전히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높다.

이는 일찌감치 재생에너지 확대에 노력한 주요국과 차이가 크다.

2020년 상반기 기준 국내 태양광 발전비용(달러/MWh)은 106으로, 미국(44), 중국(38), 독일(58) 등과 비교해 2~3배 높다.

육상풍력 발전비용도 105로 미국(37), 중국(50), 독일(50) 등과 비교하면 마찬가지 수준.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석탄화력 발전비용과 같거나 낮아지는 ‘그리드 패리티’ 달성 예상시기에 대해선 3년 이내라는 응답은 11.6%에 그쳤다. 반면 3년 초과는 88.4%. 단기간 내 경제성을 갖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한국의 그리드 패리티 달성을 2027년으로 예상했다.

2027년이면 태양광이 61, 풍력이 62 등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석탄화력 63보다 낮아질 거라는 예상이다.

이는 한국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정책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4월 정부의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대 35%까지 늘리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5년마다 수립하는 최상위 단계의 국가 에너지 플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40년까지 전력 수급 등 정부 에너지 정책의 근거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당시만 해도,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월등히 비싸다.

2018년 한전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1kWh당 원자력 62.18원, 유연탄 83.55원, LNG 121.44원, 재생에너지 180.86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게 잡은 것은 2030년 즈음엔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낮아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근거는 2018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발전원별 균등화 발전원가’ 보고서.

균등화 발전원가란 오롯이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에다 사고 복구, 환경 등 여타 사회적 비용을 모두 더한 개념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전의 전력구입 단가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경우, 2030년 즈음엔 처지가 역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1kWh 전력생산에서 원전의 균등화 발전원가는 2030년 76.98원으로 추산했다. 반면 태양광발전은 66.03원으로 예상했다.

원전의 경우 향후 증가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값이 비싸질 거라는 전망이다.

후쿠시마 사태 등의 영향으로 대중들의 공포심리가 극대화된 원전의 경우는 차치하더라도, 재생에너지의 대표격인 태양광발전은 상당히 제한적 조건 하에서만 이와 같은 예상이 가능하다.

보고서가 예상한 10년 후 발전단가는 3000kW라는 일정 수준 이상의 발전용량을 기준으로 하며, 땅값이 거의 안 드는 유휴용지를 활용하고, 지금보다 태양광 설비 가격이 싸진다는, 지극히 협소한 기준 안에서 추산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비용이 안 싸질 수 없는 조건에서 비용을 추산한 것이라 의구심이 큰 대목이다.

대한상의가 조사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갖고 있는 애로사항 중 반복해서 언급된 부지 문제만 하더라도, 극단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을 상정해 계산한 계획이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된다.

물론, 기술의 발달이야 대중들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경우가 왕왕 벌어지지만, 밥벌이가 걸려 있는 이들에게 마냥 장미빛 청사진만 드러내는 건 문제가 크다.

최악의 모든 악조건을 감수하더라도, 국가적인 미래를 대비해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만이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이 언급한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대표적이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우리의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낮출 수 있는 방안”이라며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정부가 경제성 확보 지원과 이해갈등 조정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가경제=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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