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의학상 수상 페보, 아버지 이어 2대째 노벨상 영예
화학상 美 샤플리스, 21년만에 다시 노벨상…역대 5번째
문학상에 ‘자전적 소설’ 프랑스 대표 여성작가 아니 에르노
노벨평화상에 ‘우크라 침공’ 푸틴에 맞선 인권운동가·단체
12월 ‘노벨 주간’에 시상식…2020‧2021 수상자도 한자리
10일(현지시간) 노벨 경제학상 발표를 끝으로 올해 노벨상 시즌이 막을 내렸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지난 3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에 이어 이날 경제학상이 마지막으로 발표됐다. 수상자 발표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에 제정됐으며 올해로 121주년을 맞았다.
노벨상은 처음엔 의학‧물리학‧화학‧문학‧평화 등 5개 분야였으나 스웨덴 중앙은행이 1968년 노벨경제학상을 별도로 만들어 6개 분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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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82)가 6일(현지시간) 파리의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페미니스트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에르노는 문학이 "즉각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여성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파리 AFP=연합뉴스] |
올해 노벨상의 스타트를 끊은 생리의학상의 영예는 스웨덴 출신 진화생물학자 스반테 페보(67.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에게 돌아갔다.
페보는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노벨상을 받은 8번째 사례가 됐다. 그의 부친인 스웨덴 생화학자 수네 베리스트룀(1916~2004)은 1982년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스반테 페보가 오래전에 멸종한 호미닌(인간의 조상 종족)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해 인류의 진화과정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염기서열 분석, 새로운 호미닌인 데니소바인 발견, 호모 사피엔스와 멸종된 호미닌과의 유전자 교환 사실 발견 등이 페보의 업적이다. 그의 연구 성과는 ‘원시게놈학’(paleogenomics)이라는 새로운 과학 분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올해 두 번째로 발표된 노벨물리학상은 프랑스 출신 프랑스의 알랭 아스페(75), 미국의 존 F. 클라우저(80), 오스트리아의 안톤 차일링거(77) 3명이 나란히 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얽힘이 있는 광자(entangled photons)의 실험을 통해 ‘벨 부등식 위배’를 확인하고 양자정보과학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양자정보과학(quantum information science)의 초석을 놓았다. 출신 국가가 다른 물리학자들이 동일한 분야를 두고 오랜 기간 후속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뤄낸 성과를 평가했다는 점에서 위원회의 선정은 남다른 의미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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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 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올해 노벨상 화학상 수상자로 분자 구성단위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합시켜 암 치료제 같은 신약 등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합성 기술을 개발한 캐럴린 R. 버토지(56·미국), 모르텐 멜달(68·덴마크), K.배리 샤플리스(81·미국)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20년 3월 10일 벨기에 브뤼셀의 브뤼셀 왕궁에서 필리프 벨기에 국왕으로부터 솔베이 상을 받은 버토지(오른쪽)의 모습. [스톡홀름 AFP=연합뉴스] |
올해 노벨화학상은 미국의 캐럴린 R. 버토지(56), 덴마크의 모르텐 멜달(68), 미국의 K. 배리 샤플리스(81) 3명에게 공동으로 돌아갔다.
세 과학자는 ‘클릭화학(click chemistry)’과 ‘생체직교 반응’(bioorthogonal reactions)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분자 구성단위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합시켜 암 치료제 같은 신약 등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합성 기술을 개발하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다.
샤플리스는 노벨상을 2차례 받은 역대 5번째 인물이 됐다.
그는 2001년 각종 의약물질 등 특수한 구조를 가진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는 광학활성 촉매와 그 반응법을 개발한 공로로 윌리엄 S. 놀즈(미국), 노요리 료지(일본) 교수와 함께 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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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미국의 K. 배리 샤플리스 박사(81) 등 3명을 2022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샤플리스 박사는 역대 5번째로 2회 수상의 역사를 썼다. 사진은 2001년 10월 10일 노벨 화학상을 받은 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라호야의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기자들과 동료들을 상대로 발언하는 그의 모습. [라호야 AFP=연합뉴스] |
올해 노벨문학상은 프랑스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여성 소설가인 아니 에르노(82)가 차지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6일(현지시간) “개인적 기억의 집단적 억제, 소외, 근원을 파헤친 그의 용기와 냉철한 예리함”을 그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에르노는 계급과 성(gender)과 관련한 개인적 경험에 바탕한 자전적 소설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프랑스 문학에서 그다지 다루지 않았던 하층민과 중하층의 일상을 다루는 한편, 그들 일상 이면에 있는 사회적·역사적 구조도 조명했다.
특히, '직접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쓴 적은 한 번도 없다'는 말대로 인간의 욕망과 날 것 그대로의 내면의 감정과 심리를 거침없이 파헤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선정적이고 사실적인 내면의 고백 탓에 때론 논란이 되는 문제작을 낳기도 했다.
1974년 소설 ‘빈 장롱’으로 데뷔한 이래 현대 프랑스의 사회생활을 들여다보는 가장 미묘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작품들로 간주되는 20편의 저서를 출간했다. 특히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현재까지 프랑스 사회의 변천을 자신의 60여년 삶과 엮어 조망한 2008년작 ‘세월’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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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현지시간) 노벨 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벨라루스의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인권단체를 선정했다. 사진은 2014년 6월 21일 3년 동안의 형기를 마치고 감옥에서 석방된 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로 돌아와 시민들에게 환영받는 비알리아츠키의 모습. [민스크 AFP=연합뉴스] |
올해 노벨평화상은 벨라루스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와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 등 1명의 활동가와 단체 2곳에게 공동으로 돌아갔다.
평화상은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뒤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국가에서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들은 러시아 권위주의 정권의 영향력에 맞서 시민의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해온 개인과 단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자국에서 시민사회를 대표한다”며 “이들은 수년간 권력을 비판하고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호할 권리를 증진해왔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어 “이들은 전쟁범죄, 인권침해, 권력남용을 기록하는 데 현저한 노력을 해왔다”며 “모두 함께 이들은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10일 올해 마지막으로 발표된 노벨 경제학상에는 은행과 금융위기 연구에 기여한 미국 경제학자 3명이 선정됐다.
벤 버냉키 전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 필립 딥비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교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경제에서, 특히 금융위기 시기에 은행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원회는 “수상자들의 통찰력이 심각한 위기와 값비싼 구제금융을 피할 우리의 능력을 끌어올렸다”고 총평했다. 이어 “이들의 발견은 사회가 금융위기를 다루는 방식을 향상시켰다”며 “이들의 중요한 연구 결과로 은행 붕괴를 피하는 것이 왜 필수적인지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상 수상자를 끝으로 마감한 올해 노벨상 수상자 중에서 여성은 2명(버토지·에르노)이고 남성은 10명이다. 단체는 2곳이다.
1901년부터 올해까지 전체 노벨상은 615차례에 걸쳐 989명에게 수여됐다. 그중 여성 수상자는 60명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경제·문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올해 시상식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상식이 축소되거나 온라인 행사로 대체됐던 2020년과 2021년 수상자까지 이번에 함께 자리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메달 및 증서와 함께 상금 1천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원)가 수여된다. 수상자가 1명이 넘을 경우엔 기여도에 따라 차등 배분한다. <연합뉴스 외신 종합>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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