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마우이섬 라하이나 사망자 급증 재건비용 7조원 추정…최악 자연재해 원인은?

국제 / 류수근 기자 / 2023-08-13 03:53:29
마우이 당국 발생 나흘째 사망자 80명 집계…수색대·탐지견 투입 본격 수색
'실종자 1천여명 추정'에 사망자 더 늘어날 듯…이재민은 1만1천여명 발생
1960년 쓰나미로 61명 사망 이래 63년만에 최악 자연재해…‘반얀트리’ 건재
미 태평양재난센터과 FEMA, 마우이 카운티 재건비용 55억2천만달러 추정
현재까지 우리 국민 인명 피해 없어…여권 소실된 韓여행객에 긴급여권 발급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80명을 넘었다.


AP통신, 로이터, CNN방송 등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우이 카운티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라하이나 지역에 수색대와 탐지견을 투입해 집중 수색하는 가운데 이날 오후 9시 현재 집계된 사망자가 8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날 67명보다 13명이 더 늘었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건물 1000여 채가 불탔다면서 사망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에서는 이재민 수천 명도 발생했다.
 

▲ 세계적인 관광지인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전례없는 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최소 80명 이상이 숨졌다. 사진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가 잿더미로 변해 있는 모습. [라하이나(하와이) AP=연합뉴스]

미 NPR에 따르면, 전날 마우이 카운티 경찰서장은 “솔직히 우리는 모른다”면서도 실종자 수를 약 1000명으로 추정했다. 수색팀이 마치 폭격받은 현장처럼 보이는 피해 지역을 본격적으로 수색하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마우이 섬 산불은 지난 8일 시작돼 해변까지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히고 있어 하와이 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로 기록되게 됐다. 63년 전인 1960년 하와이섬 동부 힐로에서 쓰나미로 61명이 숨진 악몽을 훌쩍 넘어섰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하와이 마우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관련돼 접수되거나 파악된 우리 국민의 인명 피해는 없다. 현지 교민 수는 500명 이상, 여행객은 수백 명으로 추정되지만 화재로 인한 통신 두절로 외교부는 정확한 현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우이 한인회 등 현지 동포사회에서 파악한 한인 피해 규모는 주택 4채, 사업장 12채, 한인 소유 건물 2∼3채 등이다. 이들 건물 모두 전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호놀룰루총영사관은 11일 “현재까지 한인 동포나 한국인 관광객의 인명피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며 “관광객들은 수십명 이상이 마우이섬을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한국인 관광객의 경우는 미국 영내인 하와이 본섬의 호놀룰루에 들어올 때는 입국 기록이 남지만, 하와이 내 이동은 딱히 기록이 남지 않아 체류 인원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외교부는 이번 대형 산불로 여권이 소실된 한국 여행객에게 긴급 여권을 발급했다고 밝혔다.
 

▲ 하와이 산불 피해 현황. [그래픽=연합뉴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11일(현지시간) 회견에서 “우리는 인명 손실을 보고 있다. 그 수는 증가하고 있고 우리는 인명 손실을 계속 볼 것”이라며 사망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것은 하와이 사상 최악의 재난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산불로 인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하와이를 재난지역으로 승인하고 복구를 돕기 위한 연방 차원의 지원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번 조치로 하와이 지역에서 화재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연방자금이 지원될 수 있게 됐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참전용사 관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산불 피해를 당한 하와이를 재난지역으로 승인, 연방 차원의 지원을 지시한 뒤 이 행사에서도 "우리가 가진 모든 자산으로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솔트레이크시티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하와이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와 통화하고 대규모 산불 피해와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희생자들과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달했다.

12일 미국 태평양재난센터와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피해 평가에 따르면, 마우이 카운티는 라하이나 화재로 인한 피해 이후 재건하는 데 55억2천만 달러(약 7조3500억 원)의 ‘자본 노출’을 겪을 것으로 추정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현재 라하이나, 업컨트리마우이 등지에서 여전히 불길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날 저녁 현재 화재 진압률을 80% 정도라고 당국은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밤 웨스트 마우이에서 추가로 화재가 나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마우이 당국은 대피소로 이동한 주민이 이날 현재 1400명이라고 밝혔다.

그린 주지사는 다만, 피해 지역이 사실상 전소됐다는 점에서 정확한 사망자 집계에는 일주일 넘게 걸릴 수 있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 9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가 대형 산불로 인해 연기가 자욱하다. [라하이나(미 하와이주) EPA=연합뉴스]

마우이 섬의 화재는 특히 번화가인 라하이나에 괴멸적인 피해를 초래했다. 평소 관광객들로 붐비는 번화가까지 확대되면서 많은 주택과 상업 시설을 불태웠다.

주거지가 잿더미로 변한 터라 생존자 수색도 난항을 겪고 있다. 여전히 다수 주민의 행방이 모연한 상황에서 주 소방당국은 시신 수색견을 투입해 불탄 흔적을 조사하고 있다.

화재 지역에서 확인된 사망 사례는 대부분 불길에서 도망치려던 사람이 야외에서 숨진 것이라고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1일 미국 ABC 방송과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산불로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마우이섬에는 와일루쿠 전쟁기념관 등 총 6곳의 대피소가 설치됐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이재민은 최소 1만1천여 명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우이 당국에 따르면 주택 및 상업 건물 1만2400채가 전력이 끊긴 상태다.

라하이나 주민들은 최소한의 필수품을 공유하며 버텨나가고 있다. 집이 온전하더라도 전력 차단으로 수일 간 고립된 생활을 이어온 주민들은 이제 물 부족 사태에도 직면하게 됐다.

현지 당국의 노력에도 대피소 마련과 식량 보급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고립된 주민들이 직접 나서 구호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수와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서 천막을 치고 비상 식량을 전달 중이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약혼녀와 공동으로 피해 복구에 1억 달러(약 1330억 원)를 기부했다.

마우이섬은 하와이주에서 하와이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으로 주도인 호놀룰루에서 약 10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19세기 하와이 왕조 시대의 신비한 역사체험에서부터 아름다운 해변, 투명한 바다에서 즐기는 스노클, 서핑, 카약 등 해양 액티비티와 고래관찰투어인 ‘훼일 워칭 whale watching)’ 등 특별한 모험까지 다채로운 대자연을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 대형 산불로 잎과 가지가 불탄 라하이나의 명물 반얀트리 모습. [EPA=연합뉴스]

 

이번 대규모 화재로 녹음이 우거지고 감각적인 건물들이 늘어섰던 라하이나의 거리는 잿더미로 덮인 공허한 들판으로 변했다. 하룻밤 사이에 건물은 재가 되고 거리 전체는 폐허로 바뀌었다.

이번 화재로 라하이나 거리의 명물이었던 ‘반얀트리(Banyantree)’도 잎과 잔가지들이 불에 타고 까맣게 그을리는 등 수난을 당했다. 다행히도 나무 기둥과 굵은 가지들이 건재한 모습으로 확인됐다.

18m가 넘는 이 나무는 1873년 인도에서 들여와 심은 미국에서 가장 큰 반얀트리로,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넓은 그늘을 제공하며 큰 사랑을 받아 왔다. 한 줄기에서 많은 가지가 펼쳐져 있는 나무 그늘 아래서 사람들은 시원함을 즐기고 여러가지 행사도 열어왔다.

CNN 방송은 산불을 견딘 반얀트리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고 당장 물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마을로 돌아와 피해 상황을 보게 된 현지 주민들에게 희망의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렇게까지 피해가 확산된 데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걸까.

 

▲ 8일(현지시간) 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카운티 키헤이에서 대형 산불이 번지고 있다. 이날 발생한 산불이 허리케인 '도라' 영향으로 하와이 곳곳에 빠르게 번지면서 위험 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키헤이(美 하와이주) 로이터=연합뉴스]

외신을 종합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가혹해진 고온 건조한 기상 조건에다 허리케인으로 인한 강풍이 불어닥쳤고 여기에 마우이 섬의 지형적인 특성이 더해지면서 라하이나의 거리는 하룻밤 사이 잿더미로 변했다.

우선 피해가 확산된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가뭄으로 인한 ‘고온’과 ‘건조’라는 기상 조건이다. 특히 올해는 전례없이 몇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데다 이상 고온이 이어지며 대기와 토양이 극단적으로 건조해졌다.

이런 기상 조건에 마우이 남쪽으로 허리케인이 통과하면서 섬 전체이 강풍에 노출됐고, 산기슭에 자리잡은 라하이나의 지형적인 특성으로 인해 강풍이 산비탈을 타고 불어내리며 가속도가 붙어 순식간에 불길이 거리를 삼킨 것으로 외신은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다 라하이나는 하와이 왕국 시대 수도였던 곳이어서 옛날에 지어진 목조 건물들이 많은 것도 화마에 취약했다.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워낙 바람이 강해 소방헬기를 띄울 수 없어 산불 진압과 구조작업이 쉽지 않았다고 전해들었다고 전했다.

하와이는 세계 최대 수준의 통합 야외 위험공공안전경보스템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섬 전체에 설치된 400개의 경고 사이렌이 울리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화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처절한 탈출기도 전해지고 있다.

현지 해안경비대는 화마가 거리를 휘감은 8일 100여 명이 불길을 피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11일 밝혔다. 이후 해상에서 17명을 구조했으며 현재도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하이나 주민들은 서로 최소한의 필수품을 공유하며 버텨나가고 있다. 집이 온전하더라도 전력 차단으로 수일간 고립된 생활을 이어 나가야 했던 주민들은 이제 물 부족 사태에도 직면하게 됐다.

현지 당국의 노력에도 대피소 마련과 식량 보급에 어려움이 따르면서 고립된 주민들이 직접 나서 구호에 동참하고 있다.

식수와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서 천막을 치고 비상 식량을 전달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약혼녀와 공동으로 피해 복구에 1억 달러(1천330억원)를 기부했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