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방북 제안에 교황 "초청 오면 기꺼이 갈 것" 화답...교황 방북 이번엔 성사될까

정치 / 류수근 기자 / 2021-10-30 02:30:24
文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 될 것"…교황 "여러분은 같은 언어 쓰는 형제"
文 임기말 평화 프로세스 돌파구 기대...교황 방북 ‘공은 다시 북한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3년만에 다시 방북을 공식 제안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중인 문 대통령이 29일 오전(현지시각)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 교황을 단독 면담하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을 하고 있다. [바티칸=교황청 제공/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교황궁에서 배석자 없이 진행된 면담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 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며 “여러분들은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이지 않느냐,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교황청 방문은 지난 2018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다. 3년 전 방문 당시에도 교황에게 방북을 제안한 바 있다.

교황은 당시에도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밝혔으나 방북은 아직까지 성사되지 못했다.

▲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에 앞서 DMZ 철조망을 잘라 만든 평화의 십자가를 설명하고 있다. [바티칸=교황청 제공/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교황에게 폐철조망을 수거해서 만든 십자가인 ‘평화의 십자가’를 선물하면서 “한국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군사분계선이 250km에 달한다. 철조망을 수거해 십자가를 만든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성서에도 창을 녹여 보습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 이에 더해 한반도 평화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선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과 교황은 이날 면담에서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인류가 당면한 글로벌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도 면담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교황청을 방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바티칸=교황청 제공/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방북 의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문 대통령이 임기말 남북대화 및 북미협상 돌파구 마련을 위한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교황청 공식 방문에서 “보편적 인류애를 실천해 온 세계 종교계 지도자와 한반도 평화 증진과 코로나, 기후변화, 빈곤·기아 등 글로벌 현안 해결을 위한 지혜를 나누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한 바 있다.

특히 이례적으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이번 교황청 방문에 수행, 문 대통령과 교황의 두 번째 면담을 계기로 교착상태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혔다.

▲ 29일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단독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바티칸=교황청 제공/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티칸 현지에서는 긍정적인 요인들이 분석된다. 일단 2018년 10월 첫 방북 제안 때와는 달리 미국에서 문 대통령, 교황과 가톨릭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고, 북한 사정에 정통한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장관으로 입성해 교황을 보좌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주한 교황대사관은 교황이 문 대통령을 만나기 하루 전에 정순택(60) 베드로 주교를 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차기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겸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로 임명하기도 했다.

종교의 자유가 없는 북한에는 ‘침묵의 교회’가 존재한다고 언급된다. 명목상 세 개의 교구가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평양교구는 서울대교구장이 교구장 서리를 겸임한다.교황의 이번 방북 의지 표명으로 '공이 다시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로 장기간 국경을 걸어잠그고 있는 북한의 방역 상황, 한국의 대선, 교황의 건강 문제, 중국의 대응 등 여러 변수가 있어 섣불리 그 가능성을 예측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황청은 이날 문 대통령의 교황 면담과 관련한 성명에서 "양국 간 상호 좋은 관계와 가톨릭교회가 사회에 제공하는 긍정적인 공헌에 대한 사의가 표시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북 간의 대화 증진과 화해를 위해 전개되는 특별한 노력"을 언급하면서 교황과 문 대통령이 "연대와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공동의 노력과 선의가 한반도 평화·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희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7박9일의 일정으로 유럽을 순방중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과 교황청 공식방문을 위해 28일(현지시간)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도착, 교황청 특별영접관과 악수하고 있다. [로마=연합뉴스]

교황청 방문에 이어 문 대통령은 로마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30일과 31일 이틀간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뤄지는 첫 대면 회의로, ‘사람, 환경, 번영’의 세 가지 대주제로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이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11월 1일과 2일, 양일간 개최되며 13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COP26 정상회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에 이어, 의장국 프로그램인 ‘행동과 연대’ 세션 발언 등 일정을 가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순방일정으로 헝가리를 국빈 방문한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년 만의 정상 방문이다.

헝가리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지는 이번 방문 중 11월 2일에는 헝가리 선박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공간 건립에 대해 사의를 표할 예정이다.

이어 11월 3일에는 아데르 대통령 및 오르반 총리와 각각 회담을 갖고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4개국이 참여하는 중유럽 지역협의체인 비세그라드 그룹(V4)과의 비즈니스 포럼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11월 4일에는 제2차 한-비세그라드 그룹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비세그라드 그룹 국가들과 각각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1991년 헝가리 비세그라드에서 창설된 비세그라드 그룹은 우리에게는 유럽연합(EU) 내에서 두 번째로 큰 교역대상이자 최대 수출시장이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