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시대 개막, 아베 신조 정권 계승 내각 출범

국제 / 류수근 기자 / 2020-09-17 00:54:53
아베 정권 인물 절반 넘는 내각 출범...파벌 안배 인사
아소 부총리·모테기 외무상 등 8명 유임…아베 동생 방위상 기용
스가 총리 첫 회견 “납치 문제에 전력”...한일관계 언급 없어
"아베 정권 확실하게 계승해 전진하는 것이 나의 사명" 재확인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돌연 사임한 아베 신조 정권의 계승을 내건 스가 요시히데(71) 총리 주도의 일본 내각이 16일 공식 출범했다. 


일본 국회인 중·참의원은 이날 아베 총리 사퇴에 따른 새 총리 지명선거를 통해 스가 자민당 총재를 제99대 총리로 뽑았다. 일본의 행정수반인 총리가 바뀐 것은 제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2012년 12월 이후 7년 8개월여 만이다.

 

▲ 16일 일본 도쿄의 중의원 선거에서 새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가 의원들의 박수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스가 신임 총리는 하원 격인 중의원에서 총투표수(462표) 가운데 과반 선(232표)을 크게 웃도는 314표(68%)를 얻었고, 참의원(상원)에서도 총투표수(240표)의 60%에 근접한 142표를 확보해 지명을 받았다.

일본 헌법 제67조는 내각이 총사퇴하면 국회 의원 선거로 차기 총리를 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 일본 새 총리 지명선거 결과. [그래픽= 연합뉴스]

 

집권 자민당의 스가 총재는 이날 오후 국회 양원(중·참의원)에서 총리로 지명된 뒤 가토 가쓰노부(64) 신임 관방장관을 통해 새 각료 명단을 발표했다.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에 발탁된 가토는 직전 아베 내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부처인 후생노동성을 이끌었다.

또, 고노 다로(57) 방위상은 행정개혁·규제개혁 담당상으로, 다케다 료타(52) 국가공안위원장은 총무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앞쪽 가운데)가 16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 규덴(宮殿)에서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뒤 다른 각료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방위상은 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외무부(副)대신을 거쳐 방위성 정무관(차관급)과 중의원 안보위원장 등을 역임한 아베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61) 자민당 중의원 의원이 맡았다.

 

스가 내각에서 신설된 디지털상에는 히라이 다쿠야(62) 전 과학기술상이 발탁됐고, 아베 내각에서 각료를 지낸 가미카와 요코(67) 법무상, 다무라 노리히사(55) 후생상, 오코노기 하치로(55) 국가공안위원장 등 3명은 같은 자리로 복귀했다.

 

▲ 일본 스가 내각 주요 각료. [그래픽= 연합뉴스]

2012년 제2차 아베 정권이 출범한 이후 줄곧 같은 자리를 지켜온 아소 다로(79) 부총리 겸 재무상을 비롯, 모테기 도시미쓰(64)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57) 문부과학상, 가지야마 히로시(64) 경제산업상, 아카바 가즈요시(62) 국토교통상, 고이즈미 신지로(39) 환경상, 니시무라 야스토시(57) 경제재생상, 하시모토 세이코(55) 올림픽상은 유임됐다.


이로써 아베 내각에 몸담았던 각료 11명이 유임(8명) 또는 보직 변경(3명) 형태로 20명(총리 제외)의 각료로 구성된 스가 내각에 그대로 남았다. 첫 입각은 노가미 고타로(53) 농림수산상 등 5명뿐이다.

 

▲ 일본 새 총리 스가 요시히데가 걸어온 길. [그래픽= 연합뉴스]

스가 내각 각료의 파벌별 분포를 보면 자민당 총재 경선 과정에서 스가를 지지했던 호소다파 5명, 아소파 3명, 다케시타·니카이파 각 2명, 이시하라파 1명 및 무파벌 3명으로 배분됐다.

스가와 경쟁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의 기시다파에서 2명,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이끄는 이시바파에서도 1명이 각각 등용됐다.

연립정권을 이루는 공명당은 그대로 한 자리(국토교통상)가 유지됐다.

스가 내각은 각료 명단 발표 후에 나루히토 일왕의 임명장을 받는 친임식과 각료 인증식을 거쳐 이날 오후 7시 55분께 정식 출범했다.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 직후인 16일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첫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스가 총리는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아베 정권의 과업을 "확실히 계승해서 전진시키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며 아베 정권의 주요 정책을 계승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금융완화, 재정정책, 성장전략 등 아베 정권이 추진한 이른바 '3개의 화살' 정책을 거론하며 "아베노믹스 계승해 앞으로도 한층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직전 아베 내각 각료 중 절반 정도를 재기용하는 등 아베 신조 계승을 내걸고 출범한 만큼, 스가 내각도 사상적으로는 아베 정권 못지않은 우익 색채를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극우단체인 '일본회의'를 지원하기 위해 구성된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에 이름을 올린 정치인이 스가 내각에 대거 참여했다.

다와라 요시후미의 저서 '일본회의의 전모' 등에 의하면 스가 총리 본인을 포함해 내각 구성원 21명 가운데 적어도 15명이 이 단체에 가입한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베 내각에서는 아베를 포함해 20명 중 15명이 간담회에 몸담았다.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부인 마리코 씨가 16일 오후 남편의 지역구인 요코하마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요코하마= 교도/연합뉴스]

 

이날 총리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연 스가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새 내각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총리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전후 외교의 총결산을 목표로 하고, 특히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자신이 전임자인 아베 총리와 가까워진 것도 납치 문제가 계기가 됐다며 "납치 문제는 아베 정권과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정권의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한 정책을 전개하겠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가까운 이웃 여러 나라와 안정적인 관계를 쌓고 싶다"며 외교 정책에 관해서도 언급했지만 한국에 관해서는 발언하지 않았다.

앞서 아베 신조 내각은 이날 오전 임시 각의(우리의 국무회의 격)를 열고 총사퇴했다.

아베 전 총리는 1차 집권기(2006.9~2007.9·366일)와 2012년 12월 이후 2차 집권기를 포함해 3188일로 역대 일본 총리 중 가장 긴 재직일수를 기록했고, 2차 집권기 연속 재임일수도 2822일로 역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도쿄도 미나토구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투개표에서 차기 총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도쿄= AFP/연합뉴스]

 

그는 1차 집권기인 2007년 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사퇴했고, 2차 집권기인 지난달 28일에도 궤양성 대장염 재발을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2차 집권기 동안 6번의 중의원 및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며 '아베 1강' 체제를 구축했다.

경제정책에선 양적 완화와 재정 확대, 성장 전략을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로 일정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재임 기간 모리토모·가케 학원 스캔들과 정부 주최 '벚꽃 보는 모임' 사유화 논란 등으로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대응 문제 등으로 국민의 불만이 커져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조기 사임 가능성이 잇따랐다.


▲ 아베 신조 전 총리 정치 역정. [그래픽= 연합뉴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퇴임한 아베 총리는 "한 명의 의원으로 스가 정권을 지탱하고 싶다"고 답해, 의원직을 유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약 7년 8개월에 걸친 2차 집권기를 회고하며 "경제 재생, 국익을 지키는 외교에 하루하루 전력을 다해왔다"며 "모두 국민 여러분의 덕분이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에 대해서는 "약 효과가 있어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의 중의원 임기는 내년 10월까지이며, 스가의 자민당 총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다만 스가 총리가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면서 자신의 총재 임기가 끝나기 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거를 할 수도 있다.

아베 총리가 이번에도 자신의 지역구에 재출마할지는 분명치 않다. 그는 1차 집권기인 2007년 9월 총리직에서 사임하고 나서도 다시 출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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