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26개월 만에 줄어…에너지 수입 91.8% 급증
석유제품·자동차·이차전지 등 수출은 ‘8월 중 1위’ 달성
규모 에너지 수입 등 영향으로 역대 최대 수입액 기록
중국-반도체-에너지 3대 리스크 중점 관리...수출 경쟁력 강화
무역·수출 증가세에 기반해 역대 처음으로 무역순위 7위 달성
무역적자가 14년여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이어지며 적자액도 100억 달러에 근접하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26개월만에 감소하고 대중(對中) 무역적자도 넉 달 연속 이어지며 무역 전선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 566억7천만 달러로 1년 같은 달에 비해 6.6%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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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년 이후 월별 수출입 증감률. [산업부 제공] |
그러나 수입액이 661억5천만 달러로 28.2%나 크게 증가하면서 수출액을 훨씬 앞질러 94억7천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였다. 7월 적자(48억달러)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지난달 적자폭은 무역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66년 만에 최대치다.
또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24.8억→-16.0억→-24.9억→-48.0억→-94.7억 달러)를 이어갔다. 5개월 연속 적자는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14년여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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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수출입 실적. [산업부 제공]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의 강력한 통화긴축 정책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달 수출액은 기존 8월 최고 실적인 지난해 8월(533억 달러) 대비 30억 달러 이상 넘어섰다. 일평균 수출은 23조6억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2% 증가했다.
8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이로써 수출은 22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갔다. 22개월 수출 플러스는 역대 3번째로 긴 기간(1위 62개월, 2위 26개월)이다. 하지만 수출 증가율은 지난 6월 이후 한 자릿수(5.3%→9.2%→6.6%)가 이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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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수출실적. [산업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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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8월 총 수출액. [산업부 제공] |
지난해 8월 수출이 최고 실적(531.7억달러·증가율 34.7%)을 기록하는등 기저효과가 높았던 게 작용해 상대적으로 올해 8월 증가율이 낮아진 면도 있다.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석유제품 등 6대 품목은 수출이 증가했고, 지역별로는 9대 지역 중 6개 지역 수출이 늘어났다.
특히 석유제품·자동차·철강·이차전지 수출은 역대 8월 최고실적을 경신했다. 그중에서도 이차전지 수출(9.4억달러)은 역대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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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부 제공] |
수출증가율을 보면 석유제품 수출은 113.6% 증가했고 자동차는 35.9%, 이차전지는 35.7%, 석유화학은 11.7% 각각 늘었다.
반면 반도체 수출(107.8억달러)은 16개월 연속 100억 달러는 유지했으나, 글로벌 수요 약화와 가격 하락 등 영향으로 줄었다. 26개월 만의 감소다. 가격 기준 감소율은 30.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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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년 이후 월별 수지. [산업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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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역수지. [산업부 제공] |
자동차(완성차)는 전년동월보다 개선된 차량용반도체 수급과 친환경차 시장확대 등에 힘입어 자동차 최대수출국인 대미 수출이 늘어나며 역대 8월 1위를 기록했다.
자동차부품도 러-우 전쟁 장기화, 금리인상 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도 주요시장 내 완성차 생산확대 등에 힘입어 수출 플러스(14.5%)를 유지했다.
이차전지는 선진시장 친환경 정책에 따른 전기차 수요 확대 등 추세가 이어지면서 두 달 연속으로 월기준 최고 수출액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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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9대 주요 지역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산업부 제공] |
지역별로 보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미국·EU(유럽연합) 수출은 증가세를 유지했으며, 인도·중동 등 신흥시장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對)미 수출은 24개월 연속, 대(對)아세안·인도는 18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 증가율은 아세안 21.7%, 미국 13.7%, EU 7.3% 등이었고, 인도도 27.1%나 증가했다.
아세안 수출은 경제활동 전반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반도체·석유제품 등 대다수 주요품목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10개월 연속 100억달러 수출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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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별 8월 일평균 수출액 추이. [산업부 제공] |
미국 수출(87.6억달러)은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긴축 정책에도 불구, 전기차 생산·판매 확대 영향으로 자동차·이차전지 등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역대 8월 중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수출은 중국의 성장세 회복 지연 등 영향으로 소폭 감소했으며, 대(對)중남미 수출도 글로벌 경제둔화 여파로 줄었다.
대중국 수출의 경우, 석유제품·철강 등 수출은 증가했으나, 계속되는 중국 내수·생산 둔화세 등 영향으로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수출이 줄어들며 5월부터 4개월 연속(-10.9%→-12.2%→ -6.0% → -3.8%) 감소했다.
중국 수출 감소율은 5.4%, 중남미는 4.1%였다. 러-우 전쟁 장기화 등 여파로 CIS(독립국가연합) 수출도 10.6% 줄었다.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에너지 수입 등 여파로 8월 수입액은 역대 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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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수입실적. [산업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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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수입액 추이. [산업부 제공] |
수입은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과 반도체(26.1%) 및 수산화리튬, 니켈-코발트 수산화물을 포함한 정밀화학원료(82.8%) 등의 원부자재 수입이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600억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에너지·중간재 수입 급증 등 영향으로 높은 수준의 수입액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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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별 수입 증감률 추이. [산업부 제공] |
8월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달보다 91.8%(88억6천만달러) 급증한 185억2천만달러였다.
3대 에너지원 가격 모두 전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폭염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입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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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의 월별 가격 추이. [산업부 제공] |
이처럼 수입 증가세가 수출 증가율을 웃돌며 무역적자로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과 이탈리아 등도 무역수지가 악화했다.
그럼에도 우리 수출·수입액 모두 8월까지 역대 최대기록을 각각 경신했으며, 무역액도 역대 최고실적인 9603억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상반기 무역액 순위는 역대 가장 높은 7위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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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국 우리나라 수출액과 무역액 순위. [산업부 제공] |
수출의 경우, 그간 최고기록이었던 6위를 2018년 이후 다시 회복하는 한편, 독일·일본·프랑스 등보다 높은 수출증가세(15.6%)를 기록했다.
수입의 경우도 상반기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26.3% 증가하며 수입 순위도 9위를 기록했으나, 이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독일·일본·프랑스 등의 주요 국가도 유사한 상황이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 기준 104억달러 규모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무역 상위 10개국 중 무역흑자는 중국·독일·네덜란드 3개국만 기록했다. 다만, 중국 외 독일·네덜란드의 무역흑자 규모는 전년대비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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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국가별 무역수지. [산업부 제공] |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은 “글로벌 경기둔화 등 어려운 수출 여건에서도 우리 수출이 22개월 연속으로 증가세를 유지하며 역대 8월 최고실적인 567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그러나 “계속되는 대규모 에너지 수입 증가 등으로 인해 5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발생했다”며, “특히, 지속되는 높은 에너지 가격, 주요국 긴축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와 중국의 성장세 회복 지연, 수요약화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이 우리 수출증가세 둔화와 수지 악화를 유발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최근 무역적자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31일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확대를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하고 “무역금융·물류·해외인증 등의 수출지원 확대와 수출현장의 규제 해소를 통해 우리 업계 수출활력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아울러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의 고도화, 바이오·이차전지·프리미엄 소비재 등 수출 유망산업 육성, 방산·원전·플랜트 등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의 조기성과 창출을 위한 정부지원 강화를 통해 수출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또 “무역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총리 주재 ‘무역투자전략회의’와, 수출기업 애로를 현장에서 해소하는 ‘수출현장지원단’ 등 민관 합동 수출 총력지원체계를 가동할 것”이라 말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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