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궤도 도착 12월16일·임무궤도 진입 12월31일...내년부터 임무수행
‘탄도형 달 전이방식'으로 달 궤도 진입...연료 소모량 줄이고 임무기간 늘려
우주인터넷 장비 활용 심우주탐사용 우주 인터넷시험 세계 최초 시도
2022년 8월에도 우리나라 우주과학 역사에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가 아로새겨질 전망이다.
지난 6월 21일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으로 세계 7번째 자력 위성 발사국이 된 대한민국은 이번 주엔 우리나라의 첫 달 궤도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월 5일 오전 8시 8분께(현지시각 8월 4일 오후 7시 08분께)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달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할 예정이라고 지난 2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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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궤도선 '다누리'의 본체. [과학기술정통부 제공] |
다누리의 발사 용역업체인 스페이스X사는 다누리 발사를 앞두고 팰콘9 발사체에 대한 비행 전 검사계획에 따른 점검 과정에서 추가 작업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해 발사 일정을 당초 3일에서 이틀 연기했다.
다누리는 현재 모든 발사 준비를 완료하고, 5일 발사를 위해 미 우주군 기지 내의 조립동에서 대기 중이라고 과기부는 전했다.
발사 예비 기간은 7월 31일부터 9월 9일까지다. 이 기간 중 어느 날짜에 발사되더라도 달 궤도 도착일은 12월 16일, 임무 궤도 진입은 12월 31일이 되도록 준비된다.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2013년 달 탐사선 연구 프로젝트에 착수한지 거의 10년만에 탐사선을 달에 보낼 수 있게 된다.
달 탐사선 사업은 2013∼2014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2016년 ‘달 탐사 1단계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국가우주위에서 의결돼 추진됐다.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기지는 미국 내에서 지구 적도와 가장 가까운 발사장이다. 적도에 가까울수록 지구 자전 속도를 이용해 발사체 연료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어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는 자국 내에서 적도와 가까운 곳에 발사장을 만든다.
앞서 대한민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는 지난 7월 5일 특수 컨테이너에 실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을 출발해 인천공항을 통해 항공편으로 미국 올랜도 공항까지 이송한 뒤, 다시 육상으로 이동해 7월 7일 발사장인 케이프캐너배럴 우주군기지에 도착했다.
이후 다누리는 발사장에서 약 한 달 간 상태 점검, 연료주입, 발사체 결합 등 발사준비 과정을 거쳤다. 과기부는 “다누리는 현재 모든 발사 준비를 완료하고, 발사를 위해 미 우주군 기지 내의 조립동에서 대기 중”이라고 29일 전했다.
다누리를 싣고 떠나는 팰컨9 발사체는 총 2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중 1단은 재사용 기술이 적용됐다.
항우연에 따르면 1단은 지난 1월 31일 이탈리아의 'COSMO-SkyMEd' 위성 발사에도 사용됐던 부품이며, 다누리 발사에 사용되면 6번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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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사 후 달 궤도선 전이궤적 및 달 궤도 진입과정. [과학기술정통부 제공] |
다누리는 발사 후에는 약 4.5개월(22년 8~12월) 우주를 항행한 뒤 올해 12월 달 궤도에 안착하고, 이후 2023년 1년간 달 상공 100㎞에서 달의 극지방을 지나는 원 궤도를 그리며 과학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발사 이후부터 항우연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협력해 다누리가 정해진 궤적을 따라 이동하도록 한다. 처음 약 한 달 동안은 탑재체를 점검하고 본체의 기능을 확인하는 시험을 진행하며, 2월부터는 임무궤도를 하루 12번씩 공전하며 정상 운영을 시작한다.
지난 5월 대국민 이름 공모전을 통해 정해진 달탐사선 이름 ‘다누리’는 순우리말인 '달'과 '누리다'의 '누리'가 더해진 이름이다. 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길 바라는 마음과 최초의 달 탐사가 성공적이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다누리에게 맡겨진 임무는 달 착륙 후보지 탐색, 달 과학연구(자기장, 감마선 측정 등), 우주인터넷 기술 검증 등이다.
다누리는 발사 후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 궤적에 따라 달 궤도선 항행과 통신 관제를 통해 달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나비 모양의 궤적을 그리면서 멀리 돌아서 달로 향하는 방식이다.
달로 곧장 향하지 않고 태양 쪽의 먼 우주로 갔다가 나비 모양을 그리면서 다시 지구 쪽으로 돌아와 달과 비슷한 궤도에 진입한 후, 달에 접근해 달 주변을 돌 예정이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이다. 다누리는 발사 후 목표 궤도 진입 전에 한때 최대 155만㎞까지도 멀어졌다가 달에 접근한다.
지구와 달 사이를 직선으로 이동하면 약 3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BLT 궤적을 따라 항행하면 달까지 최대 비행시간 135일, 누적 비행거리는 595만6천㎞에 달한다. 이에 따라 달 궤도에는 12월께 진입한다.
과거 달 탐사선 중 1990년 일본의 ‘히텐’과 2011년 미국의 ‘그레일’이 이런 BLT 궤적을 그리며 달로 갔다.
태양을 향해 쏘아올려진 다누리는 로켓에서 분리될 때 받은 추진력과 그에 따른 운동량에 힘입어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L1 지점(지구와 150만㎞ 거리) 근처까지 날아간다.
이 지점에서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활용해 지구 쪽으로 방향을 돌린 뒤,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속도를 내며 다시 돌아온다. 이어 지구에 가까이 와서는 지구 주변을 공전 중인 달을 만나 다섯 번의 감속 기동을 거쳐 달 상공 100㎞ 궤도로 들어간다.
BLT 궤적을 따라 항행하면 다른 궤적에 비해 이동거리가 길지만 연료를 상당량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탐사선이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과 운동량을 얻기 때문에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임무 수행을 오래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자체 추진력을 활용할 때보다 제어가 어렵고 단 1도만 틀어져도 600㎞의 오차가 발생하므로 정밀하고 완벽한 항법 기술이 필요하다. 또 탐사선이 먼 우주로 가기 때문에 지구와 탐사선의 통신이 어려울 수도 있다.
개발 초기에 항우연은 개념적으로 BLT보다 훨씬 간단한 ‘위상 전이’ 방식으로 달 탐사선을 운행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이는 약 한 달 동안 지구 주변을 긴 타원궤도로 여러 번 돈 다음에 달 궤도에 진입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으로 항행하면 탐사선이 궤도를 도는 동안 위성체의 주요 부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항우연이 달탐사선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달탐사선의 질량이 원래 목표했던 550㎏에서 678㎏으로 늘었고, 임무를 수행할 때 연료 소모가 더 많아져 탐사선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달탐사선 설계와 조립, 발사 등에 협력하던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리 연구진에게 BLT 궤적을 제안했다.
달 탐사선 다누리의 발사와 궤도 진입과정, 임무수행 과정에 NASA와의 국제협력도 큰 의의를 지닌다. 다누리에 NASA의 탑재체 1개를 수용했고 NASA는 다누리의 심우주통신과 항행을 지원한다.
NASA는 매우 정밀하고 정확한 항법을 요구하는 BLT 방식을 한국 항우연이 제대로 실행하도록 돕기 위해, 항행 운영에 협력하면서 다누리를 지속 추적할 수 있는 ‘심우주네트워크(DSN) 안테나’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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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 궤도선 '다누리' 임무 탑재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
다누리는 항우연이 개발한 궤도선 본체와 국내 출연연과 대학이 개발한 임무 탑재체 5종, NASA가 개발한 탑재체 1종으로 구성됐다.
본체는 탑재체가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부분으로 탑재컴퓨터와 자세제어계, 통신장비들이 달려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5종의 장비는 고해상도카메라(항우연), 광시야편광카메라(한국천문연구원), 자기장측정기(경희대), 감마선분광기(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인터넷(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이다.
이중 우주인터넷 장비를 활용한 심우주 탐사용 우주 인터넷시험(DTN)은 세계 최초로 시도된다. 연구진은 달궤도와 지구 상에 있는 우주인터넷 노드 사이에서 메시지와 파일을 전송하고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할 예정이다.
우주인터넷 기기에 저장된 파일에는 ETRI 홍보영상, DTN 기술 설명 영상을 비롯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들어있으며, 이 파일을 재생해 지구로 보내는 시험이 진행된다.
지구 상에 있는 우주인터넷 노드로는 한국심우주안테나(KDSA)에 연결된 항우연 관제센터, ETRI 우주인터넷 통신센터, 착륙선 통신모듈, 로버 통신모듈, NASA의 노드가 있다.
광시야편광카메라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편광카메라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달 표면 전체의 편광지도를 제작하는데 사용된다.
감마선분광기는 달 표면에서 나오는 감마선 스펙트럼을 저에너지 영역에서부터 고에너지영역까지 측정해 달의 지질·진화를 추적하고 자원조사를 하는 데 활용된다.
다누리에는 NASA가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한 탑재체인 ‘섀도캠’(ShadowCam)이 실린다. 해상도 약 1.7m의 카메라를 이용해 달 남북극 지역의 영구 음영지역을 고정밀 촬영하는 장비다.
NASA는 섀도캠을 통해 향후 달 극지역 착륙 후보지에 대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물을 포함한 다양한 물질의 존재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다.
섀도캠 장착은 지난해 5월 우리나라가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탐사 국제협력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가입함에 따라 이뤄졌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한국을 포함한 12개국이 참여해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보내고, 2028년까지 달에 지속가능한 유인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가진 프로그램이다.
NASA와의 달 탐사 협력은 미국이 강점을 가진 심우주 항행기술과 심우주 통신기술을 전수받음과 동시에 향후 NASA의 유인 달 탐사 시 적절한 착륙지점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달 탐사를 위해서는 달 궤도선을 달 궤도 상에 보내는 항행기술과 함께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기술이 필수적인데, NASA가 무상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대로 우리는 NASA의 2024년 달 유인착륙 후보지를 대상으로 섀도캠을 통해 물이나 자원의 존재 여부와 지형학적 특성을 측정함으로써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된다.
다누리는 국내에서는 경기도 여주에 설치된 심우주지상안테나, 국외에선 스페인 마드리드, LA 골드스톤의 심우주지상안테나와 교대로 통신한다. 비상시에는 NASA의 호주 캔버라 안테나를 백업으로 활용한다.
항우연은 달 궤도선 임무운영센터를 운영하며 심우주지상안테나와 NASA의 심우주네트워크를 연동해 다누리 명령전송과 상태정보 수신, 궤도 결정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연구진들은 다누리가 임무수행기간(1년)이 끝날 시점인 2023년 12월께까지도 연료에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 되면, 운영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임무를 마칠 때는 달 표면에 충돌시켜 충돌 직전까지의 영상을 확보하거나, 동결궤도(Frozen Orbit)로 전환해 일정한 고도를 유지하게끔 하는 방안 2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모든 최종 결정은 정해진 임무수행 기간 종료 6개월 전인 2023년 7월에 이뤄진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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