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2년4개월만의 재수감 위기 면해...이제는 수사심의위 주목

검찰 “이재용 영장기각 아쉬워” vs 변호인단 “혐의 소명 안돼”
‘이재용 관여·지시’ 보강 수사 불가피…검찰 수사 동력 약화 관측

류수근 기자

webmaster@megaeconomy.co.kr | 2020-06-09 10:33:55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삼성은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며 크게 안도했다.


반면 검찰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오전 2시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 관여 혐의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전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2018년 2월 집행유예 판결로 풀려난 이 부회장은 2년 4개월 만에 다시 수감될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원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부터 장장 15시간 30분에 걸친 '마라톤 검토' 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삼성합병과 승계의혹 수사 관련 주요 일지. [그래픽= 연합뉴스]


앞서 원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 등 3명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이 부회장 심문은 8시간30분 만인 오후 7시께 끝났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1월과 2월 두 차례 영장심사를 받은지 3년 4개월만에 세 번째 심사였다.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이 부회장은 9일 오전 2시 40분께 대기하고 있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귀가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출석한 지 16시간여만이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 3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직후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고 입장을 냈다.


검찰은 "다만,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입장을 통해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회사 경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던 삼성은 "다행"이라며 일단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삼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기각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단 입장. [그래픽= 연합뉴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이틀 전인 지난 2일 검찰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타당성에 대한 판단을 구하고 싶다며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오는 11일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할 '부의심의위원회'를 개최한다. 부의심의위에서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이날 영장 기각으로, 삼성은 일단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 추후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정상에 가까운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 계획 등 최근 활발하게 이어온 경영 행보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으로서는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당장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도 특별검사팀이 1월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2월에 영장을 재청구해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이 부회장은 이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까지 꼬박 1년을 구치소에서 보내야 했다.


만약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가 나온다 해도, 검찰이 반드시 이 권고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닌 만큼 기소할 수 있다.


물론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각종 불법행위에 이 부회장의 관여·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이 법원에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음에 따라 검찰로서는 보강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현재 걸려 있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함께 또 하나의 커다란 사법 리스크를 상당 기간 짊어지고 가야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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