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줌인] “한국시장 아직 이해 못해”…취임 100일 맞은 오비맥주 외국인 사장, 배하준 리더십 ‘휘청’
청주공장 한달 간 제품 생산 중단 선언…“사전 협의 없었다” 노동조합 즉각 반발, 70% 임금 불만
소통부재 속 실적 악화…2년 연속 희망퇴직 실시, 특별세무조사, 매각설 등 악재 거듭
장주희
webmaster@megaeconomy.co.kr | 2020-04-09 17:49:15
[메가경제= 장주희 기자] 외국인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는 오비맥주의 상황이 여전히 녹록지 않아보인다. 벨기에 출신의 벤 베르하르트(Ben Verhaert, 한국명 배하준) 사장이 9일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직원들과 소통 부재와 한국 주류 시장 역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 6일부터 4주간 청주공장의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공장 중단 사유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중부 지역 맥주 판매 감소에 따른 재고 적체에 대응하기 위함이며, 설비 출하 등 담당 업무는 유지한다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앞으로 4주간 청주공장 내 300여명 인력 중 절반 가량을 휴무에 들어가도록 하는 한편, 휴무 직원들에게는 평균 임금의 70%를 급여로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사전 협의 없이 휴업을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만큼 휴업을 할 만큼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70% 임금 지급에 대해서도 성토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경기침체 등의 요인으로 전년대비 실적이 악화됐고 '세전·이자지급전이익(EBITDA)' 목표 달성을 못했지만 정부 지원을 통해 90%를 지급 해야 한다고 사측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흑자 기업이라는 이유로 휴업 사업장 정부 지원이 없다고 한다면 생산 중지도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반면 경쟁 업체인 하이트진로의 경우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모든 공장이 정상 가동 중이며 중지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다. 하이트진로는 유흥주점 제품 매출 비중은 줄었지만 가정용 매출 비중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새 수장으로 임명된 벤 사장의 한국 이름은 배하준, 발음을 최대한 살리고 물 하(河), 높을 준(峻)을 써서 '물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듯 바다처럼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끄는 리더십'이란 의미까지 담았다.
하지만 이름과는 반대로 배 사장은 취임 초부터 터진 실적부재와 ‘소통부재’의 문제로 리더십이 휘정거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인과 외국인 대표의 장단점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여러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인 사장은 국내 사정에 밝고, 임직원 소통이 편하다. 외국인은 한국인보다 글로벌 본사와의 교류가 원활하다. 본사가 실적 위주로 경영체제를 개선하고 싶을 때 외국인 대표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는 오비맥주는 직원들과 소통 부재에 한국 주류 시장 역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며 “배하준 사장 취임 이후 노조와 갈등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의하면 오비맥주의 2019년 판매량은 전년 대비 6.9% 줄어든 4억1925만ℓ를 기록했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8% 증가한 2억6412만ℓ를 팔아 격차를 줄였다. 같은 기간 점유율도 오비맥주가 49.5%에서 48.9%로 낮아졌고, 하이트진로는 26.9%에서 30.8%로 올랐다.
한 업계전문가는 “지난해 매출실적이 악화 되면서 2년 연속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한편, 특별세무조사, 매각설 등 악재도 거듭했다”면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 오비맥주가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적체로 휴업을 진행할 만큼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국내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고 하지만 여의치 않은 눈치다”고 덧붙였다.
앞서 배 사장의 전임인 브루노 코센티노(Bruno Cosentino, 한국명 고동우) 사장은 취임한지 2년(2018년~2019년)만인 지난 1월 1일 AB인베브 아프리카 지역 담당 마케팅 총괄 임원(CMO)으로 자릴 옮겼다. 전임인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자르딤(Frederico Freire Jardim, 한국명 김도훈) 전 사장의 임기 3년(2014년~2017년)을 채운 것에 비해 짧기 때문에 ‘좌천성’ 인사로 보고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전례가 있는 만큼 배 사장도 같은 수순을 밟지 않게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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