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야쿠르트 아줌마의 죽음…“예견된 사고, 인재(人災)로 번지나”

전동카트 브레이크 고장 추정…한국야쿠르트 “정기점검 따로 안해”
국과수?정밀 감식 통해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시급
신규 사업 확대로 배송직원들 업무강도 피로감 높아, 안전장치 미흡 위험노출

정창규

kyoo78@gmail.com | 2020-03-12 17:42:45

브레이크 고장으로 추정되는 야쿠르트 전동카트가 인도를 들이받았고, 연석에 걸리며 전도됐다.(사진=부산경찰청)

[메가경제=정창규 기자] 한국야쿠르트가 방판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로 불리는 배송직원(프레시 매니저·FM)이 배달 업무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놓고 예견된 사고로 안전장치 미흡과 안일한 대처가 이번 사고를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산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0분께 부산 해운대구 한 내리막길에서 야쿠르트 전동카트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인도를 들이받았고, 연석에 걸리며 전도됐다. 당시 카트를 몰던 50대 여성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부산경찰은 전동카트 브레이크 고장으로 인한 충돌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측은 “사고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이번 사고를 놓고 일각에서는 예견된 사고로 안일한 대처는 앞으로 또다른 ‘인재(人災)’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처음 보급된 후 전동카트(이하 코코)는 운전자에 대한 안전성과 위험이 늘 제기돼 왔다. 특히 헬멧 외에는 보호장구가 전혀 없고, 인도와 차도를 넘나들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왔다.


지난 2017년에는 부산의 야쿠르트 판매점에서 전동카트 배터리 과열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해 4월에는 프레시매니저가 인도에서 코코를 운행하다 보행자를 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또 해마다 안전장비 미착용으로 인한 구설수도 늘 있어왔기에 비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코코의 주 사용층이 중장년층인데다 특수제작된 원동기임을 감안하면 위험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9800대가 넘는 전동카트 코코에 대한 정기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사고 이후에도 무성의한 대처에 대해서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일이 아닌가 싶다”며 “브레이크 고장으로 추정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과수 정밀 감식을 통해 정확한 원인 규명은 물론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운행되고 있는 전동카트는 9800대가 넘기때문에 정기점검을 따로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다만, 수리 요청시 무상으로 AS를 진행하고 있다”고 입장만 되풀이 했다.


하이프레시 포스터 이미지.(사진=한국야쿠르트)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도 한국야쿠르트는 방판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야쿠르트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의 새벽 정기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면대면 저녁배송’인 ‘하이프레시 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는 프레시 매니저들의 저녁배송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저녁 6시~11시 사이에 주문을 하면 퇴근 직후 귀가하며, 늦어도 자정 전에는 요구르트 제품은 물론 ‘잇츠온’이나 ‘밀 키트’ 등의 가정 간편식을 집 현관에서 배송해야 한다. 이어 새벽배송은 음식이나 상품을 오후 11시가 넘어 주문해도 다음날 오전 6시면 집 앞에 가져다 놔야한다.


특히 새벽배송은 주간근무보다 피곤할 수밖에 없고, 심야시간에 운전을 하는 만큼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여성으로 이뤄진 프레시 매니저들이 새벽부터 늦은 시간대까지 활동하는 것에 대해 체력적인 피로감은 물론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새벽배송 업체 관계자는 “쿠팡, 마켓컬리 등 새벽 배송원 대부분이 남성들로 이뤄져 있다”며 “새벽 배송의 경우 체력적으로 피로감을 더 느낄수 있고 각종 안전사고는 물론 돌발 상황에 대한 사전 대비에도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프레시 매니저들이 상당수 직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지난 2008년 전국에 618개로 정점을 찍은 한국야쿠르트의 방문판매망이 해마다 축소되고 있었다. 지난 2011년 598개로 600선이 무너진 이후 2014년 584개, 2016년 541개로 해마다 1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536개로 정점 대비 13.2%나 감소, 현재 1만1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판매망 축소율은 ‘프레시 매니저’의 감소율과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판매거점을 없애면서 프레시 매니저들도 직장을 떠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2017년 첫 선을 보인 ‘하이프레시’의 지난해 8월 기준 회원수는 68만 명으로 매출은 약 12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83% 신장하는 등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인력을 오히려 점점 줄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 부담은 더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프레시 매니저의 경우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일반적인 ‘워킹맘’이 아닌 ‘부업형 워킹맘’이라는 사실과 무관치 않게 보고 있다. 최근에는 유통을 강화하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부업형으로 근무했던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집 근처 판매거점이 사라지고 신사업에 의한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남성들도 하기 힘든 새벽·저녁일을 하는 것도 회사를 떠나는 배경이다”며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업무강도는 앞으로 더 늘어나 피로감으로 인해 안전사고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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