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통계없는 간병살인, 다중간병 등 간병가족의 절규, 그 비극의 원인과 해결책은?

류수근 기자

webmaster@megaeconomy.co.kr | 2020-02-15 23:22:19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오랜 기간 아픈 가족을 돌보며 어려움을 겪다가 환자를 살해하거나 동반자살하는 것을 ‘간병살인’이라고 부른다.


‘간병살인’은 우리나라보다 일찍이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서 1980년대부터 사회문제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를 향해 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간병살인’은 점점 더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15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되는 SBS 탐사추적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예기치 못한 고백-간병살인을 말하다’라는 부제로, 5년 전에 일어났던 한 간병살인의 진실에 접근한다.


간병살인과 관련된 슬픈 소식은 모두가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하던 시점에서도 잇따라 들려왔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캡처]


지난달 5일에는 치매 어머니가 아들이 숨을 거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두 달이나 함께 지내다 집주인에게 발견됐고, 같은달 7일에는 파킨슨병을 앓던 어머니와 그 옆에서 뇌출혈로 사망한 딸이 요양보호사에게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최근 일어난 '독박간병'의 비극적인 사례들이다.


간병살인은 왜 일어날까?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예고에 따르면, 서동민 사회복지학 교수는 “돌봄이라는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하나씩하나씩 관계가 끊어지고, 단절되고. 상실되는 과정들을 경험을 해왔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가 추적할 사건은 2015년 9월 12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났다. 고속도로 옆 인적이 드문 시골길에 정차된 차 안에서 한 여성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당초 이 사건은 한 남성이 “차에서 여자가 죽은 것 같다”고 112로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여성이 사망한 채 발견된 차 앞 유리는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고 차량 내부에는 수면제와 양주 등이 발견됐다.


사건 신고자는 사망한 여성의 전 남편이었다. 정황상 자살로 보였던 이 사건은 현장에 출동한 형사의 수사경험이 낳은 ‘촉’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후 사망한 부인 명의의 보험이 발견되면서 전 남편은 신고자에서 용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그는 몇 개월 뒤 재판에서 자살방조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캡처]


“그 상황을 갖다가... 뭐 어떻게 인위적으로 조작을 해갖고 더 열심히 해갖고 극복할 수 있는 상황도, 피해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잖아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을 만난 전 남편은 자신이 부인의 자살을 도왔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유방암 3기로 팔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던 전 부인은 12년 전 이혼한 그에게 연락해 자신의 자살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당시 전 남편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노모를 간병하고 있었고, 말기암환자인 부인이 키우던 장애인 딸마저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다중간병’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전 남편은 10개월 동안 부인을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 날 전 부인의 바람대로 차에서 자살을 도왔다고 털어놨다고 예고됐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예고 캡처]


“제 죽음은 제가 선택한 겁니다. 죽더라도 남편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주세요.”


아내가 남긴 메모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또 부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죽음의 드라이브’, 그날 둘 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이 사건과는 별도로 두 달 간 간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심층취재했다.


그런데 가족이 치매나 장애를 겪게 되면서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 나머지 가족들은 하나같이 환자가 죽던지, 보호자가 죽던지, 지금의 상황을 끝낼 수만 있다면 죽음이 차라리 더 나을 거라 입을 모았다고 한다.


가족 간 살인은 반인륜적인 범죄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범죄에 ‘간병’이라는 냉엄한 현실이 연관되면 다르게 보는 시각들도 존재한다.


'독박간병' '노노간병' '다중간병'...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절망적인 간병가족의 현실에 맞닥뜨리면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족의 일은 가족끼리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회적 현실이다. 그렇다고 간병살인을 용납할 수는 없을 터다. 그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복지체계에는 어떤 허점이 있는 것일까?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살인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절규는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고, 또 간병살인을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과 어려움에 처한 간병가족의 고백을 들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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