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삼성전자, 어닝쇼크 예고… 이례적 자율공시, 그 의미는?
강한결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9-03-27 12:26:42
[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어닝쇼크’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1분기 예상실적 설명자료를 공시했다. "1분기 전사 실적이 시장 기대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삼성전자의 행보는 이례적이었다. 올 초 삼성의 최대 라이벌인 미국 애플이 올해 1분기(한국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리라 예고한 것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었다.
삼성전자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자율공시를 통해 전반적인 실적 상황에 관해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올 1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치를 낮추는 동시에 주주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의 원인을 '디스플레이·메모리 사업의 환경 약세'로 진단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해서는 "LCD 패널의 비수기 속 중국 패널업체의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증가로 당초 예상 대비 가격 하락폭이 확대됐다"며 "플렉서블 올레드 대형 고객사 수요가 감소하고 LTPS(저온다결정실리콘) LCD와의 가격 경쟁이 지속됨으로써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메모리 사업의 경우 "비수기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약세 속에서 주요 제품들의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 대비 일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는 그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돼 현재 7조7000억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날 공시를 보면 시장의 낮아진 눈높이마저도 충족시키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영업이익이 6조원 수준까지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율공시로 1분기 예상실적을 설명한 것은 시장의 실적 예상치가 실제보다 여전히 높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두고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큰 혼란이 닥쳐올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서 애플도 비슷한 조치를 취한 바 있지만, 발표 이후 뉴욕증시가 한 주 이상 폭락 장세를 이어가는 등 홍역을 치렀다. 국내 증시 또한 그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최악의 상황은 삼성전자의 실적발표치가 자율공시 이후 제시된 시장의 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경우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적 발표 이후에 대한 시장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어려운 경영여건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기술리더십을 기반으로 제품 차별화를 강화하면서 효율적인 리소스 운용을 통한 원가경쟁력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 등 핵심역량 강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개혁과 혁신을 통해 정상의 위치에 올라섰다. 1993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발언으로 '신경영'을 선언했다. 올초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재용 부회장은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삼성전자가 진짜 실력이 무엇인지 보여주어야 할 때가 코앞에 닥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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