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분석] 최악 소득격차 원인중 하나는 고소득자 수입증가
강한결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9-02-22 18:30:47
[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지난해 4분기 소득 격차가 역대 최악 수준으로 벌어졌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가구 평균 소득(균등화처분가능소득)은 5배 이상 차이가 났다.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술혁신으로 생산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반도체·금융산업 등의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기존의 고소득 취업자에게 이익에 집중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취약계층의 소득을 올려 부의 양극화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오히려 모순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비롯한 저소득층은 실직 등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고소득층은 안정적인 일자리로 임금 인상 혜택을 온전히 다 받아 소득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이다.
22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은 월평균 932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10.4% 늘었다. 2003년 통계집계 시작 이후 같은 분기 기준으로 최고 증가율이다.
통계청은 5분위 가계의 근로소득 증가가 가구 내 취업 인원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5분위 가구의 평균 취업가구원 수는 2017년 4분기 2.02명에서 작년 4분기 2.07명으로 0.05명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1분위 가구의 평균 취업가구원 수는 0.81명에서 0.64명으로 0.17명 감소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은 9만7000명으로 2009년 8만7000명 감소한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어려운 고용 상황에서 그나마 증가한 일자리는 5분위 가구에서 차지했고, 1분위에서는 오히려 일자리를 잃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5분위 가구의 소득을 세부적으로 보면 근로소득이 688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2% 증가하며 소득 내 비중과 증가율 모두 가장 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36.8% 준 43만1000원이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하위 20% 가구의 평균 소득이 급감한데 대해 "지난해 4분기 중 상용직이 34만2000명 증가했지만 임시직은 17만명 감소했다"며 "취약한 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악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정책효과가 확대되고는 있지만 시장 상황이 분배를 개선하려는 정부 정책효과보다 더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소득격차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 상위 20%가 대거 포진된 금융·반도체업은 지속적으로 임금 상승이 이뤄지고 있지만, 소득 하위 20%의 일자리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 혹은 소상공인들의 타격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대표적인 고소득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은 최근 핀테크 등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지만 계속되는 무인화 경향으로 추가적인 고용은 많지 않은 상태다.
반도체업 역시 고용 유발 효과가 낮아 일자리 창출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역대급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어마어마한 성과급을 지급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경우 무려 1700%였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그 선상 아래 있던 이들의 임금 수준이 올라가면, 그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던 이들과 임금이 비슷해지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차상위 계층의 임금도 올라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최상위인 5분위의 임금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계열은 실적이 좋았지만 추가로 고용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고소득 취업자가 혜택을 누렸다"며 "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정부가 보호하려는 이들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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