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이슈] BMW 등 '한국형 레몬법' 수용키로…제도 정착 여전히 먼 길

강한결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9-02-21 16:51:13

[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새해부터 자동차에 하자가 반복되면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되고 있다.


'한국형 레몬법'은 1975년 제정된 미국 소비자 보호법인 '매그너슨-모스 보증법(Magnuson-Moss Warranty Act)'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매그너슨-모스 보증법'은 상원 의원 워런 매그너슨(Warren G. Magnuson)과 하원 의원 존 모스(John E. Moss)에 의해 발의됐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자동차 소비자 보호법의 이름이 '레몬법'이란 별칭으로 불리게 된 것은 어떤 연유에서였을까. 레몬법(Lemon law)에서의 '레몬(lemon)'은 영·미권에서 결함이 있는 자동차, 불량품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이는 달콤한 오렌지(정상 제품)인 줄 알고 샀는데 매우 신 레몬(불량품)이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연합뉴스]

1975년 제정된 레몬법은 1982년 주 단위로는 코네티컷주에서 최초로 시행돼 점차 모든 주로 확산됐다. 차량 또는 전자 제품에 결함이 있어 일정 횟수 이상으로 반복해서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조사는 소비자에게 교환이나 환불 또는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의 주요 골자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7월 31일 자동차관리법 시행에 맞춰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고, 지난달 1일부터 신차 구매 후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한 뒤 또 다시 하자가 생기면 중재를 거쳐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위 '한국형 레몬법'이 우리 사회에서도 작동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14일 기준으로 계약서에 교환 및 환불 보장을 명시한 곳은 국내 5대 완성차 브랜드 중 한국GM을 제외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였다. 여기에 수입차로는 볼보코리아가 유일하게 동참했다.


그리고 21일 기준으로 롤스로이스가 '한국형 레몬법'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여름 차량화재로 한국 국민들에게 공분을 샀던 BMW도 2019년 1월 1일 이후 차량을 인수한 고객에게 한국형 레몬법을 소급 적용한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롤스로이스 부티크에서 열린 '롤스로이스 모터카 서울 청담 부티크'오픈 행사에서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 CEO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볼보 코리아에 이어 롤스로이스, BMW 등이 한국형 레몬법을 수용하는 등 수입차 업체들이 하나둘씩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제도 정착까지는 여전히 먼 길을 가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레몬법의 가장 취약한 점은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가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 제도가 법적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신차 구매 계약 시 교환·환불 보장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규정한 사항을 계약서에 서면으로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제조사별 신차 계약 절차를 강제할 수는 없다.


또한 미국의 레몬법은 소비자 중심의 기초 법안을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이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레몬법은 그렇지 않다. 제조사의 과실이 인정되면 천문학적 액수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사실상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소비자들은 자신이 직접 차량 결함을 입증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 속에서 차량제조사와 법적 다툼을 해야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송에서 소비자가 패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전문가들은 레몬법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거듭나려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도요타가 급발진 관련 조사에 늑장 대응했다는 이유로 1조3000억원의 벌금을 물었던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이어 강력한 처벌 수단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제작사의 불복에 의한 소송만 남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레몬법에 대한 인식이 미약하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제조사가 거부할 경우 레몬법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관련법이 제대로 마련돼 진행된다면 국내외 제조사 누구나 예외 없이 레몬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자동차 분야에서 심각한 푸대접을 받아왔다.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제대로 받은 사례가 거의 전무할 정도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레몬법이 '희망고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 부처는 제대로 된 법안을 마련해 왜곡된 시스템을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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