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제조업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 담보 못해"
19일 산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서 제조업 경쟁력 강조
이필원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9-02-19 16:37:28
[메가경제 이필원 기자] 제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 독일은 2010년부터 제조업 선진화를 목표로 하는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15년 3월엔 중국이 제조업 발전 전략을 담은 '중국제조 2025'를 발표했다. 그만큼 세계 각국은 제조업에 집중적 투자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현실을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중소기업 경쟁력은 63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제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총재는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생존의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이 총재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 동향 간담회에 참석했다. 앞서 경제학계 전문가들과 만남이었던 평소와 달리 이날 간담회는 주력 산업계 관계자들과의 자리였다.
간담회에는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임승윤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염용섭 SK경제경영연구소장 등 디스플레이, 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 주력산업을 대표하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제조업을 둘러싼 경쟁환경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최근 제조업 경쟁환경 변화는 우리나라에 우호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적절한 대응전략을 통해 우리 제조업이 재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제조업에서 스마트 팩토리, 리쇼어링, 글로벌 가치사슬 등 새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며 이는 제조업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가 여러 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 총재가 언급한 '스마트 팩토리'는 설계·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생산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하여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공장을 의미한다.
'리쇼어링(reshoring)'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기업들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싼 인건비나 판매시장을 찾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반대 개념이다.
'가치사슬(Value chain)'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주창한 개념으로 기업이 원재료를 사서 가공·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가치사슬은 크게 지원부분과 운영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운영부분은 조달에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부분이며, 지원부분은 연구개발, 재무, 인사와 같이 직접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는 않아도 이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고, 더욱 높은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이 총재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해 집중적으로 역설했다. 그는 "글로벌 가치사슬 확대 과정에서 생산기지 역할을 했던 아시아 주요국의 내수 비중이 커지고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국제분업 유인이 약화했다"며 "제조업을 둘러싼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독일, 미국 등 주요국에서 수년 전부터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으며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생존의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2시간에 걸친 짧지 않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국내 주요 산업의 향후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제조업 환경 변화에 맞춰 기존 규제를 신속하게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등의 정책을 통해 제조업체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평소와 달리 산업계 핵심인사들과 함께 한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위기해결을 위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머리를 맞댄 이들이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해결할 묘수를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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