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탐구] 실패가 용납되는 혁신창업 생태계 만들기?
유원형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9-01-27 21:45:12
[메가경제 유원형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3대 축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이다. 정부는 집권 2년째인 지난해까지는 소득주도성장을 맨앞에 뒀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발목이 잡히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일자리창출은 목표에 훨씬 못미쳤다. 한국경제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올들어서는 3대 정책기조 중 혁신성장을 부쩍 강조하며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정부의 의도대로 혁신성장이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혁신성장을 통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으려면 어떤 선결조건이 필요할까? 전문가들마다 진단은 상이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올바른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혁신산업의 창업 및 투자를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혁신산업의 특성상 실패확률도 큰 만큼 ‘실패가 용납되는 창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는 최태원 SK회장의 ‘실패 용납’ 소신발언이 주목을 끌었다. 최 회장은 “혁신성장의 기본 전제는 실패에 대한 용납”이라며 정부 정책의 철학에 실패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최 회장은 "혁신을 할 때 무조건 실패한다. 그리고 잘 안 된다"며 "혁신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사회가 용납을 못하면 이것을 용납하는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은 규제혁신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혁신성장의 조건과 관련해 "최고의 인력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유인방향과 투자를 강조했다.
이날 최 회장의 소신 발언은 세계의 혁신산업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의 생태계를 연상시켰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에 분포한 계곡지대로, 전기전자, 컴퓨터, 파이오 등 첨단기술기업 집적지역의 통칭이다. 산타클라라, 산마테오, 알라메다, 산타크루 등 4개 카운티 지역에 걸쳐 산호세 등 12개 도시를 포함한다.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1939년 휴렛과 팩커드가 스탠퍼드 대학의 한 허름한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한데서 비롯되었고,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은 저널리스트인 돈 훼플러(Don Hoefler)가 1971년 반도체 주간 신문인 일렉트로닉 뉴스(Electronic News)의 연재기사에서 제목을 ‘Silicon Valley in the USA'라고 사용한 것에서 출발했다. 지리적인 경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인구가 약 290여 면적은 경기도 절반정도인 4800㎢ 크기에 속한다.
실리콘밸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세계 기업가치 상위를 점령한 IT공룡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이며, 수많은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노는 광장이자 희망의 땅이다.
전세계 지도를 보면 점 하나에 불과한 이곳이 세계 혁신산업을 주도하는 성지처럼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바로 창업이 자유롭고 인재가 넘쳐나는 것은 물론,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스타트업 지원 환경을 꼽는다.
스타트업기업의 창업성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에게는 그 어떤 요인보다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이 왕성하기 일어나는 환경 조성과 더불어 초기자본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정부의 스타트업 기업 지원정책이 기술력을 보유한 예비창업자 및 스타트업을 화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틀에 박힌 지원정책에서 벗어나 더 적극적이면서 능동적인 운영전략에 기반을 둔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지원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스타트업에 실패한 이들이 실패를 거울삼아 재도전할 수 있는 제도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규 창업 단계에서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신규창업의 초기 리스크를 줄일 가능성이 높은 재창업의 활성화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간 실패기업인에 대한 재창업 지원은 양적인 면에서는 늘었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하나 더 중요한 것은 공정한 생태계 조성이다. 창업자의 아이디어 가치를 인정받는 구조 속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창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제대로 혁신생태계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학(원)생의 창업 선호도는 6.1%에 불과했다. 이들은 창업에 대한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실패에 대한 높은 위험부담’을 뽑았다. 여전히 사업실패는 패가망신이라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을 만큼 사업에 실패한 기업인은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에 직면하는 게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다.
국내의 벤처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실리콘밸리처럼 혁신성장이 체질화된 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초기 창업지원은 물론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제도의 개선과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위키피디의 성공까지는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창업가 정신과 혁신을 위해서는 무한정 실패를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 2012년 5월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2012 대한민국 학생창업 페스티벌’ 특강에서 위키피디아 창업자 지미 웨일스가 한 말이다.
창업 이후 초기 단계의 투자 확보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확보하고 이후 지속적인 자금 투자를 통해 혁신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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