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초점] 국민연금, '오너갑질' 한진에 주주권 행사 시동

강한결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9-01-17 18:44:09

[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국민 노후자금 637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10년 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 밝혀져 국민들에게 충격을 전했다.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 부문에서 손실을 낸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연금은 부진한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등 투자 다변화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사회적 물의를 빚어 주주가치를 훼손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한진그룹을 상대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16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2019년도 제1차 회의에서 산하재단인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로 하여금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여부 및 행사 범위를 검토하여 보고하도록 결정했다.


이 안건은 작년 12월, 기금위 위원 중 일부가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제안함에 따라 상정됐다.


기금위 결정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개최하여 대한항공?한진칼 대상 주주권행사 여부 및 주주권행사 시 주주활동 내용 및 범위를 논의토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공단은 주주권 행사 이행 여부 및 주주활동 범위 등을 2월 초까지 최종 결정하게 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의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올 한해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적극 지원하고, 기금의 장기 수익률을 제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의 오너 일가는 계속되는 갑질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조양호 회장 역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납품 통행세를 챙기는 등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7월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제한적 경영 참여의 길을 연 국민연금의 첫 대상은 갑질논란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으로 낙점됐다.


앞서 한진그룹의 오너 일가는 계속되는 갑질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갑질,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해 '물컵갑질',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직원폭행으로 논란을 초래했다. 조 회장 또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납품 통행세를 챙기는 등 27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주주 활동 등 수탁자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규정한 행동지침이자 규범이다.


재계는 국민연금의 이번 행보를 경영 개입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실적 등과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오너에 대해선 철퇴를 내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파괴력을 갖는 이유는 보통 주요 결정을 할 때 연기금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으로선 대장역할을 하는 연기금의 마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외 삼성전자(10.05%), 신세계(13.62%), 효성(10.03%) 등 대기업을 비롯해 300개에 가까운 기업의 지분을 5%이상씩 갖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오너가 검찰수사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을 경우 주총에서 재신임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의 의결만 거치면, 경영진 일가의 사익 편취에 일조하거나 갑질 등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린 회사의 임원에게 해임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10년만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던 국민연금이 올해 투자 다변화를 통해 구겨진 체면 만회에 나선다. 이와 함께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기업 오너일가를 견제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아직 국민연금의 선택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경제발전과 주주이익 등을 면밀히 고려하며 운영의 묘를 발휘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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