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초점] 기업인과 자유토론한 문 대통령, 과거와 달라진 점은?

강한결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9-01-16 17:31:06

[메가경제 강한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기업인들과 맥주를 마시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정부의 경제 정책과 일자리 정책 등이 논의됐고, 기업인들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보복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며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새해 벽두 문 대통령은 1년 6개월만에 다시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남을 가졌다. 지난 15일의 '2019 기업인과의 대화'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간담회는 이전의 호프데이와 사뭇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기업인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 현안"이라며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 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며 동시에 국가 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용과 투자에 나서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기업인들은 격의 없이 이뤄진 대화 속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요한 요구들을 언급했고, 문 대통령은 이를 경청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간담회 사회를 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청와대와 정부 참석자들을 향해 "불편한 얘기가 있더라도 경청해주시길 부탁한다"며 소통 분위기를 조성하자 기업인들은 앞다퉈 건의사항을 쏟아냈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KT 황창규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 데이터는 '쌀'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풀면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황창규 KT회장이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규제 샌드박스가 실현되면 제한적으로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실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경과를 봐서 최대한 규제를 바꾸는 노력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공무원이 할 수 있다고 규정된 것 외에 행정적인 행위를 할 경우 나중에 감사원에서 '왜 근거 없는 행정을 했느냐'라고 문책해 소극적 행정을 하게 되는데 이는 감사원에 협조를 구해 소극적 행정을 문책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를 두고 공무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있으나 문 대통령은 대안까지 제시하며 규제혁신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청와대는 대기업·중견기업인과의 대화 하루 만인 16일 속도감 있는 규제 혁신을 예고하는 등 발 빠른 후속 조치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의 아픈 손가락인 일자리 문제도 화두가 됐다. 문 대통령은 "뭐니 뭐니 해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가 좋은 일자리, 둘째가 상생과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공감을 표했다.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에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명'은 꼭 지키겠다"며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그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한 것처럼, 기업인들도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최태원 SK회장은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성장'에 대해 "정말 반가워할 얘기이고 잘됐으면 한다"고 평가한 뒤 3가지 구체적인 당부 사항으로 "실패에 대한 용납,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환경 조성, 인재 육성" 등을 제시했다.


최태원 SK회장이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 회장은 또 SK그룹이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육성 사업과 관련해 "사회적 기업과 관련된 법들이 (입법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적극적으로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규제혁신 방안을 비롯해 청와대가 기업인들의 민원 해결에 즉각 착수한 것은 현장 소통을 통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기업인 기(氣) 살리기와 맥이 닿아있다.


일각에서는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당분간은 기업과의 밀월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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