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View] 아쉬움과 기대 교차한 靑 신년회견
류수근 기자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9-01-11 14:12:52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신년회견의 주된 내용은 역시 경제였다. 대통령의 신년회견은 그 특성상 국정 전반을 다룰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견문의 분야별 주제 배분 비율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 비율 자체도 대통령 회견문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의 하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올해 대통령의 신년회견은 경제에 50% 이상의 비중을 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경제에 대한 내용이 회견문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올해 신년회견의 핵심 주제를 경제로 삼은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장기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대북 문제에 온통 체력을 소진하기보다 시급한 현안인 경제 문제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들어 청와대가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을 대북 문제에서 경제 문제로 옮겨가고 있는 기류와도 맞아떨어진다.
이날 회견문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를 35번이나 입에 올렸다. 특히 반가운 건 ‘성장’을 29회나 거론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분배에 신경을 집중하느라 성장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성장 정체가 고용 부진의 근본원인이라는 비판도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따라서 이번 회견은 청와대가 그 같은 비판에 비로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기대를 갖게 할 만했다. 같은 맥락에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이란 단어를 한 차례만 거론한 것도 고무적이라 평할 수 있다.
평가할 만한 내용은 이뿐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회견을 통해 고용 부진 현상을 솔직히 인정하며 괴로운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고용지표가 부진하고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쉽고 아픈 점이었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고용정책 실패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정책 실패를 인정한데 이어 원인 분석이 뒤따를 줄 알았으나 회견 내내, 심지어 질문답변 과정에서도 고용 부진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점이 올해 신년회견이 남긴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대통령의 언급은 없었지만 고용 부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책적 오류라는 게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좀 더 범위를 좁히면 그 직접적 원인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귀결된다. 최저임금 인상은 분배에 방점을 찍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대표적 실행방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신년회견문이 소득주도성장을 더 이상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속에 담긴 선의(善意)는 유지하되 더 이상 주된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이해된다.
문 대통령이 이전과 달리 ‘성장’에 무게를 실으며 혁신성장을 유독 강조한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그간 분배에 체중을 실어온 것과 달리 앞으로는 성장에도 신경을 쓰면서 둘을 적절히 조화시킬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사실상의 분배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실질적인 성장 정책인 혁신성장, 그리고 성장에 포용의 개념을 더한 공정경제 세 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다만, 지금까지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주도로 소득주도성장이 주연 행세를 하면서 이런저런 부작용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이 물러나고 2기 경제팀이 활동을 시작한 이상 경제정책 3축에 대한 힘의 안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혁신성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신년회견 메시지 또한 그 같은 다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믿는다. 그 과정을 통해 1기 경제팀이 겪은 시행착오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경제 정책의 성과를 온 국민이 체감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신년회견 약속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대표필자 편집인 류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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