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상장 진에어 VS 제주항공, 치킨게임 승자는?
제주항공 악재 많아 진에어에 밀리는 건 시간 문제
조철민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7-11-26 10:16:27
[메가경제 조철민 기자] 12월 8일 코스피 상장을 앞둔 진에어가 저비용항공사(LCC) 라이벌 제주항공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24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 등 주요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공개(IPO)를 공식 선언했다.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는 이 날“앞으로 국내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하겠습니다. 아시아 대표 LCC(저비용항공사, low cost carrier), 궁극적으로는 세계 최고의 LCC가 되기 위해 더 높이 비상하겠습니다.”고 상장을 앞둔 포부를 밝혔다.
진에어의 희망 공모가밴드는 2만6800~3만1800원으로 이번 상장을 위해 구주매출 900만주, 신주 모집 300만주를 포함해 총 1200만주를 공모한다. 이에 따른 공모규모는 3216억~3816억원이며, 상장 후 유통주식 수는 3000만주로 시가총액은 8040억~9540억원이 돼 공교롭게도 공모 상단가 책정시 시가총액은 현재 제주항공 기업가치와 동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에어는 23일부터 24일까지 기업공개(IPO) 수요 예측을 실시, 28일께 공모가를 확정한 후 오는 29~30일 청약을 거쳐 다음달 8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진에어는 2008년 7월 김포-제주 노선으로 영업을 시작한 LCC다. 설립 당시 대한항공이 100% 출자해서 설립했다. 지금은 한진그룹 지주사 체제 개편을 거쳐 한진칼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한진칼은 조양호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있다.
진에어의 올해 3분기 누적매출은 6564억원, 영업이익은 7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 7438억원, 영업이익 839억원을 기록한 제주항공에 이어 LCC업계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진에어의 시총은 공모희망가 상단 기준 9540억원으로, 23일 종가기준 제주항공 기업가치 9541억원과 엇비슷하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자회사형 LCC로 연말 기준 기재 24기(B737-800 20기, B777-200ER 4기)로 11개국 36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올해 10월 누계 기준 국내선 점유율은 11.7%, 국제선 점유율은 6.3% 수준이다.
진에어는 국내 LCC 가운데 유일하게 대형기(B777-200ER)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와이와 호주 등 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뿐 아니라 장거리 노선 비수기에 운수권 제약이나 슬롯(Slot) 제한이 있는 인기 공항(제주, 후쿠오카, 오키나와, 삿포로 등)에 대형기를 투입, 증편 없이도 공급을 늘리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슬롯이란 시간당 이착륙 회수를 뜻하는 용어로, 제주공항의 경우 35회가 최대치다.
진에어의 최대 강점은 역시 대한항공과의 시너지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항공기 리스, 정비, 여객 서비스 등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중대형 항공기 보유에 따른 비용 상승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의 공동 운항과 환승 수송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효과도 누린다.
3분기는 필리핀 노선 부진과 기저효과 탓에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늘어난 232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1.7% 줄어든 314억원을 기록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진에어의 필리핀 세부 노선은 하루에 4번씩 운항하는 만큼 비중이 크다”며 “하지만 필리핀 민다나오섬 계엄령으로 인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지난해에는 추석연휴가 3분기에 있었지만 올해는 4분기에 있어서 역기저효과가 발생했고, 유가도 오르며 수익성이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진에어는 2019년부터 동유럽 국가 취항을 시작하고 2020년까지 국내외 52개 도시, 79개 노선으로 취항 노선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매년 기재를 추가 도입해 2020년에는 중대형 항공기 8대를 포함해서 총 38대의 항공기 운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2015년 11월 LCC(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처음으로 증시에 입성한 제주항공 (35,800원 상승400 -1.1%)이 상장 두 돌을 맞았지만 주가는 답보 상태다. 공모가 3만원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이후 2만~4만원대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장 첫 날 제주항공은 공모가를 크게 웃돈 4만8100원에 마감, 시가총액 1조2000억원을 돌파하는 저력을 보였다. 당시만해도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비교되던 아시아나항공을 시총으로 압도하며 '꽃길'을 예고했던 제주항공이다.
화려한 데뷔 이후 실적 부진과 LCC 경쟁심화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유가 상승 등 영향으로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실제로 2년이 넘는 기간동안 첫날의 장 중 최고가(5만1500원)을 단 한 번도 넘어서지 못하며 '고점 상장' 지적까지 나왔다.
상장 당시 제주항공은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 2만8000원 보다 높은 가격인 3만원으로 결정됐다.
제주항공은 상장 이후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컸던 종목이다. 상장 직전인 2015년 9월에는 비상장주식시장 K-OTC에서 6만6000원까지 주가가 치솟으며 전년동기대비 260% 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상장 첫날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65% 오른 4만9500원에 형성됐고, 장 중 최고가는 5만1500원까지 올랐다. LCC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와 국내 LCC업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자 최초 상장사라는 프리미엄은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첫날 이후 2016년 말까지 1년 넘게 주가는 하락곡선을 그렸다. 1년만인 2016년 11월7일 종가는 3만600원을 기록, 올 1월에는 2만4000원대까지 내려갔다.
기대와는 달리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이 지속한 이유 중 하나는 실적 부진이다. 그렇다보니 최고실적을 달성한 시기에 상장을 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제주항공이 제주도와의 국내선 운임 인상 소송에서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4만8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도가 제주항공을 상대로 '항공요금 인상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며 "이번 항소심에서 원심이 파기되고 제주항공이 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방 연구원은 "판결이 확정되면 제주항공은 인상 전 수준으로 요금인하를 하거나 요금을 유지하면서 간접강제금 1일 당 1000만원씩을 제주도에 지급하게 된다"며 "지난 3월30일 인상분을 반납한다면 연간 매출 영향은 25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프로모션 축소로 단가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며 "하지만 판결 확정 시 향후 제주도와 협의 없이 국내선 운임을 인상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어 센티멘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1·2위 항공사인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치킨게임'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경쟁심화 우려에 따른 주가 하락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LCC들로 경쟁이 심화될 순 있지만 제주항공에 실적에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내년 항공기 도입이 늘어나면서 치킨게임이 일어난다면 장기적으론 제주항공과 진에어 등 상위업체들이 살아남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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