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캐나다 통화스와프, 첫 ‘무기한-무제한’ 마이너스통장 개설...달러,엔화 기축통화는?

김민성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7-11-16 12:13:09

[메가경제 김민성 기자] 무기한-무제한의 ‘외환 마이너스 통장’ 개설.


한국이 처음으로 캐나다와 만기와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통화스와프 상설 계약을 체결, 새로운 형태의 대외 안전판을 확보하는 전기를 마련했다.


캐나다는 신용등급 최상위 선진국. 사실상 기축통화로 평가되는 캐나다 달러와 파격적인 조건으로 ‘외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게 됐다. 지난달 중국과 통화스와프 협정 연장에 이어 외환위기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6일 캐나다와 원화-캐나다 달러화 통화스와프 상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캐나다 오타와 캐나다중앙은행 본부에서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와 한국-캐나다 통화스와프 상설 협정 협약서에 사인했다. 협정은 만기와 한도를 사전에 정하지 않는 파격 조건으로 서명 즉시 발효됐다. 한국 캐나다 양국 중앙은행은 자국의 금융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통화스와프를 통해 상대국 자금을 자국 금융기관에 수혈할 수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캐나다 양자 통화스와프 체결 브리핑에서 "이는 상호간 무기한-무제한 지원으로 알려진 6개 주요 기축통화국들 간에 맺고 있는 통화스와프와 동일한 형태로서 우리나라가 이러한 형태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첫 번째"라고 밝혔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독일, 호주, 스위스, 스웨덴, 싱가포르 등 소수만 인정받는 최고 국가신용등급(AAA) 국가인 캐나다가 5개 기축통화국을 제외하고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나라는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다.


캐나다 달러는 외환보유액 구성 5위, 외환거래 규모 6위에 해당하는 주요 국제 통화다. 또 미국-유로존-일본-영국-스위스-캐나다 등 6개 주요 기축통화국들간 한도를 정하지 않은 무기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런 통화스와프 네트워크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릴 수도 있게 됐다.


김 부총리는 "이번 통화스와프는 주요 선진국중 하나인 캐나다가 경제, 금융시장의 안정성 측면에서 우리나라를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했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특히 이번에 합의한 통화스와프가 그간 캐나다가 여타 기축통화국들과 체결한 것과 동일한 형태의 표준계약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로써 양자간 통화스와프 체결 국가는 5개국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를 통해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1168억달러 수준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현재 연장 협의 중인 아랍에미리트(54억달러)를 포함하면 양자 간 협약 규모는 1222억달러로 늘어난다. 한국은 올해 들어 말레이시아(47억달러), 호주(77억달러), 인도네시아(100억달러)에 이어 지난달 중국(560억달러)과 계약을 연장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기축통화와 통화스와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까.


한국은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와 통화스와프를 유지했으나 현재는 연장이 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고 일정 부분 위기 탈출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었다. 2010년 협정이 만료된 뒤 연장협상에 진척이 없다.


한국은 절실하지만 미국이 한미 자유무엽협정(FTA) 개정협상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통화스와프 체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엔화를 맞바꾸는 협상은 정치, 역사적인 문제로 지지부진하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2001년 20억달러에서 출발해 2008년 300억달러를 거쳐 2011년에는 700억달러까지 규모가 점차 커지다 줄어들면서 2015년 종료됐다.


지난해 8월 협상이 재개됐지만 지난 1월 ‘소녀상’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본이 협상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달 기준으로 3844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국민정서를 담보로 통화스와프 재개를 서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외환보유액 증가세가 꺾이면서 북한리스크 등으로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마이너스통장’ 통화스와프보다는 확실한 ‘적금’인 외환보유액 축적에 집중하고 국내 투자로 들어온 해외자금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캐나다 통화스와프 협정으로 대외 안전판을 확대했다는 의미는 크지만, 무엇보다 외환위기의 악몽을 막는 제1 안전망은 외환보유액뿐이기 때문이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