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그동안 말도 많더니 결국

조철민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7-10-05 15:45:06

[메가경제 조철민 기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결국 개정 협상에 돌입했다. 개정을 두고 미국과 줄다리기를 한 우리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든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개정협상이 본격화된 가운데 그 배경과 핵심 사안이 무엇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제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결과, 양국이 FTA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2차 한미 FTA 공동위 특별회기를 열었다. 우리 측 수석대표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미국 측에서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이렇게 시작하게 된 배경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압박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우리 측은 지난 5년간 미국의 대한 수입보다 한국의 대미 수입과 관세철폐 효과 간 상관관계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장기적으로 FTA가 양국 간 균형있는 경제적 혜택을 가져온다며 개정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측은 한미 FTA 관련한 각종 이행이슈들과 일부 협정문 개정 사항들을 제기하며 개정 협상을 요구했다.


이에 우리 측은 현행대로 한미 FTA를 유지하는 게 가장 좋지만 개정 협상이 필요하다면 앞서 FTA 효과부터 분석하자고 제안했으나 미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미 측의 개정 압박이 지속되자 결국 우리 측은 협상 테이블에 나서게 됐다. 한미 FTA를 두고 ‘끔찍한 협상’이라고도 표현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백기를 든 것이다. 특히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에게 우리 측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FTA 폐기를 불사할 수 있다는 ‘미치광이’ 이미지를 심어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 서한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 블러핑(엄포)은 아닌 것 같다”고 발언한 것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해준다.


우여곡절 끝에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대미 무역 흑자의 요인으로 지적됐던 철강·자동차, 농업 분야가 위기를 맞게 됐다.


타격이 가장 우려되는 업종은 자동차다. 무관세 원칙이 관세 부과 원칙으로 변경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154억9000만달러로 우리의 미국차 수입액(16억8000만달러)의 9배에 달하는 만큼 그 피해 규모가 매우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철강제품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재 철강은 미국의 철강수입 중 한국산 점유율이 2011년 4.9%에서 지난해 기준 8.0% 상승했고 한국의 대미 흑자는 2.5배 확대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미 FTA가 개정되면 1조5000억원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측이 농산물 수입관세 또한 즉시 철폐를 요구할 시 농업 분야도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2011년 한미 FTA 발효 당시, 우리나라는 578개 항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나머지 품목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다만, 쌀을 포함한 16개 민감한 항목은 양허에서 제외되고 마늘·고추 등은 15년 이상 장기 철폐하기로 했다.


그밖에 법률 등 서비스 시장의 추가 개방,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 지분 투자 허용 요구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측은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한 후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뒤, 통상조약 체결계획 수립에 착수한다. 이후 이 안건은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거친 뒤 국회보고를 하고 개정 협상 개시 선언에 들어간다.


미국 측은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라 양측이 개정합의를 이룬 뒤 의회에 협상 개시의향을 통보한다. 이는 협상개시 90일 전에 이뤄져야 한다. 이후 연방관보 공지, 공청회 등을 거쳐 협상개시 30일 전 협상목표를 공개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개정협상을 공식 선언한다.


한미가 개정 내용에 합의할 경우, 국내 절차를 다시 밟아 협정이 발효된다. 만약개정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폐기를 원한 한쪽의 서면 통보 날부터 180일 이내 자동 종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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