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도 공격한 성과연봉제, 무엇이 치명적인가
박인서
webmaster@megaeconomy.co.kr | 2017-01-30 16:15:11
[메가경제 박인서 기자] 지난해 노동계의 추투(秋鬪)를 불렀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다시 논쟁의 장으로 올라왔다. 대권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설 연휴 끝자락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과연봉제 강제도입 작살내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에 강제도입하고 있다" 는 성과연봉제를 질타해 주목을 끌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임금체계의 한 유형으로 노동자들의 업무성과에 따라 차등을 두어 급여를 보상한다는 성과급 임금체계를 말한다.
이재명 시장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근속연수와 직급이 아닌 한 해 개인별 성과에 따라 차등을 두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연봉이 매년 달라져 근로자 입장에서는 안정성이 떨어지며 조직 내 경쟁이 심화되고 평가하는 사용자 측 입지가 강화돼 근로자 지위가 약해지고 노동강도는 점점 세지게 된다. 또 시간이 지나면 노무비 총액이 축소되어 총임금이 전반적으로 하향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초 경쟁 부재로 인한 비효율, 근무연수와 자동승급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에 대한 개선책으로 공공기관들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비간부직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발표했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서 지지부진한 노동개혁의 돌파구로 산하 공공, 금융기관의 핵심 개혁과제로 내세운 게 성과연봉제라는 분석이다. 성과 중심으로 조직과 인력을 운영하고 일하는 분위기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거셌다.
노동계에선 그동안 국내외 연구와 사례를 들면서 성과연봉제의 도입에 따라 민간기업이나 공공, 금융기관의 직원들이 단기적인 업적주의와 성과 경쟁에 매달리게 되면 협업과 팀워크의 조직문화를 크게 해쳐 오히려 경영성과에 악영향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판론자들은 외국에서도 성과연봉제는 용도폐기된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일렉트릭, GM, 미쓰비시 등 글로벌기업조차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이미 포기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특히 공공성이 생명인 공공 부문에서 성과주의의 역기능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단기 업적을 중시하는 성과연봉제는 직원들의 비윤리적 업무행위를 부추겨 공공성과 국민복리를 배제시키는 결과를 낳다보니 미국도 2009년 완전히 폐지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공공기관 서비스에 성과제가 제대로 기능하는 국가는 없다"고 인정했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시장도 최근 방송 토론에서 설전을 벌였던 전원책 변호사의 의견을 끌어오면서 성과연봉제의 폐기 추세에 주목했다. 이재명 시장은 "저와 다른 경제관을 가진 전원책 변호사님도 미국에서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성과평가기준에 대해 소송이 계속 제기되어 폐지되었으며 영국에서는 금융권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가 무분별한 경쟁심화로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가 지속되어 큰 실패를 겪었다며 해외 실패 사례를 썰전에서 설명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이러한 해외 실패사례에 대한 성찰 없이 공공기관과 금융권 성과연봉제는 선이고 호봉제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강제도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과연봉제 수용론자는 현재의 호봉제가 종신고용을 전제로 일본이 만들어낸 임금체계를 그대로 받아들여 시행해온 임금체계로 이제는 우리의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호봉제가 바탕이 되고 있는 임금체계에서는 생산성이 줄어들고,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이고, 임금격차를 확대하며,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시간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성과연봉제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중요한 대목이다.
성과연봉제 반대론자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부작용의 위험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추진방식이 비정상적이며 심지어 불법적이라는 점에서 일단 중단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를 편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4%가 '노사합의로 추진', 68.3%가 '시행시기를 늦추고 합리적 대안 논의가 우선'이라는 여론이 나타난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서울시의 지방공기업들이나 서울대병원에서 노사자율에 따라 성과연봉제의 도입 여부를 결정키로 합의한 점도 유의미하다.
이재명 시장은 "성과연봉제는 근로자 지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사합의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와 일부 금융권에서는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강제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효율성보다 공공성이 중요시되는 분야에서 어떤 임금제도가 적합한 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며 노사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무원 철밥통'이라고 낙인을 찍어버리고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다보면 공공성과 목적성을 해치게 될 위험이 크다. 당장에 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하는 지도 논란이지만 국민에게 소리없이 다가가는 공공 정책을 장기적으로 시행해야 할 경우엔 효율성만 따지는 정량 평가가 아니라 공공성을 헤아리는 정성 평가가 더욱 중요할 때가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보듯이 공무원, 공공기관 사회는 비선실세나 권력에 기대려는 여러 이익집단이나 개인의 친분 관계로 각종 정책이 임의로 수립되고 수정되는 폐해가 있다. 정권 입맛에 따라 어제 잘 한 일이 오늘은 잘 못된 일로 둔갑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의 중립성에도 한계가 있다. 공정하게 처리했는데도 윗선으로부터 괘씸죄로 인사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를 최순실 게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공공선을 지키는 공직자나 공공단체 직원들이 단기 실적주의에 매몰되고 실세 권력에 기웃거리는 행태들을 통제하는 기제를 갖추는 게 더욱 시급한 일이다. 이런 구조적인 해결책 없이 기업에서 정교하게 접근해도 모자랄 임금체계인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기식으로 관철시키려 한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정책 실책도 없을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야당에선 이같은 성과연봉제 강행을 두고보지 않겠다며 전면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노사의 진지한 담론도 축소된 채 정권 말기에 강행으로 치닷는다면 정책 혼란에 따른 비용은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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