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인터뷰] 배건욱 역사문화해설사 "모든 인간은 길에 흔적을 남기고 우리는 그 흔적을 살피며 그들과 대화를 합니다"
박정인 객원
| 2022-09-23 23:16:29
수원화성 장안문 앞에 20여명의 청소년들이 깔깔거리고 있었다.
“여러분 저기 보이는 산 이름이 뭔지 아나요?”
깔깔거리던 이들이 이내 조용해졌다.
“저 산은 팔달산이에요. 오늘 저 팔달산 정상을 함께 오를 거예요. 수원화성에는 장군이 풍경을 내려다보고 지휘하는 장대가 있어요. 군사 지휘소 같은 곳이에요. 동장대와 서장대가 있는데 우리는 정조가 쓴 화성장대(華城將臺)가 있는 곳, 서장대에 가서 멀리 용인 석성산 봉화와 융릉 입구까지 내려다보이는 풍광도 보고 정조가 쓴 현판과 자신의 현판을 만족스러워하면서 쓴 시를 함께 읽어보러 이제 출발합니다.”
역사를 교과서로 배우고 시험을 보는 국사와 세계사로 나누어 배운 세대들에게는 길에서 역사를 배우는 것이 상당히 낯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문화재 활용의 기조로 인하여 역사문화해설사들은 시민들에게 낯선 이 땅의 역사를 시민들의 입장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친절한 안내인이 되고 있다.
배건욱 역사문화해설사는 사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지난 10년간 한양도성 길라잡이로 시작하여 한양도성 해설을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났다. 2016년 서울미래유산 해설에 참여하면서 청계천 합수 5대 물길 백운동천 해설, 서울의 별유천지 부암동과 백사실 계곡 산책, 백운동천 물길 따라 걷는 경복궁 서쪽 길 해설 등도 해설하였다.
지난 8월과 9월 2회에 걸쳐 서울형책방 에이스문고에서는 ‘광복 77주년에 만나는 하이 서울, 서울의 역사’를 기획하고 제1탄과 제2탄으로 배건욱 해설사의 ‘서울의 시작, 한성백제’와 ‘서울의 얼굴 한양도성과 궁궐’ 특강을 각각 하였다.
화성에는 5곳의 암문이 있는데 모두 벽돌로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그 중 서암문은 성벽을 안쪽으로 접혀 들어가도록 쌓고 그 사이에 문을 내서 바깥에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화공에 대비하기 위한 ‘오성지’(五星池)나 적을 감시하기 위한 ‘비예(睥睨)’ 같은 별도의 방어 시설을 두지 않고 지형의 이점을 최대한 살렸다.
“여러분, 아까 장안문 앞에서 팔달산 정상은 너무 멀어보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걸어보니 여러분 모두 이렇게 서로 격려하고 이야기하며 금세 도착했지요. 길은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커보이는 여러분의 꿈들도 그렇게 길 위에 흔적을 남기며 걷다 보면 금세 도착할 거예요”
현재 배건욱 해설사는 서울KYC(한국청년연합) 도성 길라집이로 백악 구간을 해설하고 있다. 서울시의 ‘공공서비스예약’에서 일요일마다 진행하는 한양도성 해설 백악 구간에서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그를 만날 수 있다.
[메가경제=글·사진 박정인 객원기자·단국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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