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위법 판결…한국 경제 ‘안도 속 첩첩산중’
25% 관세 폭탄 피했지만 '10% 글로벌 관세' 부과
3500억달러 대미투자 이행도 쟁점
윤중현 기자
junghyun@megaeconomy.co.kr | 2026-02-22 06:01:08
[메가경제=윤중현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무차별적 상호관세 부과 정책이 미 연방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으면서 한국 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까지 끌어올리려던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은 법적 근거를 잃었으나, 미국 측이 즉각 대체 카드를 꺼내 들면서 우리 수출 전선에는 또 다른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최근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된 상호관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그간 ‘트럼프 관세’ 리스크로 롤러코스터를 탔던 우리 경제계에서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한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위협이 일단락된 점은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한 10%의 ‘글로벌 관세’ 부과에 서명했다. 이는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것으로, 대법원 판결로 더 이상 징수할 수 없게 된 기존 10%의 기본관세를 대체하는 성격이다. 결국 상호관세는 무효화됐지만, 전체적인 관세 장벽 자체가 낮아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특정 품목에 집중하는 ‘대체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리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대해 품목별 관세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우리 경제가 의존하고 있는 주력 수출품목들에 고율의 품목관세가 적용된다면, 무효화된 상호관세와 동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강력한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 상호관세 철회라는 ‘호재’보다 더 큰 실질적 타격이자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가 약속했던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이행 여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투자 합의의 배경이었던 관세 압박 자체가 법적 정당성을 잃으면서, 기존 합의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던 국가들이 그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합의 조정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벽은 여전히 높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대법원 판결 직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모든 국가가 그들의 합의를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촉구하겠다”며 무역 합의 무효화 기대감을 차단했다. 또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처럼 우리 조선업의 돌파구가 될 사업들도 포함되어 있어, 투자의 전면 무효화가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어렵다.
경제계는 이번 판결이 가져올 또 다른 형태의 정책 변동을 우려하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새롭게 적용된 체제에 맞게 움직여왔는데, 다시 다른 체제에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무역 정책의 또 다른 불확실성”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미국의 후속 조치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품목별 대응 전략 수립과 더불어 대미투자 합의 이행 과정에서의 실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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