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윤 총장 징계 논란 "법원결정 존중, 국민에 혼란 사과" ...'靑-檢 충돌' 탈출구 될까

류수근 기자

webmaster@megaeconomy.co.kr | 2020-12-25 21:59:44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직 2개월 중징계 효력을 중지시킨 행정법원의 결정이 나온지 하루만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논란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언급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번 사과 표명은 법원 결정 하루 만이자 지난 16일 사과 이후 불과 9일만에 이뤄졌다.

비록 윤 총장의 징계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소송의 명목상 상대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라고는 하지만 문 대통령은 행정수반으로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결정한 윤 총장 징계 처분을 재가한 당사자다. 이번 송사가 문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 지난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그런 만큼 이번 사과는 이번 사태를 조기에 수습함으로써 국정을 안정시키고 방역 등 국가 현안 해결에 매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과 관련해서만이 아니라 이른바 '조국 사태' 후 1년 4개월이나 계속돼 온 정권과 검찰의 이전투구를 여기서 매듭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6일 문 대통령이 윤 총장 징계안을 재가하면서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읽힐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표명에서 국민에게 사과하는 한편 검찰의 성찰도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법원의 판단에 유념해 검찰도 공정하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촉구하면서 "특히 범죄정보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고 했다.

추 장관이 앞서 검찰에서 생산된 '판사 사찰 문건'이라 부르며 윤 총장 징계의 핵심 사유로 꼽은 사안에 대한 언급이다.

법원 결정으로 윤 총장의 징계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문건 작성에 대해서만큼은 문 대통령이 여전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윤 총장의 각성과 검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 셈이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를 통해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도 당부했다.


▲ 지난 6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기점으로 끝없는 반목이 계속되면서 검찰개혁 역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갈등은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 시도로 정점에 달했다.

이날 사과 표명으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검찰과의 갈등 상황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이른바 추-윤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이미 국정 에너지는 과소비됐고 시민 피로도는 임계점을 넘어선 상태다.

이날 표명에서 문 대통령이 '송구', '유감' 등 우회적인 단어가 아닌 "사과말씀을 드린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쓴 점도 주목된다.

남은 임기가 이제는 1년 5개월여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번 이슈에 계속 발목이 잡히면 검찰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를 마무리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여권 지지층이나 호남에서 이탈이 감지되는 등 지지도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레임덕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날 대국민 사과를 표명한 문 대통령이 조만간 분위기 전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장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의 인적쇄신 같은 카드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런 구상이 순조롭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인재난과 인사청문회의 높은 문턱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검찰이 정권핵심부를 겨냥한 수사를 이어갈 경우 검찰과의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사과 표명이 정치 과열을 가라앉히고 안정감 있는 행정 복원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또 갈등을 치유하고 혼선을 정돈하면서 코로나19 비상시국 대처에 주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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