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의 산업보안이야기]⑦ PCI 코어 소스프로그램 유출 사건

박정인 객원

| 2022-08-22 19:27:51

기업을 운영하는데 진정성이 있는 경영자도 있지만 때에 따라 만나는 경영자 중에서는 오직 돈벌이를 위해서 기업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기술을 잘 모르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특허무효가 될 것이 뻔한 기술을 특허 출원하고 기다리는 척하며 투자자를 미혹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회사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 준 투자자들의 명단을 브로커에게 높은 가격에 판매하여 경영자로서의 일말의 양심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하지만 대부분의 경영자는 가해자보다는 피해자의 입장에 서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영자가 자신이 믿었던 직원의 배임 행위를 통해 하루 아침에 기업의 알곡 같은 자산을 잃게 되는 경우, 경영자 뿐 아니라 법인의 임직원 모두가 일할 직장을 잃고 파산의 위기로 치닿기도 한다.

이 사건 관련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직원으로서 2차례에 걸쳐 피해 회사에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하였고, 피해 회사는 회사에 대한 출입 통제 등의 물리적 보안과 폐쇄회로(CC)TV를 통한 영업비밀 유출행위 감시, 연구·개발 사항에 대한 접근 대상자의 통제, 그리고 회사 내 컴퓨터에 대한 해킹이나 자료유출 방지를 위한 백신 프로그램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하였으므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설계 소스프로그램을 비밀로 유지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3회에 걸쳐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 및 컴퓨터프로그램 저작물인 제품의 각 소스프로그램을 개작하여 A 주식회사를 위하여 설계 소스프로그램을 작성함으로써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을 사용하고, 피해자 회사의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을 침해하였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CCTV 카메라로부터 들어오는 아날로그 영상신호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여 저장하는 영상감시 및 저장에 관한 PC용 DVR(디지털 비디오 녹화기) 보드 제품에서 PCI 코어(core) 부분, 라이브 디스플레이 데이터(live display data) 저장 및 전송부분 등 DVR 보드에 필요한 부분의 기능을 반도체 소자에 집적화한 기술이다.

즉, PCI(주변장치 상호연결) 슬롯을 탑재하고 내부 핀 헤더에 의해서 최대 14기의 COM 포트(

Communication Port·직렬 통신 포트)를 지원하고, 산업 기기 제어 단말기나 키오스크 단말기, 차재 단말기 등의 기준에 적합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 설계에 적용된 각 소스프로그램은 피해자 회사가 ‘가’ 회사로부터 사용 허락을 받은 PCI 코어 소스프로그램을 PC용 DVR 보드라는 이용목적에 맞도록 개작하고, 여기에 스스로 제작한 DVR 기능 영역의 소스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것으로서, 그 세부적인 내용이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한 정보,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이에 대해 개작한 프로그램의 원시 코드(소스코드)를 공중에 공개할 의무가 부과되는 소위 일반공중허가(General Public License·GPL) 조건이 부가된 프로그램이 이 사건 각 소스프로그램 중에 사용되었다고 주장하였다.

GPL은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FSF)에서 만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무상 공개 소프트웨어)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서로서 FSF의 설립자인 리처드 스톨먼에 의해 제창되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로 제공된 소스코드는 공유가 가능하다.

그러나 PCI 코어 소스프로그램의 개작과 DVR 기능 영역의 소스프로그램 제작의 난이도, PCI 코어 소스프로그램과 비교하여 피해자 회사가 개작한 PCI 코어 소스프로그램 부분의 수정률, 그리고 개작 또는 제작된 부분이 각 소스프로그램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의 각 소스프로그램 중 개작 또는 제작된 부분은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어 새로운 지식재산이라고 볼 것이다.

그러므로 피해자 회사가 이를 임의로 공개하지 아니하는 이상 이 사건 각 소스프로그램이 공지의 상태에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소스프로그램의 창작에 대해 제품을 만들 당시 피고인의 기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하였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피해자 회사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나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침해의 성립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나아가 피해자 회사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이 사건의 각 소스프로그램은 피해자 회사가 판매하는 DVR 보드에서 중요한 기술적 요소이므로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이 사건의 각 소스프로그램은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이라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A 주식회사를 위하여 설계 소스프로그램을 작성함에 있어 이를 사용한 것은 피해자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이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여기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는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도15890 판결 등 참조)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불법영득의 의사’란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의 소유물과 같이 이용·처분할 의사’를 말하고, 영구적으로 물건의 경제적 이익을 보유할 의사임은 요하지 않는다.

일시 사용의 목적으로 타인의 점유를 침탈한 경우에도, 사용으로 인하여 물건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상당한 정도로 소모되거나 또는 상당한 장시간 점유하고 있거나 본래의 장소와 다른 곳에 유기하는 경우에는, 이를 일시 사용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영득의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2. 7. 12. 선고 2012도1132 판결 등 참조).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물품 담당 관리책임자에게 반출신고를 하지 않은 채 피해자 회사의 카메라를 임의로 가지고 나온 점, 피고인이 2007년 10월 9일 상기 카메라가 압수되기까지 이를 피고인의 집에 보관한 점 등으로 피해자 회사의 카메라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되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영업비밀 누설 등의 죄, 업무상 배임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위반죄, 절도죄 유죄의 판결을 받았다.(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도12828 판결)

영업비밀 유출은 직원의 유죄판결과 상관없이 경영자의 경영 능력과 외관상 인지도 하락 등 피해 회사에 너무 큰 타격을 준다.

가장 큰 원인은 직원과 회사 간 영업비밀에 대한 범위의 이해도가 다른 것이므로 회사는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어떤 것이 기업의 재산가치 높은 영업비밀인지 자주 논의하고 이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결국 보안의 기강 해이를 막는 것은 기업의 내부 구성원의 협력이므로, 이는 기업의 영업비밀을 지키는 최고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박정인 단국대 연구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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