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쌍용차 회생계획안 인가...KG그룹 인수 최종 확정
연내 법정관리 졸업 전망...경영정상화 초읽기
김형규
hgkim@megaeconomy.co.kr | 2022-08-26 18:07:15
쌍용자동차의 회생계획안이 법원으로부터 최종 인가를 받았다. 지난 2020년 기업회생절차를 시작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쌍용차는 결국 마지막 관문까지 넘으면서 KG그룹 품으로 안기게 됐다. 업계는 이르면 연내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오후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의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논의하는 관계인집회가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렸다. 회생계획안이 채권자와 주주의 동의를 얻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쌍용차는 비로소 새 주인 KG그룹의 품으로 들어가게 됐다.
쌍용차 인수 예정자 KG그룹 컨소시엄은 앞서 인수 잔금 3319억 원 납입을 모두 마쳤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번 회생계획안 인가에는 KG그룹의 인수대금 증액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G그룹 컨소시엄은 채권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인수대금에서 300억 원을 증액했다. 이로써 회생채권 현금 변제율을 6.79%에서 13.97%로 올랐고, 실질 변제율이 36.39%에서 41.2%로 확대됐다.
높아진 변제율 덕에 회생채권을 보유한 다수의 협력업체가 이를 수용하고 회생계획안을 지지하기로 했다. 쌍용차 협력사 340여 개로 구성된 상거래채권단은 회생계획안 동의 위임장을 제출했다고 전해졌다.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법원의 최종인가를 받는 데에는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절반 이상 동의를 얻어야 했다.
이날 관계인집회에서 회생채권자의 95.04%가 회생계획안에 동의했다고 알려졌다. 회생담보권자‧주주는 100% 회생계획안에 찬성했다.
최대 담보권자인 KDB산업은행은 원금‧이자 100%를 보전받게 돼 반대할 이유가 없었으며, KG그룹 계열사인 KG모빌리티가 앞서 쌍용차 주식 61%를 취득함에 따라 주주 동의 요건에도 문제가 없었다.
특히 당초 회생계획안에 부정적이었다고 알려진 인도 마힌드라 그룹과 희성촉매, 현대트랜시스 등이 관계인집회를 목전에 두고 동의 의사를 밝힌 점도 청신호로 해석됐다.
현금변제율 14%를 놓고 동의 여부를 고심해온 마힌드라 그룹은 26일 오전 회생계획안 동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는 총 1363억 원의 쌍용차 채권을 보유한 대주주로서 이번 회생계획안 인가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지분은 74.65%로, 쌍용차 전체 회생채권 5656억 원 중 마힌드라의 회생채권 비중이 24%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희성촉매와 현대트랜시스는 관계인집회 하루 전인 지난 25일 회생계획안 동의 의사를 밝혔다.
희성촉매는 범LG가로 알려진 희성그룹이 독일의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합작으로 설립했다.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용 촉매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쌍용차 회생채권은 총 300억 원이라고 전해졌다. 이로 인해 같은 규모의 회생채권을 가진 만도와 함께 국내 최대 회생채권자로 알려져 있다. 만도의 경우 이번 협상 초기부터 회생계획안에 동의했었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부품 계열사다. 변속기‧액슬‧시트 등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보유 중인 쌍용차 회생채권은 200억 원으로 희성촉매와 만도의 뒤를 잇는 규모다.
두 번에 걸친 쌍용차 회생절차로 현대트랜시스는 적지 않은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고려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회생계획안 동의를 결정했다고 전해졌다.
이날 회생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게 됨에 따라 감자‧유상증자 등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KG그룹 컨소시엄은 투자 계약에 따라 쌍용차 신주를 취득해 61%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운영자금과 공익채권 변제 등에 필요한 약 5645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유상증자할 전망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생계획안이 인가된 만큼 향후 회생 계획에 따라 회생 채무변제와 감자 및 출자전환 등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며 “이로써 재무 건전성과 자본구조가 크게 개선되는 것은 물론 경영 활동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쌍용차가 회생 계획대로 변제를 무사히 마친다면 지난 2020년 12월 회생절차 신청 이래 약 1년 8개월 만에 회생절차를 조기 종결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회생계획안의 차질 없는 추진을 통해 장기적 생존역량을 겸비한 기업으로 재탄생함으로써 채권단과 각 이해관계자 그리고 쌍용자동차를 믿어준 고객들에게 반드시 보답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를 인수하게 된 곽재선 KG그룹 회장도 “회생계획안이 인가돼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회생 계획에 동의해준 채권단과 회생절차 과정 중 최선을 다해준 쌍용차 임직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이제 양사 간의 시너지 창출과 성장 모색을 통해 쌍용자동차가 고객과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고 조기에 경영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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