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13주기 추도식 엄수...문재인 전 대통령 5년만에 참석
추모식 주제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추모객 1만2천여명 추산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첫 공식행사...방명록에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여야 정치권 대거 집결...정부대표로 한덕수 국무총리 참석
6·1지방선거 앞두고 野 지지층 결집 시도, 與 ‘외연 확장’ 통합 행보
류수근 기자
press@megaeconomy.co.kr | 2022-05-23 18:06:27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이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집결한 가운데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됐다.
이날 추도식에는 민주당 의원 80여 명이 자리해 노 전 대통령을 기렸고, 국민의힘에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전·현직 의원 등 총 11명이 참석했다.
13번째 추도식은 노 전 대통령 기일인 이날 오후 2시 '나는 깨어있는 강물이다'라는 주제 아래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 옆 생태문화공원 잔디동산에서 개최됐다.
추도식을 기획한 노무현재단은 정치대립을 해소하고, 노 전 대통령이 바란 소통과 통합의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를 담아 주제를 정했다.
노무현재단은 추모식에 참석한 3천여 명을 포함해 참배객 등 1만2천여 명이 봉하마을을 찾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행사장 주변 잔디밭까지 추모객들로 북적였다.
6·1 지방선거를 불과 일주일여 남기고 거행된 이날 추도식에는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집결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각 외연 확대 및 통합,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에서는 5년만에 추도식에 모습을 드러낸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상임선대위원장, 윤호중·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후보,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양문석 경남지사 후보 등 지방선거 민주당 시·도지사 후보들도 함께 했다.
여권 핵심 인사들도 대거 봉하마을을 찾았다.
정부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이 참석했고, 여당에서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선대위 부위원장인 정미경 최고위원 등이 자리했다.
한 총리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이기도 하다.노 전 대통령 가족은 권양숙 여사, 아들 노건호 씨, 딸 노정연·곽상언 부부 등이 추모식 자리를 지켰다.
문 전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 후 10여 일 만에 엄수된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행사에 참석한 지 5년 만에 봉하마을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추모식 시간보다 4시간 이른 오전 10시께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검은색 양복에 검은 넥타이 차림이었다.
문 전 대통령의 이날 추도식 참석은 지난 10일 퇴임 후 첫 공개행사다.
문 전 대통령은 먼저 노 전 대통령 기념관으로 운영될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이하 체험관)을 50여 분 관람했다. 체험관은 추모제에 맞춰 이날 하루 특별개관한 후 시범운영을 거쳐 8월 27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문 전 대통령은 체험관 방명록에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라고 썼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상록수’ 노래에 맞춰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나란히 추도식장에 입장해 맨 앞줄에 앉았다. 그는 추모식 때 별도로 발언하지는 않았다.
공식 추도사는 노무현 정부 각료 출신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문재인 정부 업적을 부각했다.
정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려고 했고, 운명을 스스로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려고 애썼지만, 보수진영, 보수언론으로부터 ‘우리 주제에 무슨 균형자냐’, ‘한미동맹이나 잘 챙겨라’ 비아냥을 들었다”며 “그런데 문재인 전 대통령 5년을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세계 6위 군사 강국으로 우뚝 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약소국 의식에 꽉 차 있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재차 말했다.
이 발언에 박수가 이어지자 정 전 장관은 “이 박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내 주십시오”라고 했다. 이에 참석자들이 ‘문재인’을 연호하자 문 전 대통령은 일어나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정 전 장관은 “이제 우리나라도 노 전 대통령 생전의 꿈인 줏대 있는 외교 철학을 되살려 국제정치에서 능히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약소국 의식을 버리고 자국 중심성 있는 외교를 해나갈 수 있게 됐다. 노 대통령님, 기뻐해 주십시오”라고 언급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시민 권력으로 탄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이유는 끝끝내 이루지 못한 그의 꿈 때문이다”며 “그의 못다 한 꿈이 시민 여러분의 힘으로 완성되길 진정으로 고대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특히 정 전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바랐던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갑시다”라고 하자 한 전 총리가 크게 손뼉을 치는 모습도 방송 화면에 잡혔다.
추도식이 끝나갈 무렵 장내엔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부른 ‘상록수’가 울려 퍼졌다.
추모제를 마친 후 문 전 대통령 등 참석자들은 대통령 묘역에 헌화 참배했다.
[메가경제=류수근 기자·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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