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이슈분석] 치매보험 넘어 신탁까지…고령자 자산관리 새 국면
삼성·한화·교보생명, 치료·간병 보장 확대…재산관리 서비스 다변화
치매·간병보험 신계약 2년 새 48.7% 증가…대리청구 개선·생활비 지급 지원
박선영 기자
suny8000@megaeconomy.co.kr | 2026-11-02 17:46:40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고령화에 따른 치매·간병 수요가 늘면서 생명보험사의 노후 금융서비스가 보험금 지급을 넘어 재산관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치매 치료와 장기요양, 간병비 보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화생명은 신탁을 활용해 판단능력이 저하된 이후에도 금융자산을 관리하고 생활비와 요양비를 지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 절차도 간소화되면서 고령층 금융서비스의 중심이 질병 보장에서 치료·돌봄과 자산 활용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2일 보험업계와 보험개발원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치매·장기간병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는 958억3799만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상반기보다 48.7% 증가한 규모다.
초회보험료는 신규 보험계약 체결 이후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신계약 판매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같은 기간 치매·장기간병보험 전체 보험료는 1조8263억원으로 2년 전보다 12.3% 늘었다.
다만 신계약 증가세는 손해보험사가 주도했다.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의 치매·장기간병보험 초회보험료는 865억3449만원으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했다.
생명보험사들은 치매 진단 이후 치료와 간병, 노후자금 활용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과거 진단보험금 지급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신약 치료비와 장기요양, 간병인 이용 비용까지 보장 범위를 세분화하는 추세다.
여기에 신탁을 활용한 재산관리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치매 발병 이후 금융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 삼성생명, 치매 치료·장기요양 보장 확대…통합치료형 추가
삼성생명은 고령층의 질환별 치료와 장기요양에 필요한 보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7월 '삼성 시니어대표건강보험'을 출시하면서 치매와 장기요양을 비롯해 뇌질환과 관절질환 관련 보장을 확대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를 활용한 치료와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비하도록 관련 특약을 도입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상품 개편을 발표하고 21일부터 '종합보장형'과 '장기요양(LTC) 통합치료형'을 새롭게 선보였다.
종합보장형에는 폐렴 진단과 입원, 중환자실 치료 관련 보장을 추가했다. 기존 관절질환 관련 특약에는 로봇 슬관절 인공관절치환술 보장을 더했다.
장기요양 통합치료형은 장기요양등급 판정 이후 필요한 치료를 하나의 특약으로 보장하도록 설계됐다.
재가·시설급여 이용과 요양병원 입원은 물론 주요 검사와 수술, 재활치료 등 장기요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료비를 보장하는 구조다.
치매 진단 이후의 치료와 장기요양에 필요한 비용을 구체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고령층 보험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실제 보험금은 가입한 특약과 진단 기준, 치료 방법 등 약관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지급된다.
◊ 교보생명, 신약 치료비 최대 2500만원…간병 보장 365일 확대
교보생명은 치매 치료와 장기간 간병에 필요한 비용을 함께 보장하는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올해 2월 '교보더안심치매·간병보험'을 출시하고 알츠하이머병 신약 치료와 간병 관련 보장을 확대했다.
이 상품은 표적치매치료제 레켐비를 활용한 치료에 대해 관련 특약을 합산해 최대 2500만원까지 보장하도록 설계됐다.
치매 진단에 필요한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정밀검사 비용도 특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연 1회 지원한다.
치매 진행 단계에 따른 생활자금 지급 기능도 마련했다. 특약 가입 시 중증치매뿐 아니라 경도·중등도치매로 진단받은 경우에도 진단보험금과 함께 매월 생활자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생활자금은 약관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종신 지급되며, 조기 사망 시에도 최소 3년간 지급을 보증하도록 설계됐다.
간병인 사용일당 보장기간도 기존 180일에서 최대 365일로 확대했다. 다만 요양병원은 최대 180일을 적용한다.
간병인 사용일당 특약은 일반형과 체증형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체증형은 가입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급금액이 증가하도록 설계돼 장기 간병비에 대비할 수 있다.
치매는 진단 이후 치료와 돌봄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가족이 직접 간병하기 어려운 경우 간병인 이용 비용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교보생명은 이러한 수요를 반영해 신약 치료비와 정밀검사, 간병인 사용비용, 생활자금 지급 기능을 하나의 상품에 담았다.
다만 최대 보장금액과 지급기간은 해당 특약에 가입하고 약관상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 적용된다. 실제 지급액은 가입금액과 보장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 한화생명, 치매안심 MMT 도입…일시·정기·특별지급으로 자금 활용
한화생명은 치매 치료와 간병 보장에 더해 신탁을 활용한 재산관리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치매담은간병플러스보험'을 통해 치매 진단과 치료·간병 관련 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치매 환자의 자산관리와 요양비 지급을 지원하는 '치매안심 MMT(수시입출금신탁)'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기존 수시입출금신탁에 치매안심 특약을 결합한 구조다. 고객이 건강할 때는 일반 신탁처럼 자금을 운용하다가 중등도 이상 치매가 발생하면 미리 정한 조건에 따라 자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특약은 임상치매척도(CDR) 2점 이상의 인지장애가 발생하고 관련 진단서 등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개시된다.
고객은 가입 단계에서 신탁관리인과 자금 지급 방식을 미리 설정할 수 있다. 이후 치매 진단을 받으면 신탁관리인이 계약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신탁 잔액 범위에서 요양비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자금 지급 방식은 일시지급과 정기지급, 특별지급으로 구분된다. 일시지급은 정해진 금액을 한 번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기지급은 지정한 기간에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며, 특별지급은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발생한 실제 비용을 청구하는 구조다.
고객은 가입할 때 각 지급 방식에 배분할 자금의 비율도 설정할 수 있다. 치매 진단 전에는 별도의 특약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실제 진단서 제출 이후 요양자금 지급 서비스가 개시되는 시점부터 특약 수수료가 부과된다.
치매보험은 약관에서 정한 지급 사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장제도다. 반면 신탁은 고객이 맡긴 재산을 계약에 따라 관리하고 필요한 시점에 지급하는 자산관리 수단이다.
한화생명의 치매안심 MMT는 치매 발병 이후 고객이 직접 금융거래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리 정한 방식으로 요양비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기존 보험상품과 차이가 있다.
◊ 무기명 대리청구 제도 시행…보험금 수령 절차 간소화
치매보험의 보장 기능을 실제 보험금 수령으로 연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1일부터 무기명 보험금 대리청구인 제도를 도입하고 대리청구인 지정 절차를 간소화했다.
보험금 대리청구인 제도는 피보험자가 치매 등으로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일정한 요건을 갖춘 대리인이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치매보험 대리청구인 지정률은 2021년 26.0%에서 올해 상반기 23.1%로 낮아졌다.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실제 보험금이 필요한 시점에 가입자가 직접 청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이 추진됐다.
기존에는 보험계약자가 배우자나 3촌 이내 친족 가운데 특정인을 기명 대리청구인으로 지정해야 했다.
새롭게 도입된 무기명 방식은 가입 단계에서 특정인을 지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실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사람은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으로 제한된다.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무기명 대리청구 방식에서는 보험금을 대리청구인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보험금 수익자 계좌로 입금하도록 했다.
기명 대리청구인 지정에 필요한 개인정보 동의서도 통일해 절차를 간소화했다. 금융당국은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의 적용 대상을 치매보험에서 암과 뇌·심혈관 관련 보험상품으로 하반기 중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적용 시점은 보험회사별 시행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제도 개선은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하면서 가입자의 보험금 수령 편의를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대리청구인이 지정돼 있더라도 보험금 지급 사유와 청구 서류 등 약관에서 정한 요건은 충족해야 한다.
◊ 유언대용신탁 7조6711억원…고령층 재산관리 수요 확대
고령층의 금융자산 관리 수요가 늘면서 신탁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7조67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조5023억원보다 3조1688억원 증가한 규모로 증가율은 약 70.4%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생전에 재산을 신탁하고 사망 이후 지정한 수익자에게 재산을 이전하도록 설계할 수 있는 제도다.
한화생명의 치매안심 MMT와는 계약 목적과 지급 구조가 다르다. 따라서 유언대용신탁 잔액을 치매 관련 신탁시장 규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두 제도 모두 고령층이 재산관리와 자금 지급 방식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후 금융서비스 확대와 연결된다.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 규모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은 약 154조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금융재산은 약 33조원, 부동산재산은 약 114조원이었다. 해당 자료에서는 치매 환자의 보유자산이 2050년 약 48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층의 금융자산이 늘어날수록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뿐 아니라 판단능력이 저하된 이후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가 된다.
공공부문에서도 관련 서비스가 도입됐다. 국민연금공단은 올해 4월 22일 '치매안심 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재산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이 의료비와 요양비, 생필품 구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공신탁 기반 서비스다.
지난 7월에는 시범사업의 첫 정식 계약 4건이 체결됐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서비스 신청자는 4월 6명에서 7월 184명으로 증가했다.
공공신탁은 민간 금융회사의 신탁상품과 지원 대상 및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고령층의 재산관리를 금융회사뿐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치료·돌봄·재산관리 연계…노후 금융서비스 경쟁 확대
생명보험사의 고령층 금융서비스는 치매 진단보험금 지급에서 치료·간병비 보장과 재산관리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생명은 장기요양 판정 이후 치료 과정을 통합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을 추가했고, 교보생명은 신약 치료비와 간병인 사용비용, 생활자금 지급 기능을 강화했다.
한화생명은 치매안심 MMT를 통해 판단능력이 저하된 이후에도 미리 정한 방식으로 요양비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무기명 보험금 대리청구인 제도가 시행되면서 치매 진단 이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도 개선됐다.
이러한 변화는 치매보험 가입 자체뿐 아니라 실제 보험금을 수령하고 확보한 자산을 치료비와 생활비 등에 활용하는 과정까지 금융서비스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고령층의 자산관리에서는 금융상품의 수익률뿐 아니라 판단능력이 저하된 이후에도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보험금 대리청구인 지정과 신탁계약의 지급 조건을 미리 마련하면 치매 발병 이후 금융거래에 어려움이 생기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보험업계의 고령층 금융서비스 경쟁도 진단보험금 규모를 넘어 치료·간병 보장의 실효성과 보험금 청구 편의성, 재산관리 서비스의 활용도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치매 치료·간병 보장을 강화하고 한화생명이 신탁을 통한 재산관리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생명보험사의 고령층 금융시장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앞으로는 보장금액이나 상품 종류뿐 아니라 치매 진단 이후 보험금 청구와 수령, 의료비·생활비 지급까지 실제로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가 보험사별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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