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유고' 비상등 켠 KT...경영 정상화 '첩첩산중'
사외이사 2명도 자진 사임...리더십 공백 사태에 임직원·주주 내팽겨
박종욱 사장 직무대행 체제...호실적에 잘나가던 KT 기업가치 '뚝'
이석호
sm160701@naver.com | 2023-03-29 17:32:41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사상 초유의 대표이사 유고 사태를 겪고 있는 KT가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됐지만 새 리더십 구축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29일 KT에 따르면, 구현모 대표가 지난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사흘 앞두고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이날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도 자진 사임하면서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 사퇴에 이후에도 이사진들이 줄줄이 자리를 비우고 있다.
남은 이사진 중 이번 주총에 재선임안이 상정된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 3인 역시 표결에서 불리한 입장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KT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이 이들의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반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박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주요 경영진들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회 산하에는 '성장지속 TF'와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두기로 했다.
하지만 새 리더십 구축을 통한 경영 정상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KT 이사회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의 개선안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중심이 돼 변경된 정관과 관련 규정에 따라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KT는 "국내 및 미국 상장기업인 점을 감안할 때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2차례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통한 사외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가 완료되기까지는 약 5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영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그룹 계열사 경영진 인사와 조직 개편 등을 비롯해 경영 현안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들이 미뤄지면서 임직원들의 결속력과 업무 집중도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CEO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증권가에서 KT 목표가를 줄줄이 낮추면서 투자 심리 냉각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기존 주주들의 피해도 확대되고 있다.
한편, 박 대표 대행은 29일 사내 메일을 통해 임직원 마음 잡기에 나섰다.
이날 열린 KT노동조합 정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최장복 노조위원장은 "KT 역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경영위기 사태를 초래한 경영진·이사진에 책임을 묻고 경영 공백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구성할 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해서 국민기업 KT의 위상에 맞는 새롭고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수립해서 미래 성장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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