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 태풍 카눈 경로, 오키나와 부근서 급커브 '진로 여전히 유동적'…서일본 관통 동해안 북상 가능성도

류수근 기자

ryusk@megaeconomy.co.kr | 2023-08-03 17:20:35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중국으로 향하는 듯했던 제6호 태풍 카눈이 오키나와 서쪽 해상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부메랑처럼 방향을 급선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하는 곳이 어디일지 최종 이동경로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3시 필리핀 동쪽 해상 먼바다에서 발생한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은 이후 북서진하며 중국 쪽으로 향하는 듯했다. 그러나 8월 1일 기상청의 태풍예보 발표부터 예상 진로가 동쪽으로 급커브를 틀 것이라는 예상으로 바뀌었다.
 

▲ 3일 오후 4시 기준, 제6호 태풍 카눈의 예상 이동경로.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카눈은 2일까지는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상까지 느리게 북서진하는 진로를 보였으나 3일부터는 동중국해상 부근에서 전향하는 형태로 이동 진로가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5일경부터는 느리게 북동진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태풍의 이동 속도가 매우 느려지면서 상하이 부근 중국 내륙 쪽으로 유입되는 듯했던 기존 진로에서 동중국해상으로 급히 방향을 틀면서 북동진하는 기류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일 기상청의 설명에 따르면, 태풍 카눈을 중심으로 북서쪽에 반시계 방향의 저기압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고위도에서 전리된 저기압성 순환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대기 상층 소용돌이로, 이 후면에서 유입되는 북풍 계열의 바람이 카눈의 진로를 막으면서 서쪽으로 진행하려는 힘을 억제하는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카눈은 이동속도가 뚝 떨어졌고 진행 방향도 서진보다는 북 편향하는 형태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제5호 태풍 독수리가 중국 내륙 쪽을 관통하면서 중위도 지방의 기압계를 크게 교란시켰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대기 상층에는 티베트 고기압이 단절돼 있는 상태다.

이 티베트 고기압 후면으로 북풍 계열의 바람들이 유입되고 있는 구조를 보이면서 제6호 태풍 카눈이 동중국해 앞바다에서 전향하는 형태로 진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3일부터는 태풍의 이동 경로가 매우 유동적으로 변했다.

▲ 3일 오후 4시 기준 위성영상과 태풍 카눈 예상 이동경로.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태풍 독수리가 점차 약해지면서 3일경에는 상층 흐름이 다시 재편되는 형태를 거치게 되고, 단절된 티베트 고기압이 점차 하나의 덩어리로 복원이 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카눈 주변으로 세력이 비슷한 고기압들이 자리잡게 되면서 태풍이 특별한 ‘지향류’를 타지 못하고 정체하는 형태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의 진로 예상으로는 이번 주말이 되면 동향으로 나아가게 되고, 주초에는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규슈와 시코쿠 지방 등 일본 서부 지역의 남쪽 해상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태풍 카눈이 일본 서부 지역의 남쪽 해상에 도달한 후에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풍은 중위도 기압계 상황에 따라 태풍과 상호작용하는 고기압의 지향류를 따라 이동하므로, 현재로서는 매우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상청 진로 예상으로 예보 원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예보의 편차가 크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 미 해군의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모델의 태풍 카눈예상 이동경로. [출처=JTWC 홈페이지]
해외 예보 기관의 수치모델 예상 결과 등을 보면 그대로 동쪽으로 나아가 동일본 방면으로 향할지, 북쪽으로 진로를 바꾸어 규슈 방면으로 관통할지 아직은 예상하기 어렵다.

태풍의 진로 예보는 ‘앙상블 예보’라는 방법으로 행하고 있다. 수치모델 예보에서 계산에 사용하는 첫 번째 값을 약간 바꾼 것을 여러 개 계산하고, 그 평균이나 편차 정도와 같은 통계적인 정보를 이용해 진로를 확률적으로 예상하는 방식이다. 그 예상의 편차가 클수록 태풍이 위치할 70% 확률를 보여주는 예보 원이 커진다.

오키나와 부근까지는 어느정도 일관성을 보이며 방향성이 예측되고 있지만 전향하는 시점에서는 각 수치모델의 결과값이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1일 현재, 영국 수치모델인 UM 모델은 중국 내륙 쪽으로 들어가는 형태도 예상한 바 있다.

3일 현재, 오키나와 지방에 폭풍과 폭우로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태풍 6호 카눈은 매우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동중국해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매우 느리게 움직여 4일과 5일에 걸쳐서도 위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3일 오후 4시 기준, 제6호 태풍 카눈의 예상 정보. [출처=기상청 날씨누리]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후 3시 현재 제6호 태풍 카눈은 일본 오키나와 서쪽 약 370㎞ 부근 해상에서 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이 946헥토파스칼(hPa)로 매우 강한 세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대풍속이 초속 46m(시속 162m)의 ‘매우 강’ 강도의 태풍이다. 강풍반경은 400㎞(서북서 약 340㎞)이고 폭풍반경은 140㎞(서북서 약 120㎞)에 이른다. 시속 7㎞의 아주 느린 속도로 이동중이다. (‘카눈(KHANUN)’은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열대과일의 한 종류를 의미함)

4일 새벽 3시경에는 일본 오키나와 서쪽 약 400㎞부근 해상에서 서북서진하지만 이후 방향을 틀기 시작해 4일 오후 4시경에는 일본 오키나와 서쪽 약 350㎞ 부근 해상에서 동북동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여전히 느린 속도로 동북동진하며 7일 오후 3시에는 일본 가고시마 남남동쪽 약 310㎞ 부근 해상까지 진출하고, 8일 오후 3시에는 가고시마 남동쪽 약 290㎞ 부근 해상에서 북동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동속도는 계속해서 시속 10㎞ 안팎으로 느림보 진행을 하지만 태풍은 여전히 강한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오후 3시에는 중심기압 965hPa, 최대풍속 초속 37m(시속 133km), 강풍반경 340㎞(북서 약 280㎞), 폭풍반경 90㎞(북서 약 70㎞)로 예상됐다.

▲ 일본 기상청의 제6호 태풍 카눈 예상 이동경로. [출처=일본 기상청]
태풍 카눈은 주말에 일본 규슈 지역의 남쪽 해상으로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주초에는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난카이(南海, 시코쿠‧기이반도 등이 위치한 서일본의 남쪽 해상)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는 동일본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일본 기상청 예보, 유럽중기예보센터(ECNWF) 모델, 미 해군의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모델의 이동진로 예상도 이런 경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서일본 남쪽 해상에 도달한 뒤의 예상경로는 매우 유동적이다.

▲ 제6호 태풍 카누에 대한 'GFS 앙상블' 모델의 예상 이동경로. [출처=트라피컬티드비츠 닷컴]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미국 환경예측센터(NCEP)에서 개발한 GFS 모델 기반의 앙상블 수치예보 모델(GEFS)은 규슈의 남쪽 해상까지는 비교적 일치하며 동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후에는 예상경로의 편차가 커지며 동중국해에서 서일본을 중심으로 북상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 앙상블 모델의 예상경로를 보면, 일본 규슈 지방을 남북으로 관통하며 올라가 우리나라 동해안을 따라 북상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에는 한반도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에 놓일 수도 있다.

▲ 8월 3일 오전 9시 준 육상예상일기도. [출처=육상예상일기도]
현 시점에서 각국의 수치예보 모델을 토대로 분명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제6호 태풍 카눈은 3~5일 동중국해에서 동쪽으로 부메랑처럼 방향을 급선회한 뒤 일본 오키나와에서 아마미군도 방면으로 동진한다. 이어 일본 규슈와 난카이 해상까지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방향을 튼 뒤에도 5일경까지는 시간당 10㎞ 안팎의 매우 느린 속도로 이동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그 이후의 이동경로에 대해서는 태풍 카눈의 진로 예보 예상 편차가 커서 현재로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것을 수치모델들은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쪽으로 유입되는 태풍에 의한 열기가 더해지면서 폭염과 열대야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6호 태풍 카눈의 이동진로 상황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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