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EBS TV방송수신료 분리징수안 방통위 통과…국무회의 등 거쳐 공포 후 즉시 시행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 개정…김효재·이상인 찬성에 김현은 퇴장
전기요금에 합산해 징수 불가…방통위 "국민, 납부의무 명확히 알게돼"
KBS "시행령 개정, 절차적 문제 많아…충분한 숙고와 토론 거쳐야"
한전, KBS 수신료 분리징수 채비…"KBS와 계약변경 협의 중"
류수근 기자
ryusk@megaeconomy.co.kr | 2023-07-05 17:17:26
[메가경제=류수근 기자]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KBS는 개정안 의결에 유감을 드러내며 충분한 검토를 요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는 5일 현행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을 개선해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TV방송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TV 수상기를 가지고 있는 국민이 납부(월 2500원)하도록 해 KBS와 EBS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전력공사가 위탁징수하고 있다.
개정안은 현재 수신료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분리 징수가 현실화하면 현재 연간 6천 억원대에 달하는 KBS의 수신료 수입은 크게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은 앞으로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공포되면 바로 시행된다.
방통위는 이날 전체 회의를 열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권 추천 위원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이 찬성했고, 야당 추천 위원인 김현 상임위원은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은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로 규정돼 있으나 이날 회의에서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개정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한국방송공사(KBS)의 지정으로 TV방송 수신료의 징수업무를 위탁받은 자가 자신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게 된다.
방통위는 개정안에 대해 “지금까지는 TV 수신료 납부의무가 없는 경우에도 전기요금에 합산돼 수신료 징수의 이의신청, 환불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시행령 개정에 따라 TV 수신료에 대해 국민들이 납부의무 여부를 명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은 1994년 도입돼 30여 년 간 유지되어 오면서 KBS의 재원에는 기여했으나, 국민들이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납부하는 선택권도 갖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먼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고지‧징수하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그 금액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수신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권리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또한 “납부의무가 없는데 잘못 고지된 경우 바로 인지하여 대처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 납부하고자 하는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논의는, 대통령실 국민제안심사위원회가 지난 3월 9일부터 4월 9일까지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관련 국민참여토론을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위원회가 지난달 5일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조치를 위한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면서 본격화됐다.
방통위는 지난달 14일 권고 내용에 대한 전체회의 논의를 거쳐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고, 관계부처 의견조회, 입법예고 등을 거쳐 이번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등 남은 요식 절차를 거쳐 이달 중순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제 분리 징수가 시행되는 시기는 조금 더 걸릴 전망이다.
방통위는 “KBS와 수신료 징수업무 수탁자인 한국전력공사가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조속히 협의해 제도 시행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BS는 이날 방통위가 TV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에 대해 유감을 드러내며 “공영방송 제도에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과실이 국민에 돌아가도록 충분한 숙고와 토론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검토를 요구했다.
KBS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방통위 의결은 지난달 5일 대통령실이 ‘TV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안’을 발표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뤄졌다”며 “시행령 개정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은 입법예고 기간 제출된 국민 의견과 학계, 시민사회, 지역사회 등에서 쏟아지는 분리 징수를 향한 우려를 경청해달라”며 “긴박한 진행을 멈추고 원만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명한 선택을 해주실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KBS는 입법예고 기간을 40일에서 10일로 단축하는 등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절차 진행 정지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낸 상황이다.
이날 TV방송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방통위를 통과하면서 한국전력은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분리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시행령 개정에 따라 한전은 법령 준수와 효율적 이행을 위한 제반 여건을 신속히 구축해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 내용 반영을 위해 KBS와 계약 변경을 계속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3년 단위로 갱신되는 수신료 징수 업무 위탁 계약 만료 기한이 내년 말이어서 한전은 우선 계약 상대방인 KBS와의 원만한 협의를 거쳐 ‘분리 징수’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전은 분리 징수에 반발해 방통위를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 KBS와의 협의가 원활치 않으면 시행령 개정 취지에 맞는 방향으로 분리 징수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는 내부 법리 검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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