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 이상 ‘부자’ 15년 새 3배↑
부자, 총 자산 3000조원 돌파
부동산 쏠림 완화·대체투자 확대
‘부자의 기준’ 더 높아져
이상원 기자
sllep@megaeconomy.co.kr | 2025-12-14 17:08:03
[메가경제=이상원 기자] 국내에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이른바 ‘부자’가 지난 15년간 3배 이상 가파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 수 증가 속도는 전체 인구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고,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3000조원을 돌파했다. 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에서 금융·대체자산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1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자는 조사가 시작된 2011년 13만 명에서 2025년 47만6000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9.7%에 달한다.
총인구 대비 부자 비중도 꾸준히 확대됐다. 2011년 0.27%에 불과했던 비중은 2025년 0.92%까지 올라왔다. 같은 기간 총인구 증가율이 연평균 0.5% 수준에 머문 것을 감안하면, 부자 계층의 팽창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지역별에서도 차이가 벌어졌다. 전체의 69.2%인 약 33만 명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서울이 43.7%(20만7000명)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는 22.5%(10만7000명), 인천은 3.1%(1만5000명) 수준이다.
다만 수도권 내부에서는 지형 변화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4년간 경기도 부자는 연평균 11.3%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며 비중이 2012년 18.6%에서 2025년 22.5%로 확대됐다. 반면 서울의 비중은 같은 기간 47.9%에서 43.7%로 점진적으로 낮아졌다.
한국 부자가 보유한 총금융자산은 2011년 1158조원에서 2025년 3066조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7.2%로, 2018년 20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25년 3000조원을 돌파했다.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한 해는 2021년으로, 전년 대비 21.6% 늘어난 2618조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디지털 산업 성장, 반도체·K-콘텐츠 호황, 대규모 재정 투입과 저금리 기조, 코스피 급등이 맞물린 영향이라는 것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서 자산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부동산자산 비중은 2011~2012년 58~59% 수준에서 2015~2018년 51~53%로 낮아졌다. 팬데믹 기간 반등했지만 2022년 이후 다시 하락해 2025년에는 54.8%를 기록했다.
금융자산 비중은 장기간 30%대 후반에서 큰 변동이 없었으나, 부동산 비중 감소는 기타자산 확대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졌다.
금·보석 등 실물자산과 디지털자산,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부자의 기준’ 100억원…상향 조짐↑
이번 설문조사에서 ‘부자라면 총자산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2012년 이후 대부분의 조사에서 ‘총자산 100억원’을 기준으로 꼽았다.
다만 ‘100억~300억원 미만’ 응답 비중은 2012년 55.9%에서 2025년 39.8%로 줄었다. ‘500억원 이상’을 부자의 기준으로 본 응답은 같은 기간 6.6%에서 12.8%로 늘었다.
따라서 향후 부자의 기준이 더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부자 자각도는 장기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 ‘나는 부자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2011년 24.5%에서 2025년 34.3%로 높아졌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자각도는 높았으며, 특히 총자산 100억원 이상 보유자는 다른 그룹 대비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2024년 50%를 넘겼던 자각도가 2025년 크게 낮아진 점은 자산 기준 상향과 상대적 박탈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5년간 부를 이룬 원천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과거 1순위였던 ‘부동산 투자 이익’은 비중이 줄었고, ‘사업소득’을 중심으로 ‘근로소득’과 ‘금융투자 이익’이 부의 주요 원천으로 부상했다. 상속·증여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자산관리 관심사 역시 부동산 투자에서 금융투자, 실물·대체자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자산관리 상담으로 확장됐다. 특히 금·예술품 등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은 15년간 약 8배 증가했다.
단기투자처로서 ‘부동산투자’와 ‘금융투자’에 대한 기대감은 감소한 반면 ‘기타자산투자’에대한 기대감은 점차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투자의 경우 거주용 주택을 제외하고 거주용 외 주택이나 상가·건물, 토지·임야 등에서는 수익을 예상하지 않았다. 금융투자 중에서는 ‘주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펀드’와 ‘채권’에 대한 기대감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부자는 더 이상 부동산 가격 상승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업과 금융, 글로벌·대체투자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며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자산관리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2025 한국부자보고소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및 거주주택 포함 부동산 자산 10억원이상 보유 만 20세 이상 400명으로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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