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자산관리·②보험사] 보험설계 9분→1분…보험사 AI, 보장 넘어 연금으로

삼성생명 고객응대 월 18만건·영업지원 29만건…연금 분석 확대
한화생명 설계시간 단축·신한라이프 심사 자동화…설계사 역할 변화

박선영 기자

suny8000@megaeconomy.co.kr | 2026-09-27 17:07:35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보험사의 인공지능(AI)이 단순 상담과 서류 처리를 넘어 가입 설계와 보장분석, 인수심사, 보험금 지급을 거쳐 연금 등 장기 자산관리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AI 도입으로 평균 9분 이상 걸리던 가입 설계가 1분 이내로 줄어든 사례가 등장했고, 고객 정보를 분석해 설계안을 추천하거나 국민·퇴직·개인연금 예상 수령액을 한눈에 분석하는 서비스도 가동되고 있다.

 

27일 삼성생명·신한라이프·한화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의 AI 활용 현황을 취재한 결과, 각사는 고객 상담과 업무 자동화 중심이던 AI를 보험 가입부터 심사·지급, 장기 자산관리까지 전 과정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AI 자산관리가 투자 분석과 포트폴리오 운용에 집중한다면 보험사는 장기간 이어지는 보험계약을 기반으로 고객의 보장과 노후 준비를 관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 기사 내용에 맞게 AI 이미지 제작 

◊ 가입설계 9분→1분…보험 가입 과정에 들어온 AI


AI 도입 효과가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보험 가입 과정이다. 한화생명은 고객 상담과 영업지원, 가입 설계 등 주요 고객 접점 업무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2025년 9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가입설계 AI Agent'는 기존 평균 9분 이상 걸렸던 가입 설계 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했다. 설계사의 단순 업무를 줄여 고객 상담과 맞춤형 전략 수립에 더 집중하도록 하는 구조다.

생성형 AI 기반 'AI 세일즈 트레이닝 솔루션(AI STS)'도 운영한다. AI가 고객별 맞춤형 보장분석 결과와 이에 맞는 상담 화법을 자동 생성하고, 설계사는 이를 활용해 가상 대화 훈련을 한다.

신한라이프는 생성형 AI 기반 자연어 가입설계 시스템 'LICO(Life Copilot)'를 운영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고객 기본정보와 보장내용을 분석해 가입 한도와 특약 간 규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설계안을 추천한다. 설계사가 자연어로 내용을 수정할 수 있고 가입 설계와 동시에 전산심사도 진행할 수 있어 설계부터 청약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였다.

현재 확인된 사례를 보면 AI가 소비자에게 보험상품을 독자적으로 골라 판매하는 단계라기보다 설계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형태가 중심이다. AI가 고객 정보를 분석하고 설계안을 만들면 설계사가 이를 검토·수정해 상담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 서류 읽고 보험금 심사까지…가입 후에도 AI


AI 활용은 보험 가입에서 끝나지 않는다. 보험금 청구와 심사, 지급 등 가입 이후 업무로도 확대되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인공지능 광학문자인식(AI OCR)을 보험금 청구 과정에 적용했다. 일반 청구 서류뿐 아니라 진료소견서 같은 비정형 문서의 문장형 정보에서도 심사에 필요한 내용을 추출해 시스템에 자동 입력한다.

고객이 '신한 SOL라이프'에서 청구 정보를 입력하고 병원 서류를 촬영해 제출하면 AI가 치료일자와 치료내용 등을 분석한다. 지급 기준이 명확한 심사 대상은 자동화 프로세스 'S-PASS'를 통해 즉시 지급할 수 있다.

고령층 고객을 위한 활용 사례도 있다. 신한라이프는 AI 에이전트가 상담원과 고객의 통화 내용을 분석해 핵심을 자동으로 정리하는 '상담 요약 안내 서비스'를 도입했다. 'SOL 메이트 시니어 콜센터' 이용 고객이 상담 후 요청하면 요약 내용을 알림톡으로 제공한다.

삼성생명은 AI를 고객 응대와 영업지원, 서류 처리 등 보험 업무 전반에 적용하고 있다. AI 음성봇 9개가 본인확인과 연락처 정비, 실효·연체 안내 등을 수행하며 월 18만 건을 처리한다. AI 챗봇 25개는 인수기준 문의 등 영업 현장 업무를 지원하며 월 29만 건을 처리한다. AI OCR은 일평균 47만 장의 서류를 인식한다.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는 실손보험 청구 서류를 자동 인식하고 고객이 입력한 병명을 상병기호로 자동 변환하는 모델을 운영한다. AI 언더라이팅과 고객심사도 도입했다. 생성형 AI 기반 'AI CX 글쓰기 시스템'은 고객 안내문의 어려운 금융용어를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데 활용된다.

◊ 증권사는 투자, 보험사는 보장·연금…AI 활용도 다르다


보험사 AI가 증권사와 구별되는 지점은 장기 자산관리다. 증권사 AI가 투자정보 분석과 포트폴리오 구성·운용 등에 초점을 맞춘다면 보험사는 장기간 유지되는 보험계약을 기반으로 보장과 노후 준비를 함께 살펴보는 방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생명의 디지털 연금 분석 서비스 '연금LAB'이 대표적이다. 고객의 연령과 노후 대비 성향 등을 반영해 맞춤형 연금상품을 추천하고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예상 수령액을 한눈에 보여준다. 삼성생명은 향후 모니모를 통해 개인화·마이데이터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3개사 사례만 놓고 보면 보험업계의 AI 자산관리가 증권사처럼 투자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단계까지 일반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입 설계와 보장분석, 심사, 보험금 지급 등 보험 본연의 업무에 AI를 적용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고 연금 등 장기 자산관리로 범위를 넓혀가는 단계다.

보험은 계약이 장기간 이어지고 연금은 은퇴 이후 현금흐름과 맞닿아 있다.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가입 시점의 상품 설계뿐 아니라 고객의 보장과 노후 준비 상황을 분석·관리하는 영역으로 서비스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 AI가 틀리면 누가 책임지나…소비자 보호도 과제


AI가 보험 가입과 자산관리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잘못된 분석이나 추천, 불완전판매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중요해진다.

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계약기간이 길다. AI의 분석 결과가 부정확하거나 고객 상황에 맞지 않는 설계가 이뤄질 경우 가입 당시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다가 보험금 청구나 계약 유지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결과를 사람이 검증하고 소비자에게 판단 근거를 설명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삼성생명은 지난 6월 AI 기본법과 금융위원회의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AI 윤리 및 위험관리 규정'을 시행했다. 컴플라이언스팀장과 소비자보호팀장이 참여하는 AI위원회가 고위험 AI 서비스의 운영 여부를 심의한다. 설명가능성과 공정성, 인간에 의한 관리·감독, 이용자 권리 보호 등 11개 위험유형별 관리 방안도 운영하고 있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상품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음성봇을 통한 완전판매 모니터링 대상도 전체 상품으로 확대했다. AI를 보험 판매에 활용하는 동시에 관련 위험을 점검하는 데도 AI를 쓰는 셈이다.

다만 AI가 잘못된 설계나 분석 결과를 내놓았을 때 어느 단계에서 사람이 이를 검증하고 최종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AI가 상품 추천과 장기 자산관리 영역으로 더 깊이 들어갈수록 보험사가 풀어야 할 과제다.

◊ 설계사 없어질까…반복 업무 줄고 상담 역할 커진다


AI 확산은 보험설계사의 업무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화생명처럼 평균 9분 이상 걸리던 가입 설계를 AI가 1분 이내로 처리하고 고객별 보장분석과 상담 화법까지 만들어주면 사람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반복 업무는 줄어든다. 신한라이프에서도 AI가 고객 정보를 분석해 설계안을 제시하고 설계사가 이를 검토·수정하는 방식으로 업무가 달라지고 있다.

현재 확인된 사례에서는 AI가 설계사를 대체하기보다 업무를 재편하는 변화가 먼저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 분석과 반복적인 설계 업무를 AI가 맡고 설계사는 고객 상황을 확인하고 상품을 설명하는 상담 업무에 더 집중하는 구조다.

보험사들의 AI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대표이사 직속 'AX전략실'을 신설해 전사 인공지능 전환(AX) 전략 과제와 AI 기반 신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글로벌 AI 거점인 '한화 AI센터(HAC)'를 운영하고 있으며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인공지능연구소(HAI)와 관련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보험금 심사와 콜센터, 언더라이팅 등 핵심 업무에 AI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금융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보험사 AI 경쟁은 업무 처리 속도를 줄이는 단계를 넘어 보장과 연금 등 고객의 장기 자산관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AI가 설계와 분석을 담당하는 범위가 커지는 만큼 사람의 검증과 설명, 소비자 보호 체계를 어떻게 갖추느냐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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