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근무자 94% "자발적 선택"…근로시간 규제에 소득 감소 우려
86.5% 현 수준 이상 야간근무 희망…76.4% "소득 줄면 투잡 고려"
택배기사 월 순소득 433만원 '최고'…학회 "획일적 규제보다 직종별 맞춤 지원"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11-06 17:05:39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야간업무 종사자 10명 중 9명 이상이 자발적으로 야간근무를 선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상당수가 소득 유지를 위해 야간근무를 이어가고 있어 일률적인 근로시간 제한이 오히려 추가 노동과 소득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기업경영학회에 따르면 이날 열린 '2026년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무제공자와 야간업무 종사자의 직종별 업무환경 비교 및 정책 제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월 유통·판매, 제조·생산, 화물운송·택배, 물류센터, 경비·보안, 숙박·관광 등 다양한 업종의 야간업무 종사자 9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94.4%는 야간근무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고 답했다. 현재 야간근무 횟수를 유지하고 싶다는 응답은 74.8%, 늘리고 싶다는 응답은 11.7%로 전체의 86.5%가 현재 수준 이상의 야간근무를 희망했다.
야간근무를 선택한 이유는 '높은 보수'가 48.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생계비·필요 소득 마련'(25.9%), '낮 근무만으로 소득 부족'(6.9%) 순이었다. 야간근무를 유지하려는 이유 역시 '소득 유지'가 70.8%로 가장 높았다.
특히 야간근무가 제한될 경우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응답이 두드러졌다. 화물운송·택배 종사자의 59.8%는 야간근무 제한 시 월소득이 100만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84.3%는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부업이나 추가 업무를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야간업무 종사자 중에서도 소득 감소 시 투잡에 나서겠다는 응답이 76.4%에 달했다.
연구진은 야간근무 시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종사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으면서 전체 근로시간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는 종사자들의 예상과 응답을 토대로 한 결과로, 실제 규제 시행 이후 노동시간 증가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사회보험 지원 역시 직종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회가 별도로 17개 직종의 노무제공자 2938명을 조사한 결과 고용·산재보험 동시 가입률은 정보통신 소프트웨어(SW) 종사자 81%, 택배 종사자 78%로 비교적 높았다.
반면 사회보험료 지원을 우선 정책으로 선택한 비율은 방문판매 12%, 택배 21%에 그쳤다. 조사 대상 17개 직종 가운데 사회보험료 지원을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은 직종은 없었다.
연구진은 보험료 지원을 일괄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소득과 업무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화물차주, 가전배송·설치, 어린이통학버스 종사자 등을 중심으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제 심층면접에서도 종사자들은 보험료 부담보다 실업급여 수급과 산업재해 인정의 어려움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화물차주와 택배 종사자들은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 건강검진 지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직종별 소득 격차도 확인됐다. 해당 업무를 주업으로 하는 1847명을 분석한 결과 택배 종사자의 월평균 순소득은 433만원으로 조사 대상 17개 직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정보통신 및 SW가 376만원, 건설기계·장비 349만원, 화물차주 32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소득과 근로시간, 계약 안정성 등 21개 항목을 종합한 업무환경 평가에서는 정보통신 SW, 골프장 캐디, 택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직종으로 분류됐다.
다만 택배 종사자의 평균 소득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모든 택배 노동자의 근로환경이 양호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직종별 소득과 업무환경의 차이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동열 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은 "획일적인 업무일 수나 시간 총량 규제보다 소득 감소와 투잡 전환을 우려하는 종사자들의 현실을 살펴야 한다"며 "입법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업무 종사자들에게 시간제한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휴게·휴식 보장과 건강검진 확대 등 건강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사회보험 지원도 취약 직종 중심으로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메가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