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이슈] '월성 원전 자료 삭제’ 산업부 공무원 2명 구속...검찰 수사 속도 칼끝 윗선으로 향하나
류수근 기자
webmaster@megaeconomy.co.kr | 2020-12-05 17:11:57
[메가경제= 류수근 기자]검찰의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 중 2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월성 1호기 원전과 관련한 내부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구속으로 검찰의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가 탄력을 받으면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청와대 등 이른바 '윗선'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밤 원전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 중 국장급 공무원인 A씨와 서기관 B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오 판사는 이들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적시한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이 됐다는 의미다.
다만 함께 영장이 청구됐던 A씨의 다른 부하직원인 과장급 공무원 C씨에 대해서는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미 확보된 증거들에 비춰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그간 감사원 등에 따르면, A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 B씨에게 월성 1호기 관련 문서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고, B씨는 지난해 12월 2일(월요일) 오전에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이 잡히자 전날(일요일) 오후 11시께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지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를 통해 핵심 쟁점인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냈다.
정부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주요 사유로 낮은 경제성을 들었지만, 정작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제성 평가에 들어가기도 전에 조기폐쇄를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고발 조치 없이 관련자 문책을 최소화했으나, 문책 대상자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겼다.
백 전 장관에 대해서는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구했고, 자료 삭제 등 감사 방해와 관련해서는 산업부 공무원 2명에 징계를 요청했다.
이들 공무원 2명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로 수사에 힘이 실리면서 검찰의 칼날은 곧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에게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검찰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원전 조기 폐쇄 과정에서 청와대와 교류했던 흔적을 지우려고 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수사도 벌이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검찰이 청와대를 정조준할 수도 있는 대목이어서 시선이 쏠린다.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은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 하자마자 직접 챙기며 수사를 지휘 중인 사건이다.
윤 총장은 직무가 정지되기 전에도 원전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직접 챙기며 증거인멸 등 혐의 보강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재'에 나선 것을 기점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대치국면에 원전 수사가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며 긴장을 높이고 있다.
원전 수사가 속도를 낼수록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윤 총장 측이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원전 수사가 본격적으로 청와대를 향하기 전 여권을 중심으로 발 빠르게 출구 전략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이래저래 산업부 공무원 구속영장 발부를 계기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향후 원전 수사는 청와대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현재로서는 그 파고를 가늠하기 어렵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도 수사 향배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다.
당장 국민의힘은 5일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 사태 등을 싸잡아 정권 스스로 자초한 위기라고 비판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백년대계 에너지 정책이 5년 임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뒤집혔다. 헌법이 보장한 감사원의 감찰권을 권력이 흔들어대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법정 다툼을 한다"며 "공정하지 않은 인물들과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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