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홍콩법인, 레고켐바이오 인수 이면...법인세 국내보다 9.9%싸다
인수 소식에도 증권가 반응 '썰렁'...시장에서 52주 신저가 갱신
팬오리온 곳간 국내보다 튼튼...3세 담경선 이사장 배당도 유리
주영래 기자
leon77j@naver.com | 2024-01-18 10:47:12
[메가경제=주영래 기자] 오리온그룹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를 인수한 가운데 인수 주체로 국내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가 아닌 홍콩법인 '팬오리온코퍼레이션'(이하 팬오리온)을 내세워 그 배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금 조달의 원활함과 절세를 노리지 않았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그룹은 5500억원을 투자해 레고켐의 지분 25.73%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이번 지분 인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구주 매입을 통해 이뤄진다.
세부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796만3283주를 5만9000원에 배정받았고, 구주는 레고켐 창업자 김용주 대표이사와 박세진 사장으로부터 기준가 5만6186원에 140만주를 매입해 총 936만3283주를 확보했다. 대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3월 29일이며, 오리온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레고켐을 계열사로 편입한다.
레고켐을 인수한 팬오리온의 자산은 3분기 기준 9221억원이다. 부채는 40억원에 불과하며, 자본은 9179억원, 누적 매출은 2727억원, 누적 순이익은 2797억원이다. 재무상태가 매우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같은 기간 국내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의 자산은 5조2062억원, 부채는 9370억원, 자본은 4조2691억원, 누적 매출은 2조1784억원, 누적 순이익은 2024억원이다. 팬오리온보다 규모는 월등하나 1조원에 달하는 부채가 부담스럽다. 더욱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4323억원으로 집계돼 현금유동성 측면에서 인수대금 마련이 여의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오리온그룹 입장에서는 오리온홀딩스 대신 곳간 사정이 넉넉한 팬오리온을 통해 레고켐을 인수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팬오리온을 통한 인수로 세금 절감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국내 법인세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6.4% 비율이다. 하지만 홍콩의 법인세율은 16.5% 수준으로 국내보다 9.9% 낮다.
레고캠 인수 소식에 증권가의 반응은 냉랭하다. 오리온의 지분 인수 소식 다음날인 16일, 오리온 주가는 전일보다 17%가량 떨어진 9만66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17일에도 7% 가까이 하락하며 장중 9만원선 아래로 떨어졌다. 레고켐바이오의 주가도 16일 4.74% 떨어진 5만22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썰렁한 시장 반응을 면치 못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과사업 회사의 바이오 사업 투자 확대로 인해 음식료 업체가 보유한 실적 안정성 측면의 투자포인트가 희석되고, 이종사업 투자에 따른 시너지 의문이 확대될 수 있다"며 "기존 투자자들의 투자포인트가 이번 신규 지분 투자의 방향성과 배치될 수 있어 주주 구성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주가 밸류에이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레고켐바이오에 대해 연결 회계처리 된다면 오리온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0% 이상 하향 조정되면서 전사 실적 가시성이 크게 낮아질 전망"이라며 "향후 실적 전망치는 연결 회계처리 여부에 따라 하향 조정 폭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레고켐 인수로 오너 3세인 담경선 오리온재단 이사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담서원 상무의 누나인 담경선 이사가 팬오리온의 지분1.61%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향후 레고캠의 실적에따라 배당이 이루어 질 경우 담경선 이사도 두둑한 배당 이익을 챙길 수 있다.
팬오리온의 지분은 오리온홀딩스가 95.15%, 담철곤 회장 3.23%, 담경선 이사 1.61%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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