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공정위 조사 중 자료 삭제…‘조사방해’ 혐의 심판대 오른다
공정위 사무처, 대한항공·직원 3명 고발 의견…전원회의서 최종 판단
청주·제주 노선 공급좌석 기준 완화·전체 노선 의무 면제 요청도 ‘기각’ 의견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시정조치 이행 지속 점검…소비자 피해 방지”
심영범 기자
tladudqja@naver.com | 2026-09-10 16:41:41
[메가경제=심영범 기자]대한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현장조사 과정에서 관련 전산 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한 혐의로 공정위 전원회의 심판을 받게 됐다. 공정위 사무처는 대한항공과 소속 직원 3명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대한항공과 소속 직원들의 조사방해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지난 10일 대한항공 측에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건은 심의 절차에 들어갔으며 향후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재 여부와 수위가 최종 결정된다.
공정위는 지난 2월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대한항공이 요청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시정조치 변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였다.
앞서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승인하면서 일정한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이번 조사는 이 가운데 청주·제주 노선의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완화해달라는 대한항공의 요청을 들여다보기 위해 이뤄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장조사 과정에서 대한항공 소속 직원 3명은 지난 2월 2일부터 4일까지 조사 대상 사건과 관련된 업무용 전산 파일과 전자메일을 삭제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 같은 행위가 조사 대상 자료를 인멸하거나 은닉해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과 직원 3명을 각각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원회의에 제시했다.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행위가 인정될 경우 대한항공과 해당 직원들은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은 향후 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다.
대한항공이 요청한 기업결합 시정명령 완화 여부도 공정위 심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심사관은 대한항공이 제기한 두 건의 시정명령 변경 요청에 대해서도 모두 기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지난 2022년과 2024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국내외 주요 노선의 경쟁 제한을 막기 위한 조치를 내렸다. 대체 항공사의 신청이 있는 경우 국내·국제선 34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도록 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또 40개 노선에 대해서는 2019년 대비 물가상승분을 넘어서는 항공운임 인상을 제한하고, 공급좌석 수를 90% 미만으로 축소하지 못하도록 했다. 상품과 서비스의 주요 내용을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도 제한했다.
다만 천재지변이나 외부 요인 등으로 급격한 수요 변화가 발생하는 등 중대한 사정 변경이 있는 경우 대한항공이 공정위에 시정명령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예외 조항을 근거로 청주·제주 노선의 공급좌석 유지 기준을 기존 2019년 대비 90%에서 70% 이상으로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와 환율 급등 등으로 항공여객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시정명령 대상 전체 노선에 대해서도 올해 공급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공정위 심사관은 대한항공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주·제주 노선에 대해서는 2024년 시정명령 확정 이후 기존 조치를 이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새로운 사정 변경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체 노선에 대한 공급좌석 유지 의무 완화 요청 역시 기각 의견을 냈다. 중동전쟁 등으로 인해 국내 항공여객 수요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고 판단할 만한 상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사건의 최종 판단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뤄진다. 공정위는 대한항공 측의 서면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신청, 의견진술 기회 등을 보장한 뒤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피심인들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항공여객운송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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