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집값 사이 복잡해진 한은 셈법…시장 80% “27일 금리 동결”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신규 주담대도 감소…27일 금통위 동결 전망 우세
가계빚 2019조 원 사상 최대·집값 기대 높아…성장률 상향도 추가 인상 변수
박선영 기자
suny8000@megaeconomy.co.kr | 2026-08-25 16:36:31
[메가경제=박선영 기자] 한국은행의 8월 기준금리 결정을 이틀 앞두고 시장의 무게중심이 ‘동결’로 기울고 있다. 지난달 금리 인상 이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이 축소되고 신규 주택담보대출도 줄어드는 등 금융안정 지표에서 일부 변화가 나타나면서다. 다만 가계신용이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까지 맞물리면서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둘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25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금투협이 채권시장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는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 인상을 예상한 응답자는 20%였다.
◊ 7월 가계대출 증가폭 2조 1000억 원 축소
직전 7월 금통위를 앞둔 조사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 응답자가 66%, 동결은 34%였다. 한 달 사이 시장의 무게중심이 연속 인상에서 숨 고르기 쪽으로 크게 이동한 셈이다.
금투협은 성장률 전망치 상향과 물가 부담, 가계부채 증가 등을 추가 인상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환율 하락과 시장금리 상승 등은 동결 요인으로 제시했다. 기준금리 채권시장지표(BMSI)는 81.0으로 직전 조사보다 47포인트 상승했다.
한은도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정해놓지는 않았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뒤 대내외 경제 여건과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한은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국내 성장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안정 측면의 위험도 커졌다고 판단했다.
시장에 동결 전망이 확산하는 배경에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위·금감원에 따르면 7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6조 2000억 원 늘었다. 증가폭은 6월 8조 3000억 원보다 2조 1000억 원 줄었다. 다만 지난해 7월 증가액 2조 2000억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주담대와 기타대출 모두 증가 속도가 느려졌다. 주담대 증가액은 6월 4조 5000억 원에서 7월 3조 5000억 원으로 줄었고,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3조 8000억 원에서 2조 7000억 원으로 축소됐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같은 기간 7조 6000억 원에서 5조 4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은행 자체 주담대 증가액은 2조 9000억 원에서 2조 5000억 원으로 줄었고 정책성 대출도 1조 400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낮아졌다. 기타대출 증가액 역시 3조 3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축소됐다. 제2금융권은 8000억 원 늘어 전월과 같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리 조치 등이 증가폭 축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7월 증가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여전히 큰 만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주택 거래 역시 한은이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켜봐야 할 변수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1월 2만 3000호에서 6월 3만호로 증가했다. 대출 증가 속도가 한 달간 둔화했다고 해서 주택시장발 가계부채 압력이 해소됐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 가계빚 2019조 8000억 원 사상 최대…신규 주담대는 9.2%↓
월간 대출 증가 속도가 둔화하고 있지만 이미 쌓인 가계부채 총량은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2019조 8000억 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 9000억 원 증가했다. 가계신용이 20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24조 9000억 원 증가한 1891조 3000억 원, 판매신용은 9000억 원 늘어난 128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최근 새로 대출받는 차주 한 명당 금액은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25일 한은이 발표한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2분기 차주당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은 평균 3414만 원으로 전분기보다 128만 원 감소했다.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차주당 신규 주담대는 2억 829만 원으로 전분기보다 2110만 원, 9.2% 줄었다. 대출 종류별로 보면 신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은 감소한 반면 신용대출은 차주당 47만 원, 기타대출은 73만 원 증가했다.
새로 빌리는 돈이 줄었다고 가계가 짊어진 부채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2분기 말 차주당 가계대출 잔액은 평균 9790만 원으로 전분기보다 50만 원 늘었다. 차주당 주담대 잔액도 1억 6193만 원으로 187만 원 증가했다.
신규 취급액은 해당 분기에 새롭게 실행된 대출을, 잔액은 과거부터 누적된 대출 규모를 나타낸다. 최근 대출 증가 속도에는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지만 누적된 부채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으로서는 두 흐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령별로는 20대 흐름이 다른 연령층과 엇갈렸다. 20대 차주의 신규 가계대출은 1796만 원에서 2056만 원으로 260만 원 늘었다. 신규 주담대도 2억 2825만 원에서 2억 3217만 원으로 392만 원 증가했다. 반면 30대와 40대의 신규 주담대는 각각 2632만 원, 3537만 원 감소했다.
주담대 잔액은 모든 연령층에서 늘었다. 특히 20대는 1억 9819만 원에서 2억 394만 원으로 575만 원 증가해 연령대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컸다. 다만 이번 통계만으로 20대 신규 주담대 증가의 원인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 집값 기대 5개월 만에 꺾였지만 여전히 125
가계대출과 함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주택가격 기대도 상승세가 일단 멈췄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25로 전월 127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지난 3월 96에서 4월 104, 5월 112, 6월 120, 7월 127로 가파르게 상승하다 8월 들어 5개월 만에 하락했다. 다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크게 웃도는 만큼 집값 상승 기대 자체가 꺾였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전체 소비심리는 약해졌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4.5로 전월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CSI는 84에서 79로 5포인트, 향후경기전망CSI는 92에서 89로 3포인트 낮아졌다. 취업기회전망CSI도 89에서 86으로 떨어졌다.
물가 측면에서도 한은이 긴장을 완전히 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전월과 같았다. 3년 후와 5년 후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각각 2.6%를 유지했다.
◊ 성장률 ‘2.6% 큰 폭 상회’ 예고…동결해도 추가 인상 가능성
채권시장에서도 당장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은 크게 줄었다. 9월 금리전망 BMSI는 99.0으로 전월 84.0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시장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30%에서 16%로 줄었고, 보합 전망은 56%에서 69%로 늘었다.
금투협은 8월 말 잭슨홀 미팅과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을 지켜보려는 관망 심리가 확산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27일 금통위와 함께 발표되는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남겨두는 변수다.
신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제가 수출과 투자의 높은 증가세와 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인 2.6%를 큰 폭으로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5월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6%로 상향한 데 이어 추가 상향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6%,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성장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분기 대비 3.6%,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성장률 전망이 큰 폭으로 높아지면 경기 둔화를 우려해 추가 인상을 미뤄야 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가계대출 증가세와 주택가격 기대가 추가로 둔화한다면 한은이 지난달 인상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볼 여지도 커진다. 구체적인 성장률 전망치와 한은의 경기·물가 판단은 27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번 금통위의 핵심은 지난달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 관리 강화 이후 나타난 변화가 추가 인상을 미룰 정도로 충분한지를 한은이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7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폭과 2분기 신규 주담대 규모는 줄었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5개월 만에 하락했다. 반면 가계신용은 2000조 원을 돌파했고 집값 상승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기대인플레이션까지 한은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시장 예상대로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긴축 사이클 종료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시장의 관심은 ‘8월 동결 여부’에서 ‘추가 인상이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언제인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27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한은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열어둘지, 상향 조정될 성장률 전망을 토대로 향후 금리 경로에 어떤 신호를 내놓을지가 이번 금통위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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