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발암물질 위험에도 택배업계에선 '귀하신 몸'

'싼 게 비지떡'논란, 정부 감시망 강화 고삐
CJ대한통운·한진 등 물량 확보 전쟁 치열

김형규

hgkim@megaeconomy.co.kr | 2024-04-11 16:57:23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최근 국내 영향력이 확대된 중국 쇼핑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발암물질 검출로 정부 당국의 감시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 택배업계에서는 귀하고 귀한 몸들로 평가 받는다. CJ대한통운, 한진 등은 이들의 물량 확보를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11일 유통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알리‧테무를 통해 판매 중인 제품에서 발암물질 검출과 같은 안전 문제가 잇따르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이들의 실태 조사에 나서는 등 감시망을 좁혀가고 있다.
 

▲ 2023년 알리익스프레스 기자간담회에서 함께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운데)와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오른쪽 두 번째) [사진=김형규 기자]

 

인천본부세관은 지난 7일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류 제품 성분을 분석한 결과 총 404개 중 24%에 해당하는 96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제품들에서는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카드뮴과 납이 국내 안전 기준치보다 최소 10배에서 최대 700배 가까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다. 하루 뒤인 지난 8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알리의 판매율 상위 어린이용품‧생활용품 총 31개를 조사한 결과 8개 제품에서 허용 기준치를 크게 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이 조사에서는 불임 유발 등 생식독성과 발암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진 물질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어린이용 가죽 가방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국내 소비자 안전 우려가 커지자 알리‧테무를 향한 정부의 규제도 본격화될 양상이다. 국무총리 직속 기관 개인정보위는 중국 쇼핑플랫폼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실태 조사에 나섰다. 공정위는 테무의 허위·과장 광고 의혹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알리‧테무의 안전 문제에도 이들 양사 물량을 차지하기 위한 국내 물류 업계의 경쟁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기존 알리의 배송은 CJ대한통운이, 테무는 한진이 협력해왔다. 하지만 알리‧테무가 각각 5월과 6월 계약 만료에 맞춰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협력사를 구할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주요 물류 업체 간 신경전이 예상된다.

중국 쇼핑플랫폼의 국내 점유율이 커진 만큼 양사 배송 물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물류 업계 세력 구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데이터 기반 시장 분석 플랫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각 쇼핑 앱의 한국인 사용자 수는 쿠팡(3086만 명), 알리(887만 명), 테무(829만 명), 11번가(740만 명) 순으로 나타났다.

1위 쇼핑 앱인 쿠팡이 직접 배송까지 처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택배사가 가장 큰 물량을 기대할 수 있는 업체는 결국 알리와 테무인 셈이다.

실제 CJ대한통운은 이러한 시장구조에서 중국 쇼핑플랫폼의 덕을 가장 많이 본 택배사로 꼽힌다. CJ대한통운은 알리 물동량 대부분인 80%를 소화하고, 나머지를 한진과 우체국 등이 맡고 있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 물량은 1분기 346만 상자로 시작해 3분기엔 904만 상자까지 확대됐다. 불과 6개월 만에 처리 물동량이 3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급증한 셈이다.

또한 CJ대한통운은 기존 도착 보장 서비스 등을 구축하고, 알리에 맞게 물동량을 확대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경쟁입찰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 테무의 국내 배송은 한진이 대부분 처리하고 있다. 다만 추후 테무의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는 테무가 알리처럼 협력사 비율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테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전 달에 비해 40%가량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 테무 앱스토어 화면 [이미지=구글 앱스토어]

 

이렇듯 안전 문제 논란에도 알리‧테무를 향한 물류 업계의 치열한 각축전에 대해 전문가는 어쩔 수 없는 기업의 속성이라고 분석했다.

유통업계 전문가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이 50% 이상 성장했으나 이 중 쿠팡 비중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택배사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급성장한 알리‧테무를 잡는 게 현재 물류 업계 생존전략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CJ대한통운의 경우 쿠팡에 밀린 물량에 대적할 만한 파트너가 알리인 셈"이라며 "규모 면에서도 CJ대한통운만 한 업체가 없기에 알리와의 협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발암물질 등의 안전 문제는 물류사가 책임지진 않는 문제로 고려 요소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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