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로 전력망 충전·방전 성공…가정용 V2G 실증 본격화

아이오닉 9·EV9 고객 40명 제주 실증…일반 가정서 충·방전 성공
전기차 420만대 시대엔 발전소 42기급 자원…제도·보상 체계가 상용화 관건

박제성 기자

js840530@megaeconomy.co.kr | 2026-07-08 16:39:01

[메가경제=박제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일반 고객 가정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연결해 전기를 주고받는 'V2G 시범 서비스' 인프라 구축을 마치고 실제 충·방전에 성공했다. 

 

연구소나 제한된 실증 공간이 아닌 고객의 생활 환경에서 운영되는 만큼 전기차를 이동수단을 넘어 전력망 안정화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국내 실증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사진=챗GPT4]

 

V2G는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전력망과 양방향으로 주고받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에는 차량을 충전하고,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차량 배터리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최근 전기차 보급 확대와 재생에너지 증가로 전력망 안정성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V2G는 전기차를 분산형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지정학 리스크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력 수급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도 부상하고 있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한국전력공사(한전)는 10kW급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10만대가 동시에 1시간 방전할 경우 최대 1GW 규모의 양수발전 또는 대용량 ESS에 준하는 전력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GW는 대형 발전설비 1기 수준으로, 약 80만명이 1시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2030년 약 42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인 만큼 V2G 확산 시 전기차는 대규모 유연 전력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한전 산식 기준으로는 전기차 420만대가 1GW급 발전설비 42기에 해당하는 전력 자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비용 측면에서도 V2G는 기존 전력 인프라보다 부담이 낮다. 42GW 규모 인프라를 양수발전으로 구축하면 약 84조원이 필요하지만, V2G 방식은 약 5조46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최대 78조5000억원가량의 설비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구축 기간 역시 양수발전은 1GW당 7년 이상, 고정형 배터리 저장장치는 6개월 이상이 필요한 반면 기존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를 활용하는 V2G는 약 1개월이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룹은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는 아이오닉 9과 기아 EV9 보유 고객 40명을 대상으로 V2G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참여 고객들은 국내 처음 가정에서 차량 배터리와 전력망 간 충전·방전을 경험하고 있다.

 

고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EV9 차주인 한 40대 남성은 “충전기를 꽂기만 하면 돼 기존 충전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최저 배터리 잔량을 설정할 수 있어 방전 걱정도 없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9 차주인 한 40대 여성도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시간에 충전기를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며 “전용 요금제와 세제 혜택, 전용 주차구역 등이 마련되면 더 많은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은 이번 실증을 통해 고객의 충전기 연결 빈도, 시간대별 이용 패턴, 배터리 방전에 대한 수용도 등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V2G 상용화 서비스 모델과 고객 보상 체계를 설계하고, 향후 새만금 AI 수소시티의 V2G 기반 사업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기차가 전력시장 참여 주체나 분산에너지 자원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전기차가 전력을 전력망에 공급해도 이를 공식 전력 거래로 인정하거나 보상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산업계에서는 V2G가 실제 전력 자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전력시장 참여 기준, 정산·보상 체계, 전용 요금제, 충·방전 인프라 기준 등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V2G가 국가 전력망을 보완하는 자원으로 상용화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며 “국내도 제주 실증에 그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전기차의 전력시장 참여와 보상 기준 등 법적 기반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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