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세 모녀와 '상속 분쟁' 휘말린 구광모…75년 경영권 승계 가풍에 금 갔다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 5년...어머니·여동생들, 구 회장에 상속회복 청구 소 제기
LG, "2018년 상속 마쳐...재산분할 요구로 전통·경영권 흔드는 것 용인 안 돼"
이석호
sm160701@naver.com | 2023-03-10 16:27:48
[메가경제=이석호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어머니와 여동생들과 상속 분쟁에 휘말렸다.
다른 재벌가와 달리 창업 후 75년 간 단 한 차례도 재산 다툼을 벌이지 않았던 LG 가문의 전통에도 오너 4세에 이르러 균열이 나고 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부인이자 구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씨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는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는 내용의 상속회복청구 소를 제기했다.
소가는 6억 원이다.
구 회장의 어머니와 여동생들은 지난 2018년 구 선대회장의 별세 이후 이뤄진 상속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G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합의에 따라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이라고 주장했다.
구 회장은 구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구 선대회장은 외아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2004년 조카인 구 회장을 양자로 들여 LG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을 이었다.
2018년 당시 구 선대회장의 유산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모두 2조 원 규모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들 유족 4명 중 김 씨와 두 여동생이 ㈜LG 주식 일부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 5000억 원 규모의 유산을 물려받는 대신, 구 회장은 경영권 관련 재산으로 ㈜LG 주식 8.76%를 상속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회사 측은 "고인 별세 이후 5개월 동안 가족 간 수차례 협의를 통해 2018년 11월 상속을 마쳤다"며 "법적으로 완료된 지 4년이 넘어 이미 제척기간인 3년이 지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며 "관련 내용은 세무 당국에 투명하게 신고됐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법조계에 따르면 상속재산 분할에서 상속인 간의 합의가 존중받고 있다"면서 "상속인들이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재산을 분할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회사 측에서는 LG 가문의 경영 승계 원칙과 전통에 따르면 경영권 관련 재산인 ㈜LG 지분 모두를 구 회장이 물려받아야 했으나, 어머니와 여동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 씨가 각각 지분 2.01%(당시 약 3300억 원), 0.51%(약 830억 원)을 상속받는 데 합의했다고도 주장했다.
유족들이 부담해야 할 총 99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는 올해 연말에 모두 납부될 예정이었다.
구 회장은 상속받은 ㈜LG 지분에 대한 상속세 약 7200억 원을 5년 간 6차례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현재까지 5회 납부했다.
구 회장과 세 모녀의 유산 다툼으로 1947년 창업 이후 현재까지 경영 승계와 계열 분리 과정이 가족 간 잡음 없이 순조롭게 이뤄지던 가풍에도 금이 갈 전망이다.
LG그룹은 사업 초기부터 허(許) 씨 가문과 동업한 뒤 후손이 많아지면서도 창업회장부터 명예회장, 선대회장에 이르기까지 집안과 회사 내에서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한다는 가풍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구 회장이 취임한 후 당시 ㈜LG의 2대 주주였던 구본준 LX홀딩스 회장이 계열 분리를 거쳐 LG그룹을 떠났다.
LG그룹 경영권 승계 룰은 4대인 구 회장까지 이어지면서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 외 가족들은 소정의 비율에 따라 개인 재산으로 받는 것이다.
그룹 회장은 대주주들이 합의하고 추대한 뒤 이사회에서 확정되는 구조로, 현재는 ㈜LG 최대주주인 구 회장이 LG 가문을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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