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애경‧홈플러스‧SK케미칼, '가습기살균제' 논란 재점화에 촉각...내달 새 국면 예고

시민단체‧피해자·유족, 가습기살균제와 폐암 상관성 인정 촉구
연구진 "오래 노출 시 폐암 발생"…환경부 "9월 5일 검토 예정"

김형규

hgkim@megaeconomy.co.kr | 2023-08-31 16:44:26

[메가경제=김형규 기자] 롯데마트와 애경, 홈플러스, SK케미칼 등이 연루된 가습기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피해자, 유족들이 피해 질환 인정을 재차 촉구하고 나서며 12년에 걸친 분쟁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8월 31일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처음 알려진 지 1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최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12년간의 피해자 현황 및 폐암과 가습기살균제의 관련성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노출 피해자들의 폐암 피해를 줄이는 조기 검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9일 열린 환경보건시민센터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와 관련해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암을 일반적인 인정 질환에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은 천식·폐렴 등 일반적 인정 질환의 경우 기준을 충족하면 구제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폐암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환경부는 "내달 5일 개최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그간 모든 연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폐암 피해구제 개시 여부 등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이 환경부가 직접 나서 검토하는 결과에 따라 아직 진행 중인 관련 기업들의 재판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7일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 등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 항소심 3차 공판에서 피해자들의 증상·질병과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 사이 '인과관계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살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사용한 제품들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시민단체와 피해자‧유족들이 12년 만에 폐암을 일반 인정 질환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게 된 배경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고려대 안산병원과 국립환경과학원 가습기살균제 보건센터, 고신대 등이 협력한 연구진은 국제학술지에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인산염'(PHMG-P)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법조계와 유통업계 등에서 폐암 피해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신고된 총 7854건의 피해사례 중 폐암 피해사례는 20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단체는 "폐암이 일반 질환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폐암 인정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나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은 경우까지 고려하면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중 훨씬 많은 폐암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문의받은 피해사례 중 12건의 폐암 사례를 조사한 결과 총 7명이 사망했으며 제품 사용 시점부터 폐암 진단까지의 잠복기간은 평균 11년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해당 피해자들이 사용한 제품은 총 10개 사례에서 파악됐다. 옥시 6건, SK(유공) 3건, 애경 3건, GS리테일 1건, 롯데마트 자체상표(PB) 1건, 이마트 PB 1건, 홈플러스 PB 1건 등이었다.

 

다만 애경산업의 해당 제품에는 최근 논문에서 장기간 노출 시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PHMG-P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은 12년 전인 2011년 8월 31일 원인 불명의 산모 사망사건에 대한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가습기살균제가 소비자를 죽고 다치게 한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총 7854명, 이 중 사망자는 1821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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