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882억 부당대출 파문...이해상충 내부통제 실효성 의문

김성태 행장 "쇄신위원회 출범 등 내부통제 관리 총력"
금감원, '이해관계자 거래' 범위 확대 등 제도개선 검토
"당국, 선제 조치해야"...규정 및 가이드라인 마련 필요성

노규호 기자

ngh9291@megaeconomy.co.kr | 2025-03-27 17:11:28

[메가경제=노규호 기자] IBK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대규모 부당대출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되면서 금융권 내부통제 신뢰성에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각종 쇄신계획을 내놓는 등 진화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규율을 명시하는 입법 및 행정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IBK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된 대규모 부당대출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되면서 금융권 내부통제 신뢰성에 다시 파장이 일고 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각종 쇄신계획을 내놓는 등 진화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규율을 명시하는 입법 및 행정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 연합뉴스]

 

27일 금감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현장 검사 과정에서 전·현직 임직원과 그 배우자, 친인척, 입행 동기와 사적 모임, 거래처가 연계된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의 조직적 은폐 시도가 있었다고 보고 심각한 위반 사항에 대한 실체 규명에 나선다고 알렸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지난 26일 서울 기업은행 본점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IBK쇄신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임직원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모든 대출 과정서 담당 직원과 심사역으로부터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를 받을 방침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기업은행 외에 다수의 금융사가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에 대한 관리 측면에서 소홀하다고 지적하며 해당 단계가 대부분 부실하고 형식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국제결제은행(BIS)의 국제 규범과 달리 우리 은행법 간 이해상충 관련 규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고려해 ‘이해관계자’ 및 ‘이해관계자 거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BIS는 이해관계자 범위를 대주주 및 친인척 외에도 주요 직원 등 포괄적으로 정의하지만, 우리나라 법규에는 해당 금융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주주’를 중심으로 신용공여 등 일부 유형에 한정해 규제한다는 것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현 국내법의 실효성을 보면 금융사가 법령상 요구하는 필요 최소한만 준수하고, 선관주의 노력은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금융사가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실적 때문에 고객과의 신뢰 관계나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문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불법대출 등 은행에서 일어나는 사고와 관련해 경제적인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당국이 자정을 위한 권고에서 벗어나 선제적 강제성을 가진 행정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금융권의 이해상충 문제를 두고 국내 법체계에 원인이 있다고 볼 이유는 없다”며 “오히려 내부통제와 관련한 당국의 지나친 자율 운영지침으로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결과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업의 의사결정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특히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당국이 직접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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