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표 DB손보호, 자회사 설립 통한 '요양사업' 확장 추진 성공할까

자체 손해보험기업 첫 진출 의미...자회사 설립 검토 부각
IFRS17 도입 이후 펀더멘털 강화 지속...이익체력 창출↑
미국·베트남 등 해외진출 속도·'장기보장' 영역 확장
초기자본 유입·요양원 '임차허용'규제 완화 등 과제 산적

문혜원

maya4you@daum.net | 2024-05-21 17:19:00

[메가경제=문혜원 기자] DB손해보험이 요양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인 KB라이프와 신한라이프 등이 요양 자회사를 통해 요양원 설립을 추진했던 것처럼 DB손보도 자체자본 여력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요양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을 내놓는다.

 

▲DB손보가 최근 요양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이익달성이 최고조에 이른 만큼 자본력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초기자본 유입이나 업무프로세스 관련 산적할 과제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사진=DB손해보험 제공]

 

21일 보험업계와 메가경제 취재에 따르면 DB손보는 이익체력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 성공은 물론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요양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앞서 정종표 DB손보 대표는 지난 3월 미래 먹거리 확보에 힘을 주기 위해 요양사업을 진출 관련 긍정적 검토의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아직 자회사 설립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DB손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요양원 설립 진출 관련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순이익 1분기 역대기록...배당성향 정책 기대↑

 

DB손보는 1분기 순이익 달성에 호조를 보였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견고한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수익 창출을 극대화해 향후 미래산업으로 떠오르는 요양사업 진출 포석으로 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순이익은 5834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도 대비 30.4%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손보사 1위인 삼성화재 7010억원(연결기준)에 이은 2위 순위다. DB손보에 이어 메리츠화재(4909억원)가 세 번째로 순이익 규모가 컸다. 현대해상이 4773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보험손익은 56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3.4% 증가했다.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전입 기준에 관한 시행세칙 변경 등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 1000억원 넘는 손실부담계약비용이 환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손익은 203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5.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이익은 선박펀드에 발생한 특별배당과 주식형 보유자산(FVPL) 평가이익 등에 힘입어 2037억원을 기록했다.

 

DB손보 경우, 호실적 외에도 배당성향과 관련해서도 이목이 집중된다. IFRS17제도 도입 이후 보험권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제시와 더불어 1분기 실적 선방이란 양 날개로 인해 투심을 자극하는 주주환원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DB손보의 주가는 지난 20일 기준 전일 대비 각각 1.28%, 2.08% 상승했다. 올해의 경우 배당성향 기대는 30%이상이 될 것으로 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21%였다. 

 

보험계약마진(CSM) 확대를 위한 채널별 성장전략에도 두드러진 모습이다. CSM은 보험사의 성과와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확보된 CSM이 많을수록 향후 인식할 수익이 많고 성장 여력 또한 크다는 의미가 된다. 

 

올해 1분기 신계약 CSM은 7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9% 증가했다. 장기보험의 월평균 신계약 보험료는 지난해 1분기 134억원에서 올해 1분기 151억원으로 12.6% 증가했다. 

 

상품별로 보면 계약기간이 3년 이상인 장기보험 손익이 1분기 34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2% 증가했다. 일반보험 손익은 203억원으로 45.1% 성장했다.

 

해외시장 진출 볼륨 업...요양실손보장 경쟁력 강화

 

업계에서는 DB손보가 해외시장 진출 타진을 한 것을 필두로 향후 요양사업 진출에도 빠르게 선점할 가능성을 전망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11월 미래 신사업과 해외사업을 집중 강화하기 위해 조직개편도 진행했다. 신사업마케팅본부, 해외관리파트 등을 신설했다. 신사업마케팅본부는 비대면 마케팅 기능을 강화해 나간다. 

 

DB손보는 최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박기현 상무를 새로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이는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DB손보는 미국·베트남 등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DB손보는 지난해 해외에서 거둬들인 보험료는 총 1조39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2860억원에서 3년 사이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정 대표는 작년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분 인수' 베트남, '법인 설립' 인도네시아의 '투트랙' 전략방향을 제시했다. 

 

DB손보는 장기보험 상품 중 요양실손보장보험에 특히 주력하고 있다. 요양실손보험은 장기요양등급을 산정해 요양원 및 재가급여를 보장하는 상품이다. 요양실손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인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리는 상품이기에 보험업계의 새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DB손보는 지난해 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받은 '요양실손보장보험'은 출시 4개월 만에 2만6000명의 가입을 끌어낸 바 있다. 요양서비스 이용 시 발생하는 실제 비용을 100세까지 보장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3월말에는 1세대 요양실손보험 상품 개정을 통해 요양실손 보장한도 변경 특별약관을 추가했다.

 

제3보험인 건강보험 포트폴리오도 강화하고 있다. DB손보는 ‘간병인사용 입원지원비’ 특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달 초에는 ‘간병인 페이백’으로 불리는 간병인사용 입원지원비 담보를 신상품으로 출시했다. 

 

초기자본 유입· 업무프로세스·‘임차허용’규제 등 과제 산적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DB손보가 요양원 진출에 먼저 나선 금융지주 계열인 KB라이프, 신한라이프와 달리 든든한 뒷배가 없어 자본금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DB손보가 삼성화재를 뒤쫓아 올 만큼 덩치가 커지고 있지만,  요양원 설립과 같은 프리미엄급 시설을 추진하려면 투자할 여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높은 초기투자비용과 미래 가치 관련 불확실한 수익성,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요양원 '임차허용'규제 검토 관련 금융당국의 결론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보험사의 노인 요양서비스 사업 진출을 돕기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 시설 사업자가 10인 이상의 요양 시설을 설치하려면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하거나 공공부지를 임차해야 한다. 노인요양시설 난립을 막고 잦은 개·폐업으로 인한 입소 노인의 주거 불안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비싼 토지·건물 가격에 대한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춰 보험사의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규제가 완화된다면 요양산업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요양서비스 전문회사(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는 보험사는 지난 2016년 진출한 KB손해보험이 유일했다. 다만  KB손해보험은 지난해 그룹계열사인 KB라이프로 이 사업을 전환했다. 생·손보업계 유일한 요양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KB손해보험 자회사)를 설립돼 사업이 진행 중이다. .

 

신한금융 보험계열사인 신한라이프도 시니어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 통해 요양원 사업 진출에 서두르고 있다. 2년 전부터 요양사업 전담 TF(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서울과 수도권 인근에 요양시설 건립 부지 매입을 알아보는 등 요양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최근에는 하남 미사지구 근처 강변 카페촌에 있는 조정경기장 인근에 부지를 매입해 설립 절차와 관련 하남시와 논의 중이라는 후문이다. 

 

KB·신한라이프와 같이 금융지주 계열이 아닌 손해보험사가 자회사를 꾸려 요양시설 설립에 성공한 곳은 국내에는 아직 없다. 해외의 경우 일본의 대형 손보그룹 솜포케어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솜포케어는 솜포홀딩스의 시니어 자회사로, 기존 사업자 인수와 자회사 설립을 통해 시장에 진출했고 단기간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시설규모 1위, 매출 2위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솜포케어의 성공 요인으로는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 ▲데이터·IT기술을 활용한 효율성 향상 및 사업영역 확장 ▲전국의 판매망 및 대기업 인지도 기반의 마케팅·입소율 개선 등이 꼽힌다. 

 

보험업계 한 전문가는 "일본의 경우 디지털화, 업무프로세스 개선과 꾸준히 들어가는 자본력 확충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 등을 극복해 갔었던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에 국내 보험사들이 롤모델을 삼아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라며 "무엇보다 요양원 설립 관련 임차허용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국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에 요양사업이 활성화 하려면 이러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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